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의 문학의 숲에서 만나는 진리의 오솔길] 레오 톨스토이의 “부활”
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대표)
레오 톨스토이의 “부활”
레오 톨스토이는 세계 문학사상 가장 저명한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톨스토이는 단순한 문학가를 넘어 위대한 사상가요, 종교 운동가요, 문화 비평가입니다. 지주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불우하게 자랍니다. 방탕한 젊은 날들을 보내던 그는 장교로 군 복무 중에 자전적 소설 ‘유년 시절’로 등단해서 촉망받은 신인작가로 인정받고 작가의 길을 걷습니다. ‘부활’은 1889년 71세의 톨스토이가 발표한 역작입니다. 이 부활은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와 함께 톨스토이의 3대 장편 소설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톨스토이는 ‘부활’을 통해 러시아 사회와 러시아 정교를 정면 비판하였습니다. 정교회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톨스토이는 러시아 정교회에서 파문당했습니다.
톨스토이는 어느 날 저명한 변호사이고 소설가인 친구 코니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이야기는 코니를 찾아온 젊은이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젊은이는 대학을 졸업 후 친척인 시골 지주의 집을 방문했다가 그 집 하인이었던 16세의 소녀를 유혹해 아이를 임신케 합니다. 임신이 들통 난 소녀는 그 집에서 쫓겨나 아이를 양육원에 맡기고 매춘부가 됩니다. 어느 날 생활이 어려워 취객의 주머니에서 돈 100 루블을 훔친 죄로 재판을 받게 되는데, 그 청년이 배심원의 한 사람으로 재판에 참석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녀를 만난 그 청년은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진 빚을 갚은 길은 그녀와 결혼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교도소로 찾아가 그녀에게 청혼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고민을 A.F. 코니 변호사와 의논합니다. 코니 변호사가 만류했지만 매일 감옥을 찾아 구애하여 결국 승낙을 받아냅니다. 그런데 결혼식을 기다리던 때 그녀가 발진티푸스로 죽습니다.
톨스토이는 이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듯 격한 감정을 느낍니다. 톨스토이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는 1889년에 ‘코니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초고를 쓰기 시작하여 10년 후인 1899년 가을에 ‘부활’이란 이름으로 탈고합니다. 남자 주인공 네흘류도프는 톨스토이 자신의 분신이고, 여자 주인공 예카테리나 미하일로바 마슬로바는 자신이 범했던 여인과 코니 변호사가 만났던 여인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 ‘부활’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마슬로바는 시베리아에서 온 상인 독살 사건의 피의자로 재판을 받습니다. 이 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석한 네흘류도프 공작은 한눈에 마슬로바를 한눈에 알아봅니다. 오래전 그가 자신의 고모의 양녀 겸 하녀였던 그녀를 범하였는데 그녀가 임신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100루블을 주고 떠났었는데 그녀를 법정에서 만난 것입니다.
네흘류도프 공작은 마슬로바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었던 것 때문에 고모의 집에서 쫓겨났던 알게 됩니다. 또 우여곡절 끝에 매춘부가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매춘부로 살다가 살인과 절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입니다. 사실은 마슬로바는 죄가 없이 누명을 쓰고 말았습니다.
네흘류도프는 자신 때문에 마슬로바가 타락의 길로 들어선 것을 알고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네흘류도프는 마슬로바의 무죄를 확신했지만, 판세는 다르게 흘러갑니다. 네흘류도프는 마슬로바의 무죄를 주장하지만 배심원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마슬로바는 결국 4년의 유형을 받는데 이유는 배심원들이 유무죄 토론을 너무 지루하고 귀찮은 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마슬로바의 판결에 당황하고 배심원들의 태도에 분노한 네흘류도프는 마슬로바 구명 활동을 펼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는 유사하게 처리되어 억울한 피해자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네흘류도프는 다른 수감자들의 구명운동을 펴고 불쌍하고 억울한 수감자들이 석방되도록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네흘류도프가 그렇게도 원했던 마슬로바의 구명운동은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온갖 노력에도 마슬로바가 시베리아 유형지로 떠나게 되자 충격을 받습니다. 마슬로바와 다른 죄수들의 구명 운동을 통해서 그는 러시아의 법과 제도에 대하여 새로운 눈을 뜹니다. 형사제도의 불합리성, 귀족사회의 모순과 부패를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네흘류도프는 자신의 농노들에게 세금에 해당되는 돈만 받고 땅을 다 나눠주고 마슬로바를 따라 시베리아로 갑니다.
그는 속죄를 위해 자청해서 시베리아로 떠나는 것입니다. 시베리아로 향하여 가는 도중에 그는 마슬로바를 보호하고 돌보아 주고 마슬로바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서 그녀를 형사범에서 정치범으로 옮겨 줍니다. 네흘류도프는 마슬로바에게 진심을 보이며 청혼을 합니다. 그런데 마슬로바는 감옥에서 만난 자신을 사랑했던 혁명가 시몬손과 결혼합니다. 결혼이 무위로 돌아간 뒤 네흘류도프는 숙소로 돌아와 영국인이 기념으로 준 성경에서 새로운 삶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사랑과 용서가 러시아 사회문제(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에서 스토리는 끝납니다.
소설은 인간의 완전한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선 네흘류도프가 변화됩니다. 그는 원래 귀족 출신인 데다 재산도 넉넉해 거리낌 없이 살았던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전형적인 귀족 청년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슬로바를 보러 교도소를 출입하면서 변합니다. 마슬로바도 변화됩니다. 처음에는 동정심으로, 나중에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네흘류도프 마음을 알고 자신도 새 삶을 삽니다. 쾌락에 물든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그녀 역시 이타적인 삶을 살겠다고 결심합니다.
톨스토이가 ‘부활’에서 그리는 부활은 변화된 삶입니다. 성경적 삶으로 변화입니다. 이런 점에서 네흘류도프의 부활은 그가 마슬로바의 무너진 삶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자각한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성경을 펼치면서 결단한 성경적 삶이 톨스토이가 그렸던 부활의 완성입니다. 이런 변화는 톨스토이가 원했던 자신의 변화일 것입니다. 그는 이 작품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서 부활을 자전적 소설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19세기 말엽의 러시아는 불의와 위선이 팽배했습니다. 공공연한 악행이 성행했고, 법은 언제나 강자의 편이었습니다. 더욱이 복음의 능력을 상실한 러시아 정교회는 타락과 부패 앞에 침묵할 뿐만 아니라 타락에 동참합니다. 톨스토이는 이런 점을 회의하였고 참된 신앙의 부활을 꾀했습니다. 그는 본 작품을 통해서 부활되어야 성도의 삶(성경적인 삶)을 보여줍니다. 이 부활은 주님의 부활을 믿고 부활을 소망하는 성도들의 삶에 맺혀야 할 열매입니다. 부활 주일에 다시 읽는 톨스토이의 부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