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牧會斷想] 알콩달콩 은퇴 후의 이야기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알콩달콩 은퇴 후의 이야기
목회 은퇴 후 재잘거리는 손주들을 넋 잃고 바라보다가 놀다, 싸우다 지혜로운 양육의 보람을 누리고, 아들딸 사위 며느리와 소통과 사랑이 깊어지는 맛, 공감과 신뢰와 뜻이 깊게 일치되는 벗들이 늘어나고, 널브러진 자연을 예술 작품으로 감상하고, 역사에 진리가 활동한 자취를 발견하며 즐긴다. 아름다운 단풍 되듯, 그 사이로 파란 가을 하늘에 달려 있는 잘 익은 감 되듯, 나이 듦에서 존재가치와 여유롭고 풍요로움을 느끼며….
며느리의 주방 조수를 하면서도 즐겁다. 눈물 흘리며 양파를 썰고 미끈미끈한 그릇을 닦으며 궂은일은 본래 조수가 하는가보다 여기며…. 때때로 며느리 모르게 손녀들과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살짝 빗나간 탈선에서 행복이 더해지는 묘함에 미소를 짓는다.
사회 시스템에서 달아준 계급장을 떼고 고정관념과 시간의 메임에서 자유해짐은 신앙생활이 숨쉬기처럼 쉬워진 영혼에 맺히는 열매들이다. 관계가 수직에서 수평으로 전환이 되었지만, 은혜와 사랑과 질서의 조화 가운데 이루어진 천국을 닮은 가정을 맛본다. 이때 생각 하나가 머리를 열고 나와선 신선한 아이디어를 이끌어낸다. 행복은 가정에서 싹이 터 자라고, 삶에서 천국을 누리기 위해 바꾸어야 할 신앙의 우선순위가….
많은 시간 논리에 맞지 않는 교리와 성경을 믿으려 갈등을 겪었다. 믿어지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이 믿음일까? 그렇다면 바보가 되어야 하는데…. 그래도 믿음 있는 자가 되고 싶어 뜨겁게 목마른 기도를 하다, 스스로 세뇌되려 하였다. 이러며 신앙이 있다 없다를 넘나들다 풀 죽은 위선자 되기를 얼마나 했는지….
교리를 믿으라 강요하기보다 순수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되는 마음과 개인에 따라 다른 독창적인 생각을 통해 교통하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누림이 먼저 되어야 하는 것이 빛에 드러나는 듯하다. 내 안에서 치료자로 상담자로 지혜자로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느껴지면서…. 이를 위해 모든 권위와 이래야 되고 저래야 되는 고정관념들을 버리고, 독생자를 십자가에 달리게 하시고 부활하시어 내 안에 오신 하나님이 공의와 질서와 사랑을 모두 충족시킨다. 계란 안에서 껍질을 깨고 나온 병아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아름답게 자라는 진리를 말하며….
인간은 먹고 싸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데서 온 행복의 기초 위에 성취욕과 가치를 높임과 아름다움을 즐기고 자연과 어우러지며 기쁨을 극대화하는 존재다. 이러한 행복이 하나님 안에서 모든 수직적인 것을 수평으로 만든 사랑과 은혜가 넘치는 정직한 관계에서 시작이 되어야 하는데…. 수직적인 가운데 있는 율법과 전통에 종속된 교리를 먼저 강요받으며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을 믿으려 갈등을 겪으며 살았다. 신앙생활은 하지만 인격과 지혜가 성숙되지 않아 위선된 삶을 살면서….
자유하고 순수한 영혼에게 상담하며 인도하는 하나님을 누리게 하는 일이 먼저다. 성경의 수많은 질문 속에 숨어 있는 진리를 이해하여 지혜의 음성을 듣게 하면서…. 이 일이 자연스레 이루어져 신앙이 숨쉬기처럼 쉬워지게 하는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다. 틀을 벗은 가운데 이루어지는 온전한 사랑 안에서….
이 진리를 모르고 난 기적을 보여 주시면 모든 논리에 맞지 않아 믿어지지 않는 교리들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구하라 그리하면 응답하시리라는 말씀에 의지해 열심히 신비를 구했다. 왜 하나님은 아프고 힘겨운 이별을 만들어 놓으셨을까? 불의와 불공평과 가난과 고통과 억울함 들을 세상이 두셨을까? 성경을 논리와 이성으로 믿어지기 어렵게 하셨을까? 끝없는 질문을 하면서….
알콩달콩 은퇴 후의 삶을 살며 낮아진 가운데 누구에게나 공감될 수 있는 진리를 이해함이 변화 산에 주님과 함께 오른 듯하다. 그리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 내 안에서 나를 행복된 길로 인도하시는 사랑을 알게 한 후에 교리를 논리에 맞게 소개할 꿈에 가슴이 부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