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웨스턴 컬럼: 리더십 시리즈] 심민수 교수 – 리더십 시리즈 ⑤-2
심민수 교수 –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리더십 시리즈 ⑤
권력형 리더와 권위형 리더(2)
반면에 바리새인들은 헬라화가 극에 달하던 기원전 2세기에 유대인의 전통 종교문화를 고수하려던 하시딤(경건한 사람들) 세대의 후예들 중에서도 특별히 분리주의적 태도를 지녔던 무리들로 구성되었다. 요세푸스에 의하면 이들은 전통적인 종교의식 수행이나 율법 해설에 있어서 새로운 해석을 가했던 종교 집단이었다. 이들은 줄곧 청중을 가르치면서 서민들과의 접촉이 빈번했기 때문에 백성의 삶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이는 바리새파가 서민들을 등에 업고 종교세력 뿐 아니라 정치권력에도 영향을 행사하는 상황을 낳았다. 구체적으로 바리새파는 하스모니안 왕조 내내 사두개파와 권력 암투를 벌이며 중간기 후반에 유대 사회 전반에 걸쳐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수많은 문제를 낳았다. 특히 바리새파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왕자의 왕위 계승을 위해 사두개파와 불꽃 튀는 투쟁을 벌였다. 이 양파의 권력암투는 수많은 사상자를 동반하는 사태로 이어졌기 때문에 이스라엘 전체에 크나큰 악영향을 끼치면서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렸고 외세 침략의 도화선을 제공하는 꼴이 되었다. 이로써 하스모니안 왕조가 더욱 쇠락의 길로 내딛게 되는 계기를 열어 주었다.
사두개파와 바리새파가 하스모니안 왕조의 파국에 한 원인 제공자들이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놓고 볼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종교적 권력 다툼은 단순히 종교 내부갈등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의 집단 영향력의 크기에 따라 때로는 국가적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종교권력이 정치권력과 결탁하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이런 결합은 신앙의 본질을 훼손시키고 공동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종교 집단의 권력화는 언제나 공동체의 운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만든다. 둘째, 종교 지도자 그룹의 문화는 그들을 추종하는 집단의 삶 전체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권력형 리더십의 부산물이 아닐 수 없다. 종교 리더 그룹이 무엇을 중심에 두고 어떤 지향점을 지니고 있느냐 하는 것은 그 리더십이 미치는 반경 안의 사람들 모두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되어 있다. 유대 사회에서 사두개파와 바리새파가 만들어내는 리더십은 각 집단 안에 내재하는 문화에 기인하고 그 문화는 그 집단의 정체성에서 비롯되었다. 문제는, 이 두 집단이 지닌 정체성은 그들의 무의식 속에 권력의지가 작용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왜곡된 종교 현상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세상 권력과 진배없는 양상으로 또 하나의 권력형 리더십 문화 현상에 해당된다.
권력형 리더십의 이야기는 기독교 역사 속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재현되어 나타났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교회의 성직제도의 출현이다. 주후 313년 콘스탄티누스에 의한 기독교 공인으로 로마사회에서 성직자의 지위는 점차 상류계급의 하나로 여겨져 갔다. 로마 제국 안에서 기독교의 위상이 상승되면서 각 지역의 주교는 행정관에게 주어지는 예우와 특권을 부여받았다. 성직자가 된다는 것은 이제 로마사회에서 특별한 지위를 얻는 것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여건 변화는 오히려 기독교계에서 계급화 된 성직 제도의 정착을 견고하게 만드는 사태로 이어지게 하였다. 권력은 지위나 신분, 계급과 계층의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기에 계급화 된 성직제도야 말로 권력 의지의 발동에 유리한 토양이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곧 강제적 기제가 가능한 권력형 리더십을 낳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세상 사람들이 상향 계층이동을 시도하는 이유는 높은 위치에 오를수록 낮은 계층보다 우월한 힘이 주어지고 이로 인해 타인을 통제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권력형 리더들에게 주어지는 기득권이 성직자들에게도 주어지자 세상의 권력이 작동하는 원리가 교회 내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중세 교회가 성경의 섬김 원리에서 벗어나 인간 권력의지에 의한 억압적 질서 세계를 구축하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중세 성직자의 특권화가 교회 내부에 세속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토양이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많다. 특히 신앙적 동기가 아닌 세속적 동기를 지닌 사람들이 사회적 계층 이동 수단으로 성직을 활용하면서 불순하고 부도덕한 현상들이 나타났는데 이것은 성직이 곧 권력이라고 여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가능했다. 성직자들은 교회 사역이 자신들만의 전유물인 양 주도했고 이를 종교적 힘의 원천으로 삼았다. 권력은 커질수록 부패와 오염의 정도가 심해지기 마련이다. 중세 교회에서 권력형 성직자들이 보여준 행태는 세속 권력자에게서 볼 수 있는 온갖 일탈 행위 그대로였다. 사회 속의 권력 남용은 대개 금전문제와 성문제로 귀결된다. 권력이 있으면 돈이 들어오고 돈과 힘이 생기면 성에 탐닉하는 것이 속된 사회의 보편적 현상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가 중세 교회 내에서도 재현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금전문제와 관련된 타락은 성직매매를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성직매매는 대개 계급구조의 토양 속에서 출현하게 되는데 더 높은 사제의 지위를 얻는 데 필요한 금전을 마련하기 위해 다수의 사제들은 교회의 전례 의식을 집전하는 데에도 금전적 대가를 요구했다. 중세 후기 성직매매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마인츠에 근거지를 둔 브란덴부르크 왕가의 알브레히트 왕자 이야기가 있다. 그는 왕족이었지만 종교권력에도 강렬한 욕구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돈을 주고 주교 자리를 샀다. 그러나 거기에 만족하지 못했던 알브레히트는 더 높은 성직 자리를 얻기 위해 로마교황에게 엄청난 금전 지불을 약속하고 대주교 자리를 꿰찼다.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그가 한 짓이 바로 면죄부 판매였다.
사실, 부조리한 계급화를 낳는 성직제도는 권력 집중현상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성직자와 평신도의 신분차별, 성직자에 의한 교회 주요기능 독점, 성직자의 직급 세분화 등은 성직집단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성직제도와 교권주의는 분리될 수 없는 한 몸인 셈이다. 물론 성직자가 된다는 것은 여러 제도적 장치를 통과하여야 가능하다. 그러나 그 제도적 장치라는 것은 초기에 지녔던 동기와 의도와는 별개로 움직여지는 것이기 때문에 성직제도에 의한 계급화는 결국 신앙 원형을 훼손하게 된다. 가톨릭이든 경직된 개신교회든, 중세이든 현대이든, 교회 내에 정상적인 영성 흐름이 차단되면 부조리한 현실에서 계급 상승에 대한 욕망만이 더욱 강화되는 쪽으로 흐르게 된다. 다시 말해, 본질이 상실된 경화된 집단 안에는 신앙의 참된 헌신은 점차 사라지고 상층부를 향한 욕망과 기득권에 대한 집착만이 심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종교 집단이라 하더라도 진정성이나 순전함을 찾아보기 어렵고 오직 불타는 성취감과 권력남용만이 자리한다. 이것이 종교 집단 내부에서도 나타나는 권력형 리더십의 실체인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