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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11)
색다른 지구인 – ADHD

<span style=" font: bold 0.8em Nanum Gothic, serif ; color: green;">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11)</span> </br><span style=" font: bold 0.5em Nanum Gothic, serif ; color: fuchsia;">색다른 지구인 – ADHD</span>

홍경아 사모(미주)
아리조나한인교회, 현 공립초등학교 특수교사

색다른 지구인 – ADHD

ADHD! 우리 말로는 ‘주의력 결핍 행동장애’. 흔하게 들어 보았을 것이다. 누군가 부산스럽고 덜렁거리면 “ADHD 아니냐?”하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ADHD가 무엇인지 이것이 장애인지 아니면 질병인지,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분야인지 아닌지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2~3회에 걸쳐 ADHD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선생님, 오늘은 기분이 꿀꿀해서 공부가 안 돼요.”

갑순이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자랑스러운 듯 큰 소리로 말했다. 갑순이는 자리에 앉아서는 최신 유행가를 흥얼거리더니 몸까지 흔들어 재낀다. 옆에 앉아 있던 갑돌이도 이 바람을 타고 같이 노래를 부르다가 뜬금없이 휴일에 여행 갈 계획을 말한다. 말을 멈추지 않는다. 입에 오토바이를 단 것 같다. 그러다가는 나에게 어제 TV에서 본 춤을 한번 선보이고 싶다는 황당한 제안을 한다.

“얘들아, 진정해라. 지금은 수학 시간이니 어서 마음을 가다듬고 수학 문제를 풀어보자.”

어떻게든 아이들을 다독여서 공부를 하려고 하지만, 오늘은 왠지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날씨가 흐린 탓인지 아이들이 더욱 들떠 있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할 수 없이 치사해 보이지만 ‘당근과 채찍’ 전략을 사용한다.

“너희들, 이렇게 선생님 말 안 듣고 계속 노래 부르고 수다를 떨면 경고 줄 거다. 경고 3번이면 교장실에 가는 것 알고 있지! 그러나 다시 집중하고 문제 풀면 스티커 3개 받을 수 있단다. 2주 동안 스티커 25개만 모으면 과자, 10분간 컴퓨터 게임, 색칠공부 중에서 하나 골라서 놀 수 있는 것 기억하고 있지!”

그나마 아이들이 지금 풀어야 할 수학 문제들이 아주 단순한 덧셈 뺄셈 문제들이기에 아이들은 채찍과 당근 전략에 꼬리를 내리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 푸는 속도는 그야말로 거북이가 울고 갈 정도이다. 아이들 옆으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지금 풀고 있는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 주면 문제 푸는 속도가 다소 빨라지지만, 그렇지 않고 말로만 재촉하게 되면 소귀에 경 읽기 꼴이 된다. 문장으로 된 수학 문제나 글씨나 숫자가 너무 많이 쓰여 있는 학습지를 들이밀었다가는 격한 거부 반응에 역풍을 맞는다. 문제 풀기 싫다고 바닥에 뒹굴거나 5학년씩이나 돼서 유치원생처럼 떼를 쓰기도 한다.

“싫어요, 안 풀 거예요. 전 특수아예요. 난 바보라고요. 어쩌라고요” 등등의 황당한 반응을 맞이하게 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 중 많은 이들이 ADHD 진단을 받은 이들이다. 이들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ADHD가 그냥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부산하게 움직임이 많은 정도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예전에 한국에서 가르친 학생 중 몇몇이 ADHD를 진단받았기에 그들을 통해 ADHD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학교에 있는 동안 매일매일 ADHD를 지닌 학생들을 만나고 그들을 직접 가르치면서 나는 요즘에야 비로소 ADHD를 새롭게 배워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내가 잘못 알고 있었거나 모르고 있던 사실들을 발견하면서 이러한 것들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ADHD는 고칠 수 있는 병이나 성장하면서 없어지는 성장통이 아니라 성격이나 특성처럼 평생 그 사람 속에 존재하는 성향이라는 것이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여러 사람의 눈에 덜 띄는 쪽으로 ADHD 증상이 내면화될 뿐이다. 두 번째로는 ADHD는 단순히 집중력이 부족하고 행동이 부산한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문제의 근본은 인간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내리는 전두엽의 실행기능이 일반 사람들과 달라서 각종 자극을 차단하거나 자극에 대한 반응을 절제하지 못하면서 여러 가지 불편한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행동이나 감정, 반응을 절제하지 못하는 것”이 주요한 증상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 이것저것 쓸데없는 갖가지 상황과 환경에 반응을 보이느라 뇌가 너무 바빠서 머릿속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계획할 시간과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한 가지 일을 꾸준하고 끈기 있게 할 수 없게 되고,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다거나 내 행동에 대한 결과에 대해 전혀 생각할 수 없게 된다. 한 마디로 머릿속이 무질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머릿속만 무질서한 것이 아니라 정리 정돈을 매우 힘들어하고, 정리 정돈이 잘 안 되므로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숙제나 날짜, 약속 시간 등은 까먹기 일쑤이다.

세 번째로는 격한 감정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작은 일에 지나치게 화를 낸다든지 상대방을 화나게 하는 말을 내뱉는다든지 한다. 때로는 온 세상이 자기를 미워하는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사소한 일에 화를 내기도 한다. 더불어 ADHD를 지닌 학생 중 2/3 이상이 추가로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의 다른 장애도 동반하여 지닌다는 것은 이미 특수교육계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ADHD를 지닌 학생 중 46%가 학습장애를 지녔고, 27%는 품행장애, 18%가 불안증, 14%가 우울증, 6%가 자폐증 그리고 1.3%가 투렛 증후군을 동반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하니 ADHD를 지닌 색다른 지구인들에게는 일반적인 지구인들을 양육하고 가르칠 때와는 다른 방법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갑순아, 너를 학교에 보내느라 고생하는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해라.” “너 이러다가 대학 가겠냐?” “야, 지난번처럼 한번 혼나 볼래?” 등의 고전적인 방법을 가지고 도전했다가는 거지꼴이 되어 후퇴하기 십상이다. 우리 주변의 무한한 인내와 사랑을 필요로 하는 ADHD 지구인들을 위한 특별한 교육 방법은 다음 편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참고자료> Kutscher, M.(2014). Kids in the syndrome mix of ADHD, LD, Autism Spectrum, Tourette’s Anxiety, and more.(2nd ed). Great Britian :Jessica Kingsley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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