[사설 社說] 꼰대인가 선배인가
꼰대인가 선배인가
주로 농담을 섞어서 사용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에서 심심찮게 사용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꼰대’일 것이다. 꼰대 또는 꼰데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하는 직장 상사나 선배 등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된 속어이다.
그동안 수직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많이 눌려왔던 터인지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지만, 요즘은 ‘역꼰대’라는 단어도 등장하면서 꼭 필요한 조언, 과오 등을 알려주는 상대방을 꼰대라고 지칭하고 소통을 아예 차단해버리거나, 선배를 이용하고 무시하는 이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점점 더 계층 간의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로, 이런 단어들이 너무 남용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우리 교단에 후배 목회자를 도와야 한다는 건전한 후배 챙기기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주 훈훈하고 바람직한 현상이라 평가받고 있다. 이민목회 1.5세대를 중심으로 “리더십의 부족으로 우리가 경험했던 아픔과 어려움들이 후배들에게 반복되지 않게 하자” “지금 목회는 우리 때보다 더 힘들다. 후배 목사님들이 지치지 않게 격려해야 한다”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기름 부었던 것처럼 선배 세대의 좋은 영성과 신앙이 후배들에게 이어지길 바란다” 등 그 목적과 취지는 다양하다.
선배 목회자가 후배 목회자를 챙기고 돕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동안 같은 학교 출신 동문회에서, 지방회에서, 같은 지역에서, 같은 교회 출신으로서 등 여러 모양으로 선배 목회자들은 후배 목회자들을 돕고 격려해왔다. 그런데 지금 일어나는 움직임은 그런 모습과는 좀 다르다. 그동안은 개인적으로 아름아름 후배들을 챙겼다면, 지금은 총회의 목회코칭네트워크를 필두로 후배 목회자들을 돕기 위해 단단히 작정해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전 지역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서 하나의 ‘무브먼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정책이나 프로그램이 특별한 세대에 국한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지 못하다. 어린아이에서부터 유년, 청소년, 청년, 장년, 중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에 걸친 필요사항은 항상 존재한다. 한 세대에만 집중하면 다른 세대에게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중장년과 노인 세대를 도외시하면 안 되겠지만, 사회나 교계 모두 다음 세대에 대해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의 미래가 위험하다는 인식은 같다.
그동안 이런 미래를 향한 노력에는 헌신과 희생이 따른다. 누가 자기 자신과 자기 가정과 자기 교회 외에 시간과 물질을 들여서 자칫 잘못하면 욕이나 먹을 수 있는 일에 뛰어들고 싶겠는가. 아무리 순수한 목적으로 진행한다고 해도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아무개 목사가 젊은 목사들을 자기 밑으로 줄 세우려 한다” “세력화해서 정치적으로 당을 지어 교단을 좌우지하려고 한다”는 등의 비난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문제다. 순수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상처 되는 비난의 말 한마디에 얼마나 쉽게 좌절하게 되는지 우리는 목회 현장에서 숱하게 봐왔다.
물론 변질되거나 문제가 되지 않기 위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렇지만, 최근의 네트워킹과 움직임들이 올바르고 아름다운 선후배 관계 형성이 우리 교단의 전통과 자랑거리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우리 교단 안에는 침신대 출신, 6대 신학교 출신이 아니거나 큰 교회 부사역자 출신이 아니거나… 어디에도 속하기가 애매한 사각지대에 있는 후배 목회자들, 그리고 영어권 사역자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장차 우리 교단을 이끌 부교역자도 살피면 좋겠다. 대부분의 부교역자들은 그 교회에서 맡은 사역이 용량을 초과하기 때문에 다른 네트워킹에 참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소속된 교회의 담임 목회자와 성도들이 잘 케어할 수 있겠지만, 또래 목회자들과 어울리며 미리 선후배들을 사귈 수 있다면 타 교단으로 이탈되는 일도 막고 미래 목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보라는 보상 심리가 아니라 또는 밥 한번 살 줄 모르면서 “라떼는 말이야”라며 자신의 무용담과 설교만 시전하는 꼰대 선배가 아니라, 그리고 꼭 필요한 조언 등을 말하면 “그건 꼰대 마인드”라며 무시하는 어리석은 후배가 아니라 자신들의 고생이 후배 세대에게 되풀이되지 않도록 격려하고 도우려는 진짜 선배가 우리 교단에 넘쳐나고, 선배를 존중하고 그들의 지혜를 귀담아들을 수 있는 훌륭한 후배가 우리 교단에 넘쳐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