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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牧會斷想] 하나님 형상 닮은 나를 찾은 즐거움   

[목회단상 牧會斷想] 하나님 형상 닮은 나를 찾은 즐거움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하나님 형상 닮은 나를 찾은 즐거움  

어릴 적 하나님은 눈도 있고 코도 있고 입도 있는 분이라 생각을 했다. 자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지으셨다는 말씀 읽고서. 하지만 “형상 있는 하나님이 왜 보여 주지 않을까? 한 번만 보면 방황 없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데” 하며 아리송해했다. 

머리가 커지며 “하나님의 사랑을 닮은 인간을 지으셨다”라고 합리화했다. 그런데 내 안의 한 생각이 “동물들도 인간 못지않은 사랑을 하는데 무슨 소리야!” 하고는 “하나님은 질투도, 미움도, 화까지 내시는 분”인데 하며 아리송을 거두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인격을 닮게 지으신 인간”이라 고치려니 “인간이 하나님의 인격을?” 하며 어처구니없어 머리를 하늘을 향하고 웃는 듯하다. 그러면 “영적인 형상을 닮았다는 뜻일까?” 해석하려 해도 시원하게 동의하지를 않는다. 

아리송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지내던 어느 날 무릎을 ‘탁’ 쳤다. 하나님이 스스로를 “우리”라고 하신 뜻이 이해되며. 아버지 하나님, 아들 하나님, 성령 하나님, 빛이신 하나님, 진리이신 하나님, 신랑이신 하나님, 친구이신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 공의의 하나님, 질서의 하나님 등등. 한 분인데 우리이신 하나님. 

우리 하나님을 닮은 나를 알곤 나의 어리석은 삶이 보인다. 아들로, 아빠로, 남편으로, 목사로, 피조물로, 친구로, 손님으로, 서비스 맨으로 그들 상황의 눈높이에 맞추며 사랑에 따라 상대해야 하는데 난 이기심과 욕심에서 온 편견과 얄팍한 지식에 매여 싸우고 화내고 좋아하며 살았다.  

이런 나를 하나님의 인격과 사랑을 닮은 형상을 회복하여 가치 있고 행복하게 살게 하시려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시어 내 안에 빛으로, 상담자로, 목자로, 친구로 치료자 등등 다양한 모습으로 계시는 것을 알았다. 

이후로 나를 지배하는 감정과 생각들의 뿌리를 이 빛에 비추어 본다. 때로는 고개가 숙여지고, 때로는 부끄럼을 느끼지만 조금씩 조금씩 철이 든다. 그리고 분별하여 선택하고 결정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며 삶이 쉬워짐을 누린다. 어려운 문제는 어려운 문제대로, 속상한 문제는 속상한 문제대로, 쉽고 좋은 문제는 그런대로 삶이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 되게 하는 재료로 삼으며.  

다른 변화가 또 인다. 작고 시시한 일들 하나하나와 순간순간이 귀하게 여겨지면서. 그리고 ‘굴곡이 심할수록 기암절벽에 자라는 소나무나 야생화처럼 더욱 소중한 작품의 소재가 되겠지’ 하는 꿈을 품는다. 경쾌한 마음으로 난 새벽녘 눈을 뜨고 잠들었던 침구 정돈을 하고, 동트는 가운데 펼쳐지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즐긴다. 걷고 또 걸으며 땀을 뻘뻘 흘리다 두리번거리며 새소리를 듣고 나무 사이로 비추이는 하늘과 구름을 즐긴다. 그리고 샤워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하얀 캔버스를 준비하듯 몸과 마음을 맑고 순수하게 정돈하고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선과 악, 사랑과 미움과 질투, 물질과 정신, 생물과 무생물, 햇빛과 공기와 흙과 바위, 빨주노초파남보, 도레미파 솔라시도를 잘 어우러지게 하나님이 하셨듯 어리석었고, 죄 속에 있었고, 얄팍한 생각 속에 있었던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들을 모아 작품의 재료로 삼으며 나를 예술가이신 하나님을 닮게 지으신 은혜에 가슴이 뜨겁다. 

하지만 얄팍한 지식과 이기적인 계산이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무시하거나 설득하거나 속이려 할 때도 있겠지. 그때 빛으로 비추며 알아차리도록 하시는 은혜에 감사하며 하나님의 인격과 사랑과 예술가의 성품을 닮은 내가 되어 삶을 아름다운 작품이 되게 해야지. 

그러노라면 서로 바라만 봐도 진실이 통하는 친구가 하나둘 늘어 가겠지. 은혜를 나누는 친구도 찾아올 거고. 그리고 정직하게 소통하고 합력하여 작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받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겠지. 예술가이신 하나님을 닮아 더욱 소통이 깊어질 기대에 부푼 가슴으로 하루하루를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며 사는 행복이 신앙인의 특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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