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웨스턴 칼럼-안지영] 교회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2)
[미드웨스턴 칼럼-안지영] 교회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2)
(지난 회에 이어)
… 복음서에는 인간의 삶의 현장이 보이는데, 서신서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단지 교회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서신서 설교 대부분은 교회에 관한 것이고, 사역도 교회에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서신서는 성도의 일상 생활 보다는 교회에 더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일은 곧 교회 일이라고 여기는 게 일반적 현상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래서 많은 설교자들이 서신서를 설교할 때면 기독교 교리를 가르쳐야 하는 걸로 여깁니다. 믿음으로 의로워진다는 것, 성화, 구원, 예정론, 자유의지, 교회론, 종말론 등등, 서신서는 기독교 교리의 산실이라 간주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런 서신서의 교리는 복음서의 예수님이 전하시는 하나님 나라와는 그 간극이 커 보였습니다. 그래서 목회를 시작하면서 서신서를 다루질 못했습니다. 둘 사이의 차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가끔 서신서의 일부를 선택해서 설교하기는 했지만, 서신서 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교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도행전에서 바울과 하나님 나라를 연결하는 실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바울이 에베소 회당에 들어가서 석 달 동안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가르쳤다는 내용이 나옵니다(행 19:8). 또한, 3차 전도여행을 마무리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바울은 에베소교회의 장로들을 만나서 자기가 그동안 그들에게 가르쳤던 내용이 하나님 나라라고 언급합니다(행 20:25). 이뿐만 아니라, 로마로 이송되어 온 바울이 그의 셋집에서 가택연금을 당하고 있는 중에도 하나님 나라를 담대히 전파하며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것을 가르쳤다고 누가가 언급하고 있습니다(행 28:31). 누가는 이 진술을 끝으로 사도행전을 마무리합니다. 이런 사실로 보아, 바울이 교회를 세우고 교회에 대하여 가르쳤지만, 그 가르침의 기본이 하나님 나라였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가 방문한 곳마다 하나님 나라가 그의 가르침의 중요한 주제였다는 거지요.
그러면 예수님이 선포하셨던 하나님 나라를 바울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요? 그는 예수님의 제자들과 깊은 교류를 하지 않았다고 자기 스스로 말합니다. 자기가 받은 예수님의 가르침은 사도들이 전수해 준 게 아니라 자기가 부활하신 예수께로부터 직접 받은 거라고 주장하거든요(갈 1:11-12).
바울은 다른 유대인과 마찬가지로 메시아가 와서 이스라엘을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하나님 나라로 만드시는 날을 고대했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으로 다스려지는 나라가 되고, 세상 모든 나라가 예루살렘 성전에 와서 하나님을 경배하는 그런 나라가 되기를 꿈꿨던 자였습니다. 그런데 스데반 집사가 하나님의 성전을 부인하는 말을 하니,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가 하나님을 모욕하는 집단이라고 여겨서 교회를 핍박했던 거지요. 그러다가 다메섹으로 가던 도중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돌변하게 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만난 그는 지금까지 그가 굳게 믿고 있었던 유대인의 신앙을 처음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할 자리에 이른 겁니다. 그래서 그는 3년 동안 아라비아로 가서 구약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기의 고향 땅 다소에 가서 그는 거의 10년을 그곳의 회당에서 가르치면서 다시 연구하는 시간을 갖게 된 거지요.
그가 발견한 것은 하나님 나라가 더 이상 혈통으로 이어지는 나라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이어지는 새로운 이스라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창세기부터 말라기서까지 두루 살펴서 하나님의 선교, 즉 온 세상에 하나님의 통치를 바라는 사람들을 위한 공동체가 세워져야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안디옥교회에서 파송을 받아 이방 지역에 있는 유대인과 이방인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전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그 하나님 나라에 들어간 자들이 모여서 교회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 거지요. 그래서 교회 공동체의 목적은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이 나의 주인 되심을 고백하는 삶을 살아냄으로써 온 세상이 새로운 피조물로 변화되는 게 교회의 존재 목적이 되는 겁니다.
바울 서신서에서 하나님 나라에 관한 언급이 많이 없었던 것은, 그 교회가 이미 하나님 나라에 관한 가르침을 받은 자들이었기에 하나님 나라를 소개하며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는 거지요. 그 바탕 위에서 교회가 겪고 있는 실제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 하나님 나라는 구약 성경에서 하나님이 구상한 나라였습니다. 그리고 그 나라가 온전히 나타나는 날을 약속하셨던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셔서 구체적으로 그 나라가 이 세상에 임할 수 있도록 하신 겁니다.
나는 이 사실을 발견하고 나서야 비로소 서신서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서신서에 주님의 나라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이 세상에 드러내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그것을 위해 교회는 존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려 보았습니다. 그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릭 워렌이 말했던 다섯 가지 미션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 나름대로 교회를 이해하기 위해 이 연관성을 알아내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