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수다(14) –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지하 16평에서 개척을 하여 2년 만에 드디어 2층으로 예배당을 옮기게 되었다. 당시에 개척한 목사들의 소원은 지하 예배당을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온 후 예배당을 건축하는 것이었으니 나도 반은 이룬 셈이었다.
하지만 살림집을 따로 얻을 돈이 부족해서 예배당 뒤편을 나무로 막아 방으로 꾸몄다. 보일러도 없었고 부엌도 따로 없었지만, 아침에 드는 햇볕으로 인해 감사하며 목회했다. 서너 살이 된 아들은 좁은 방 대신 넓은 예배당을 뛰어다니며 장난감을 아무 데나 놓았기에 예배 시간이 되면 정리하느라 바빴다. 예배당에서 놀다가 싫증나면 골목길에 나가서 놀았다. 사내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다 동일하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들은 유난히 목이 쉬도록 동네에서 큰소리를 내며 놀았기에 예배당 창문만 열어놓으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다 알 수 있었다.
하루는 밖에서 아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나가보니 또래의 친한 친구 녀석과 뭐가 문제였는지 서로 자기 아빠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우기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 녀석의 아빠는 교회 맞은편에서 설비집이라고 하는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녀석이 자기 아빠는 이 세상에서 못 고치는 것이 없다고 큰소리를 치자 아들 녀석이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높으신 하나님의 일을 하는 목사님이야…” 이렇게 말하며 서로 뒤엉켜 치고받고 있었다. 우선 두 녀석을 떼어 놓아야 했다.
수리점 아들을 달래서 부모에게 돌려보내고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아들의 손을 잡고 데려와 씻겼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수리점 주인이 개척교회의 가난한 목사인 나보다 더 많을 것이고, 힘이 세도 그가 더 셀 것인데 아들 녀석은 아빠가 뭐가 그리 대단하게 보여서 싸웠는지 궁금했다. 아들은 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높은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인데, 그깟 남의 집수리나 하는 OO이가 자기 아빠를 자랑해서 싸웠다고 했다. 나는 너털웃음이 나왔지만 애써 참았다.
어려운 목회를 하느라 먹을 것도 제대로 사주지 못하고,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어린이집에 보내지도 못했는데, 보일러도 없는 차가운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잠을 재웠는데, 그래도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으로 보였나 보다… 생각해보니 너털웃음보다 울음을 참느라고 헛기침을 하며 침을 몇 번이나 삼켰다.
“그런데 아들아, 싸우는 것도 좋지만 우리 아빠가 목사님이라는 말은 하지 말고 그냥 싸우도록 해라.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네가 아빠 아들이라는 것은 이 골목 사람들이 다 아니까…”
나는 차마 아들에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싸움은 나쁜 것이라고 가르칠 수가 없었다. 대신 내 아들은 나를 위해 저렇게 골목길에서 전투(?)를 하는데 나는 나의 아버지인 하나님을 위해 어떤 영적 전투를 하는지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하나님께 간구했다. “하나님 아버지시여! 제가 서너 살 먹은 제 아들 녀석보다 못합니다… 앞으로는 정말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 열심히 목회하겠습니다. 그러니 제 아들 녀석이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아들을 위한 기도는 빨리 응답이 되었다. 다음 달부터 아침에 어린이집에 데려다 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아들도 기뻐했지만 내가 아들보다 더 기뻤다.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이 세상을 지으신 하나님이시다. 나는 그 후로 평생 이런 마음을 품고 목회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