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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牧會斷想] 뻔뻔스러운 용기가 일 때

[목회단상 牧會斷想] 뻔뻔스러운 용기가 일 때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뻔뻔스러운 용기가 일 때

할아버지의 약점을 줄이려 새벽 5시에 일어나 샤워한다. 5시 40분에 몸단장을 마친 난 손녀들의 방을 엿본다. 아직도 깊은 꿈나라다. 깨우기 안쓰러워 우물쭈물하는데 6시가 되었다. 7시 30분에 시작하는 유치원에 도착하려면 7:00에 집을 나서야 하는데, 씻고 옷 입고 먹는 데 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 분명하다. 결단을 내렸다. 환하게 리빙룸에 불을 켜고 곱고 아름다운 카나리아 지저귐의 Youtube를 틀었다. 둘은 합의나 한 듯 이불을 머리에 뒤집어쓴다. 장난감 교향곡으로 바꾸어도 뻐꾸기 소리를 틀어도 반응이 없다. 10분이 또 흘러가 버렸다.

마음이 점점 모질어지다 위엄스러운 목소리 되어 튀어나온다. “일어날 시간” 했다. 하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불을 살며시 제치고 등을 토닥이며 “그렇게 졸려” 하니 짜증을 낸다. 그리곤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돌아눕는다. 리빙룸으로 나와 OMG 노래를 틀었다. 신비하게도 벌떡 일어나 고개를 쳐들고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깔깔거리며 침대를 내려와 음악이 흐르는 곳으로 나온다. 겨우 4살과 5살인데 빠른 락 리듬에 빠져있는 손녀들에게 세대 차를 느낀다.

난 차분하지만 무거운 소리로 “옷 입으세요” 했다. Youtube에 시간 뺏길 염려를 차단해 버리려. 녀석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자기들 방으로 들어가 서랍을 열고 옷을 고른다. 색깔이 매치가 된다 안된다며 옷을 꺼냈다 도로 넣기를 끝없이 한다. 10분이 또 흘러 6시 20분이 되었는데 진전된 것이 하나도 없다. “Hurry up” 짜증이 고음 되어 튀어나온다.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적절하다 생각되는 옷을 들고 “이 옷 참 예쁘다”며 연극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얄팍한 수로 우리를?” 비웃듯 얄밉고 냉정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노우와”(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NO 발음) 한다. 그리곤 다시 옷을 고르느라 세월아 네월아 이다. “오늘은 밥 못 먹고 가겠다” 공갈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끓는 배와 열나는 얼굴이 “육아가 힘든 일인 것 이제 알겠어?” 말하는 듯하다.

힘겹게 외출 준비를 마친 두 손녀를 식탁에 앉혔다. 시곗바늘이 6시 40분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는 편안해진다. 식사를 위해 허용된 시간은 15분, ‘이 정도면’ 하는 확신이 들며. 이때 아내가 밤새 끓여 만든 곰국에 밥을 말아 와서는 “맛있겠다” 아양 떨며 식탁 위에 놓는다. 하지만 큰 녀석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리고 쌀쌀맞게 “시리얼” 한다. 아내가 큰 숨을 들이쉬었다 내 쉬며 기운 빠진 걸음걸이로 가져다준다. 그러나 이것도 아니란다. 다른 시리얼을 달란다. 상황을 지켜보던 작은 녀석도 덩달아 곰국을 거부하고 언니와 같은 시리얼 주문을 한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아내의 힘 빠진 발걸음 소리에 시곗바늘이 더 빠르게 돌아가는 듯하다.

시간에 쫓기는 조바심은 눈곱만큼도 헤아리지 않고 식사를 하는지 마는지 수다를 떤다. 얄미워지는 마음이 일다 오물거리며 음식 먹는 귀여운 모습에 가슴이 녹는다. 그러다 다시 떠는 재롱에 넋을 잃고 행복해하다 변덕스러운 감정을 숨기고 “식사할 때는 식사에 집중해야 해요.” 충고를 했다. 큰 손녀가 “말도 하면 안 되느냐?”며 따진다. 그리곤 바른 자세로 고쳐 앉아 식사를 한다. 7시다. 식사를 거의 다 했지만 끝낸 건 아니다. 단호한 목소리로 “학교 갈 시간”하고 가방 들고 그러지로 나갔다. 아내는 둘을 데리고 나와 신발 신는 것을 불안스레 지켜본다. 자동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말려들어 자유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난 베이비 싯에 앉은 막내에게 벨트를 매려 시도한다. 하지만 스스로 하겠다며 거절한다. 기특하고 어이없는 생각으로 지켜보다 큰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인내심을 기른다.

마침내 출발 준비를 끝내고 드라이브한다. 늦지는 않을 것 같아 여유로운 마음이다. 고요해진 자동차 안의 분위기를 해피하게 바꾸려 “와 아름다운 핑크색 하늘이다” 했다. 큰 녀석이 “아니야 불르야” 하고 작은 녀석은 “화잇이야” 한다. “청개구리들이네” 응수하며 서로가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르고 의사소통은 반만 되어도 귀여운 생명력을 느낀다. 웃고 즐기는 사이 자동차는 유치원 앞에 가까이 왔다. 큰 녀석이 마스크 쓰고 백팩을 메고 자동차가 정차하니 문을 열고 내린다. 배속에 잠겨 있던 숨이 ‘휴’하며 나온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Pre K 앞으로 드라이브한다. 그리고 길게 늘어진 자동차 행렬 뒤에 정차했다. 자동차들이 내 뒤로 늘어서는 것이 백미러로 보인다. 문명과 코로나로 달라진 세상에 잘 적응하는 뿌듯함이 일다 아리송한 미래로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이때다. 손녀가 “푸푸” 하며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아득해지다 며느리에게 교육받은 것이 떠 오른다. 어설프고 긴장된 마음으로 자동차 문을 열고 나간다. 피할 길 없는 상황을 인지한 생존 본능이 망설임 없이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가 보다. 트렁크를 열었다. 과연 좌변기와 함께 피피를 흡수하는 페이퍼 달린 비닐봉지가 있다. 보물을 찾은 듯 생기가 솟는다. 호기심으로 봉지를 좌변기에 씌우고 4차원 시대의 편리함에 미소를 짓는다.

잘 준비된 변기를 뒷좌석 앞에 놓았다. 그리고 “자, 일 봐!” 하고선 긴장과 함께 새로운 염려가 밀려온다. 일이 다 끝나기 전 자동차 행렬이 움직이면 어떻게 하나! 007 작전을 수행하듯 스릴을 느낀다. 독한 냄새를 참으며 끝내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손녀는 불순물 배출의 행복을 누리며 여유롭다. 일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와 운전석에 앉을 때까지 늘어선 자동차 행렬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휴하고 낼 숨을 쉬는데 걱정 하나가 불현듯 인다. 손녀가 내릴 때 자동차 안에 남아있는 냄새가 선생님께 풍길 텐데… 얼른 모든 창문을 열었다. 손녀가 즉각 불평한다. “추워요!” 창문을 얼른 올리며 ‘거의 다 나갔겠지’ 위로한다.

미안스러운 냄새가 솔솔 포장된 오물에서 피어나는데 뻔뻔스러운 용기가 일어 여유가 생긴다. 트렁크에서 좌변기를 꺼내고 다시 넣을 때 뒤차에서 빙그레 미소 짓던 젊은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엄마들의 뻔뻔스러움이 거룩한 사랑에서 온 것을 이제 알겠어? 그런데 그 일을 할아버지가 잘하고 있네!” 응원하는 듯했던… 드디어 길게 늘어섰던 자동차 행렬이 움직이고 학교 입구에 도달한 난 손녀를 자동차 안에서 선생님께 인계했다. 자유다! 그리고 고난도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을 때 맛보는 환희를 누린다.

한가로이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 미성숙한 채 태어나 양육으로 성숙하는 존재인 인간이 새롭다. 그리고 베풀어진 숨겨진 은혜를 알면 알수록 자존감은 커지고, 마음이 넓어지고 깊어지며, 존재 가치가 높아지게 되는 진리가 오묘롭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 싸 주는 보따리를 멋에 해 될까 거절하고, 사랑하는 깊은 마음은 아랑곳 않고 이기적인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날 때로는 뻔뻔스러워지며, 때로는 육체의 고통도 마다하지 않고 희생하며 양육하시다, 눈물로 품을 떠나보내고선 기도로 밤을 지새우시는 어머니. 그리고 젊을 때 자녀를 양육하지 못하여 설익은 날 노년에 파트타임 육아를 하게 하시며 익히시는 은혜로 사는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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