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社說] 계엄과 성탄절, 영광과 평화로 가득한 세상을 꿈꾸며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 2:14) 이 땅에 평화를 선포하며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이 다가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수님의 평화 선포가 무색하게도 이 땅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주변국 간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일이어서 우리에게는 먼 이야기 같았지만, 우리의 모국 대한민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고 지금까지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모국 대한민국에 하루빨리 평화와 안정이 찾아오기를 기도한다.
이런 전쟁, 힘과 힘의 대결 속에서 예수님의 탄생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이 땅에는 평화라고 선언하신 것을 다시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예수님은 정치적 권력이나 힘으로 영광과 평화를 이루신 것이 아니었다. 절대 권능자요 만왕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선택한 방법은 사랑과 희생이었다. 그 힘이 온 세상을 점령했고,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이른다. 물론, 적이 침입하거나 강도의 위협을 받을 때 이를 감내하며 기도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사랑의 힘이 얼마나 더 강한지를 의미한다.
본보는 얼마 전 미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헬렌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큰 피해를 입은 애쉬빌한인침례교회(민선식 목사, NC)가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산악 지대에 위치한 애쉬빌 지역에서는 뜻밖의 재난이었으며, 60년 만에 처음으로 강물이 범람하는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또한, 지난 10월 9일 상륙해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밀턴이 역대 최강 수준의 위력을 과시하며 막대한 해를 입혔는데, 그때 피해를 입은 레이크랜드등대침례교회(전종식 목사)의 소식도 보도했다.
놀라운 점은 복구 중인 애쉬빌한인침례교회가 논의 끝에 레이크랜드등대침례교회를 돕기로 결정한 것이다. 재해의 어려움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돕기로 한 것이다. 민선식 목사의 요청으로 본보는 이 소식을 접하고도 보도하지는 못했다. 키스톤한인침례교회(FL) 김은복 목사는 허리케인 밀턴의 피해를 입은 중에도 인근 지역에 모인 실행위원회 모임에 찾아와 식사를 대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반적이지 않기에 건넨 본보의 질문에 김은복 목사는 ‘그냥 은사인 것 같다’고 답했다. 키스톤한인침례교회는 소위 말하는 중·대형 교회에 속하지 않으나 선교지의 요청이나 한국 농어촌교회의 어려움, 피해 복구 등에도 평소에 힘을 기울여왔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유가 있을 때 돕기로 한 것이 아니라, 어려운 중에도 손을 내민 것이다.
평소 많은 목회자 돕는데 앞장서는 유훈 목사는 “한국 방문 때 사모가 건강검진을 통해 암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모는 한국에 남아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유훈 목사는 아내의 부탁을 받아 목사님들을 잘 섬기라는 부탁을 받고 미국으로 돌아와 실천했다. 여유있을 때 나누고 베푸는 것도 쉽지 않지만, 어려울 때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실행위원회에서 강승수 총무는 “다른 교회들도 함께 성장하고 건강해야 하나님의 나라가 큰다”는 메시지를 나눴는데, 한 목회자가 성탄절에 수표와 함께 편지를 보내서 주위의 어려운 목회자 7명에게 무명으로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또한, 도움을 받은 한 목회자는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께서 기억하고 계셨다. 생활비가 모자라 아이들을 못 챙겼는데 이제 작은 선물이라도 줄 수 있게 됐다”며 감사를 전했다는 얘기를 나누며 총무 사역에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교회마다 이런 간증과 나눔이 있을 텐데, 우리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힘이라고 믿는다. 이 힘은 실제로 영혼을 살리고 가정, 교회, 나라와 민족을 회복시킨다. City Hope Community 난민선교회의 김지선 선교사는 난민선교세미나에서 통계와 실제 경험을 나누면서 “무슬림이 크리스천으로 개종하는데 가장 큰 영향은 크리스천의 사랑이다”라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이 사랑의 힘이 선교와 전도의 원천이 된다.
다가오는 성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힘으로 우리의 삶의 현장에 영광과 평화가 충만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