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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23) 정서장애 (1) – 불안장애

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23)  정서장애 (1) – 불안장애

홍경아 사모(미주)
아리조나한인교회, 현 공립초등학교 특수교사

정서장애 (1) – 불안장애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리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한복음 14장 27절)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에서 특수 교사로 일하는 나는 이번 학기에 아주 특별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 마치 신세계에 눈을 떴다고나 할까. 그것은 바로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이 얼마나 소중하고 강력한 것인지를 몸과 마음으로 깨달은 것이다. 마음 속에 평안이 없기에 강력한 불안에 휩싸여 몸부림치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평안 없음” 즉 “불안”이 한 인간을 얼마나 피폐하게 몰아가는지를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되었던 것이다.

새로 부임한 학교에는 유난히 행동장애와 정서장애를 지닌 학생들이 많았다. 지난 1년간의 온라인 수업의 여파인지 아니면 세상의 기계문명 탓인지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이번 학년도는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몹시 힘들었다. 날마다 출근해서는 “하나님, 살려주세요!”를 부르짖지 않고서는 도저히 하루를 넘기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새로운 학교에서 만난 1학년생 “철수”와 “영희”는 모두 귀엽고 발랄한 귀염둥이들이다. 기분이 좋을 때는 더없이 사랑스럽고, 어휘력도 뛰어나며 심지어 똑똑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마치 전기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면 전기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것처럼, 이들의 기분은 순식간에 변화하기를 하루에도 여러 번씩 하였다. 그 정도가 아주 심하여서 그들을 보살피는 보조 교사나 담임 선생님은 물론 여러 어른들을 당황하게 만들기가 일쑤였다. 기분이 좋을 때는 가볍게 포옹을 하기도 하고, 집에서 있었던 일을 조곤조곤 설명하기도 하며, 먹을 것을 나누어 주기도 한다. 그러나 기분이 안 좋을 때에는 영화 속에서 보는 “헐크”나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화난 골룸”처럼 상대를 모욕하고 신체적 위협을 가하곤 하였다. 요즘 한국 TV에서 방영되는 “금쪽같은 내 새끼”에 나오는 심한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의 갑절은 사납다고 보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아이들은 행동의 정도가 너무 심하여 한 달에 한두 번씩은 학교에 있는 안정실에 강제로 끌려가기도 하였다.

“철수”는 3살 때 발달지체 판정을 받고 일찍부터 특수교육을 받아왔었다. “영희”는 지능은 영재가 가깝고 언어나 신체발달에 별다른 어려움을 보이지 않아 장애 진단을 받지 않았지만, 유치원을 다니면서부터 교실에서 뛰쳐나가기, 선생님께 무례하게 굴기, 물건을 집어 던지고 위험하게 가구에 올라가기 등의 행동으로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행동수정 계획안”을 처방(?)받았던 학생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영희는 유치원 학기 초에 “행동수정 계획안”을 처방받고는 이내 대면 수업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여 그 후부터는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고 집에서 수업을 받아왔었다.

철수와 영희의 부모님들과 여러 번 회의도 하고, 행동수정 전문가가 와서 관찰과 자료 수집도 하며 얻게 된 결론은 철수와 영희가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학기 초, 철수는 소아 정신과 의사와의 진료를 통해 ADHD에 관련된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하였다. 복용 초기에 소아과 의사는 날마다 엄마에게 전화로 철수의 약물복용 후 상태를 점검하였고 학교에서는 2주 이상 30분 간격으로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며 면밀하게 관찰하였다. 그러나 철수의 행동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정신과 계통의 약물은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사람에 따라 2주에서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2주의 시간을 기다렸건만 변화가 보이지 않아 의사 선생님과 학교의 선생님들은 철수의 난폭한 행동의 원인이 “불안장애”로 잠정 결론을 짓고는 약의 종류를 바꾸어 처방하게 되었다.

불안장애를 처음 접해 본 필자는 처음에는 도대체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불안과 걱정이 심하면 얼마나 심하길래 저런 행동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거칠고 반항적인 행동은 불안이 원인이 아닌 뭔가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철수의 고통 섞인 심정을 듣고는 끊임없이 마음 속에서 샘솟는 불안이 바로 원인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철수는 교실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복도에서 낑낑거리기를 자주 하였다. 특히 음악, 미술, 체육 수업에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거부하였다. 그런데 교실에 들어가면 교실에서 나오는 것을 거부하여서 교실에서 강제로 끌려 나오기를 여러 번 하였다. 철수가 고백하기를 친구들이 자기보다 먼저 활동을 끝내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누군가가 자기보다 앞서 나가는 것, 자기가 혼자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를 엄습하면 그는 친구들의 활동을 방해하고 자신도 주어진 활동을 하기를 거부한다. 엄마가 학교생활을 잘하고 집에 오면 파티를 열어 주겠다고 하면, 자기가 학교생활을 잘못해 파티의 기회를 잃을 까 봐 극도로 걱정을 하고, 파티 자체를 겁내 하기도 하며 자신도 자기의 심정을 잘 알지 못해 괴로워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철수의 행동이 수업에 너무나 방해가 되어 철수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조 교사와 함께 빈 교실에서 보내게 되는데, 이렇게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하니 수업 결손이 계속해서 발생하게 되고, 이것으로 인해 철수와 또래 친구들의 학력은 벌어지게 되고, 이것은 또다시 철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악순환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철수의 케이스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오랫동안 철수와 철수의 엄마를 알아 왔던 행동수정 전문가 선생님은 철수가 아무래도 소수정예의 특수반으로 가야겠다고 결정을 내리고는 철수 엄마를 설득하여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공립 학교에는 정서장애 및 행동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반이 없었기에 철수는 철수와 같은 학생들을 위한 특수 학급이 있는 옆 학교로 전학 가게 되었다. 철수가 옮겨 간 학급은 한 반의 정원이 10명 미만으로 특수 교사 1명, 붙박이 보조 교사 2명으로 선생님과 학생의 비율이 3:10 정도이다. 학생들은 그 반에서 자기의 페이스대로 수업을 받으며 조금씩 일반 학급에 가서 적응하는 훈련을 한다. 철수가 전학 간 몇 달 후, 행동수정 전문가 선생님이 철수가 전학 간 초기에는 많이 힘들어했으나 지금은 너무나 잘 적응하여 국어, 수학, 사회 등의 주지 교과 시간에는 보조 교사 없이 혼자서 일반 학급에 가서 수업을 받는다고 알려 주었다.

너무 다행이었다. 철수가 불안으로 몸부림칠 때, 예수님이 평강의 왕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만약 기독교 학교라면 철수를 안아주며 기도해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하였다. 새삼 예수님께서 그리고 제자들이 여러 번 은혜와 평강을 전하는지 깨닫는다. 인간이 아무리 강하고 담대해 보여도 손톱만큼의 불안이 마음에서 자라고 있다면 비참하게 무너지고 피폐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다음 글에서는 영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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