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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牧會斷想]
미움을 왜 지으신 걸까?

<span style=" font: bold 0.8em Nanum Gothic, serif ; color: green;">[목회단상 牧會斷想]</span> </br><span style=" font: bold 0.5em Nanum Gothic, serif ; color: fuchsia;">미움을 왜 지으신 걸까?</span>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미움을 왜 지으신 걸까?

“할아버지 놀자” 여섯 살과 세 살배기 손녀와 손자가 늘 하는 말이다. 이때 뇌의 한 귀퉁이에서 꼼지락거리는 생각이 있다. ‘왜 반말이야? 내가 너네들 친구야? 나도 할 일이 많단 말이야!’ 그러나 이 생각들을 눌러 놓고 난 손주들과 소꿉놀이 숨바꼭질 그리고 나들이를 한다.

이러 노라면 숨죽이고 있던 생각이 살포시 고개를 쳐든다. 무의미한 시간을 만드는 이기적인 녀석들이라는 생각이 …. 이럴 때면 미움의 덫에 걸리는 것이 당연할 텐데 난 체력이 달려 주저앉을 때까지 함께 놀며 행복해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에서 이와 다르게 소소한 서운한 마음으로 미움에 사로잡히기 일쑤이다. 그리고 후유증을 앓는다. 자신은 돌보지 않고 올곧은 성직자로 성도를 사랑할 것을 하나님께 약속하고 시작한 목회에서도….

새로 들어온 교인을 막말로 쫓아내는 족속들, 헌금은 체면치레로 눈곱만큼 하면서 주인 되려는 인간들,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달라기만 하는 사람들, 주고 또 주어도 감사는커녕 배신하는 사람들, 필요에 따라 아부와 이간질을 뻔뻔스럽게 하는 교역자들을 만날 땐 덜컥 미움에 끄달려 허우적거리기 일쑤다. 그리고 미움은 목회의 주인 되어 콩나라 팥나라 간섭을 한다. 공의와 지혜와 사명감을 희미하게 만들어 버리면서…. 그리고 ‘내 인생은 뭐야?’ 하는 생각과 함께 목회에 대한 회의에 빠지곤 한다.

이러다 상황에 맞는 성경 구절을 찾아 문제 해결의 기대감을 가지고 설교를 하니 말씀으로 우리를 친다는 가십이 성도들 사이를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이때 억울한 마음을 삭이고 용서하고 사랑하려니 불의를 방치하는 듯하여 혼돈에 빠진다.

손녀와 손자와의 관계에선 미움의 종 되지를 않는데 왜 성도들과의 관계에서는 쉽사리 미움에 코를 꿰이는 것일까? 이때 ‘몰라서 물어?’ 하는 질문과 함께 떠오르는 답이 있다. 피붙이와 타인을 향한 사랑이 다르기 때문인 것을…. 그러나 다시 반문이 다시 생긴다. 사랑하는 관계인 아들과 딸 그리고 부인과 남편 부모까지 미워하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왜 미워하게 되는 것일까? 하나님은 왜 미움을 지으신 것일까? 사랑만 창조해 놓았으면 죄짓지 않고 행복할 텐데…. 질문하는 나에게 반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미움은 죄도 되지만 선한 것도 된다는…. 불의를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그래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하는데…. 실천하려니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져 버린다.

안 될 것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열쇠가 있다. 이해이다. 그리고 무지와 욕심에서 나오는 기대를 정리하는 것이다. 반말할 수밖에 없고, 이기적인 사고 능력과 감정을 절제할 수 없는 손주들의 능력의 한계를 난 잘 안다. 그리고 이 이해에서 온 기대를 바탕으로 손주들을 대하니 이기적이고 버릇없는 말과 행동을 해도, 내 몸이 고달파져도 미움의 노예가 되지를 않는다. 오히려 조금씩 성숙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랑스러워지는 마음이 커진다. 좋은 것은 무엇이든 다 주고 싶어지면서….

우리는 어설프게 이해한 지식과 욕심에 끌린 기대를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판단하고 정죄하며 미움의 노예가 되곤 한다.

인간이 무엇인지, 사고 능력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 이해하면 할수록 사고력이 커지고 아름다운 인격으로 성숙하게 된다. 그리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런 실력을 키우며 성도들의 신앙을 지도할 때 아름다운 목회의 열매를 맛보게 되는 것이 아닐는지…. 완벽하게 성숙된 신앙인들만 있어 목회자가 필요 없는 세상이 아닐 바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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