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時論] 네로와 2020년 대한민국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네로와 2020년 대한민국
네로가 통치하던 로마제국의 수도인 로마에 64년 7월 18일 대화재가 발생하여 6일 동안 번졌다. 그 결과 로마의 14개 구역 중 10개 구역이 전소되었다. 유서 깊은 대건축물인 컬커스가 파괴되었고 가난한 사람들의 가옥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의 아내와 이혼을 하고 친구의 아내를 빼앗아 결혼하려는 계획에 반대한 친 어머니를 죽인 네로이기에 흉흉한 소문이 떠돌았다. 네로는 화재복구를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세웠지만 좀처럼 소문은 가시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확산되었다. 사람들은 네로가 더 큰 황금 저택을 지을 대지를 개간하기 위해서, 또 더 큰 로마시를 건설하려고 일부러 화재를 일으켰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은 네로가 불타는 로마를 보면서 파티를 즐겼다는 말을 했다. 사실 그는 로마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마케나 탑에 올라가 하프를 연주하며 ‘불타고 있는 트로이’라는 시를 읊고 있었다고 한다.
네로는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눈엣가시 같은 기독교인들은 로마 신들과 황제 숭배를 거절하였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신은 오직 자신들이 섬기는 한 분밖에 없으며 그 신의 아들인 완전하고 영원한 예수만 왕으로 인정한다고 하였다. 그 결과 대다수의 로마시민으로부터 경멸과 비난을 받고 있었다. 더욱이 그들은 권력도, 돌봐주는 사람도 없었다. 희생양으로 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기독교인들이 사는 곳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으니 그들을 방화범으로 몰기에 충분한 조건이 갖춰진 셈이었다.
기독교인들이 방화범이라는 유언비어는 꽤나 효과가 있었다. 우선 네로가 시범적으로 몇몇 기독교인을 잡아다가 사자의 밥이 되게 했다. 예상대로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었다. 그 광경을 본 군중들은 기독교인들을 악질적인 사람들이라고 단정하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학살하기 시작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붙잡혀 십자가에 처형되거나 화형을 당했다. 네로는 자신의 정원을 밝히기 위해 기독교인들을 불태워 죽였다. 이런 학살에 대해 당시 세계에서 가장 문명화되었던 로마시민들은 네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기독교인들을 더욱 잔인하게 죽이라고 외쳤다. 역사가들은 ‘새롭고 사악한 미신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단체인 그리스도인들’이라고 매도했고 기독교를 ‘매우 위험한 미신’이라고도 했다.
2020년 2월 20일, 대한민국의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모 감독을 위해 짜파구리 파티를 하며 박장대소하였다. 그날 우한 폐렴으로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하자 청와대는 아차 하는 마음이었다. 때를 같이하여 기독교에서 사이비로 정한 신천지라는 집단에서 감염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문씨가 청와대에 들어간 후부터 밤잠을 못 자게 한 이들이 바로 기독교인들이었다. 원래 철야기도와 새벽기도에 능숙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청와대 앞마당에서 밤낮으로 기도와 찬송을 하며 예배를 드리는 등 못마땅한 짓을 했다. 광화문에서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인파를 모아 자신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중에 어느 목사는 눈엣가시 같은 선동꾼이었다. 청와대 앞 광야교회 천막을 철거하고 그 목사를 잡아넣으니 속이 후련했다. 그런데 아직 속이 풀리지 않았다.
4월 15일에 있을 총선을 풀어나갈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의사나 의료 관련 단체에서는 일찌감치 중국인들의 입국을 막으라고 수차례 건의했으나 시진핑의 눈치를 보느라 막지 못한 것이 우한 폐렴이 번진 원인임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으니 극적인 반전이 필요하던 차에 신천지와 교회를 묶어 그들이 원인이라고 지목하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이에 미치자 발 빠르게 행동에 옮겼다.
일단 국무총리와 관계 장관들에게 교회가 도저히 준수하지 못할 행정명령을 내리게 하고 목사들을 겁박하며 예배하러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공무원과 경찰을 동원하여 겁을 주면 된다. 대통령이 살짝 거들면 더 잘 먹힐 것은 자명한 일. 그러다가 반발하여 경찰이나 공무원을 폭행하면 교회는 온 국민의 건강을 도외시하는 파렴치한 집단이라고 매도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말을 잘 듣는 기자들을 미리 대기시켜놓고… 게다가 요즘 젊은이들 중에 기독교인들이라고 하면 묻지도 않고 싫어하는 이들이 있으니 알아서 유튜브에 중계할 것이고 무엇보다 자신의 친위부대인 대깨문들이 잘 활약해 줄 것이니 상황은 끝이다.
그런데 왜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가? 기독교인들은 로마 시대 당시 노예와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에서도 그들을 동등하게 대우하여 사회질서를 문란케 하더니 예배당 입구에서 체온을 재고, 손 세정제를 비치하며, 오히려 더 질서 정연하게 예배를 드리면서 문씨의 속셈을 문란케 하고 있다.
교회는 과연 우한 폐렴을 전파하는 위험한 곳인가? 아니면 위험한 곳이라고 뒤집어씌워야 이득을 보는 집단의 선동 대상인가? 로마 시대와 지금은 뭐가 달라졌는가? 사람들은 뭐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국의 5만 5천 개 교회 중에서 우한 폐렴과 관련된 교회는 불과 얼마 안 된다는 사실을 아는가?
오늘도 친절한 문씨는 교회에서 모여 예배를 드리지 말고 가정예배나 온라인예배를 드리라고 지침을 내리신다. 담임목사를 구속시킨 그 교회에는 수백 명의 공무원과 경찰을 배치시켜 예배를 드리러 오는 신도들에게 겁을 주며 벌금을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나이트클럽 같은 젊은이들이 춤을 추는 곳은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고 불과 서너 명의 공무원들만이 현장지도를 할 뿐이다. 기독교와 기독교인을 그리 싫어했던 네로는 30살에 죽었지만, 기독교는 이천년이 지난 지금도 왕성하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그 자리에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짧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