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16) 적대적 반항장애(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③
홍경아 사모(미주)
아리조나한인교회, 현 공립초등학교 특수교사
적대적 반항장애(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③
자료를 조사하면서 깜짝 놀랐다. 내가 그동안 무식했던 것인지 아니면 근 10년 새에 검사를 엄청나게 정밀하게 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적대적 반항장애 즉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가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에게서 20% 정도나 있다고 하니 말이다. ADHD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들어왔지만 ‘적대적 반항장애’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ADHD보다 적대적 반항장애가 어린 학생들에게 더 많이 퍼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년 4월에 ‘메디컬’이라는 의료 신문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김붕년 교수팀이 2016년부터 약 1년 6개월간 4개 도시를 중심으로 만 13세 미만 초등학생 1,138명을 조사한 결과, 적대적 반항장애(19.87%), ADHD(10.24%), 특정공포증(8.42%)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게다가 적대적 반항장애를 가진 아이들 10명 중 4명이 ADHD를 동시에 가졌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DSM-5에 실린 자료에 따르면 적대적 반항장애의 일반 유병률은 보통 1~11% 사이이며 평균적으로 3.3%이고 보통 8세를 전후로 증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사춘기 이전에는 남자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지만 사춘기가 지나면 남자, 여자 비슷한 비율로 나타난다고 한다.
예전에 한국에서 가끔 “교육열이 뜨겁기로 유명한 강남에는 맞고 사는 엄마들이 수두룩하다.”라는 루머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얼마나 아이를 들들 볶았으면 엄마를 때리기까지 할까?’ 또는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엄청나구나’ 또는 ‘지구 멸망의 날이 곧 오겠구나’ 등등의 생각을 하며 지나쳤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순전히 가정교육이나 스트레스의 탓만이 아니라 ‘적대적 반항장애’를 제대로 다루지 않아서 벌어진 일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루머 속의 아이들이 적대적 반항장애를 가진 이들이었다면 그 엄마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이 저려온다.
‘적대적 반항장애’로 진단을 받았거나 의심이 되는 어린이가 나의 학생이거나 자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반적인 양육방법이나 훈육방법이 잘 통하지 않을 경우가 많을 것이다. 적대적 반항장애를 가진 어린이를 학생이나 가족으로 둔 사람들은 깊은 상처를 간직한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정신과 의사를 찾거나 여러 양육 관련 서적을 뒤적이거나 절망의 구렁텅이를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교육의 시작이 그렇듯이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나는 누구인가?”와 “너는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것이다. 먼저 내가 맡은 아이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적대적 반항장애’만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ADHD’나 우울증 또는 그 밖의 장애나 정신과적 질병을 수반하고 있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우울증이 깊어져서 그 결과로 적대적이고 반항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라면 먼저 우울증 치료를 해야 할 것이고, ADHD를 가지고 있다면 ADHD를 잘 관리하지 않고서는 적대적 반항장애를 치료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어렵거나 이미 진단을 받은 상태라면 ‘아이’ 자체에 대해 잘 알아야겠다. 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언제 특히 심하게 화를 내는지 등등의 취향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히 그 아이의 분노 게이지를 상승시키는 말이나 행동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아이는 “NO”라는 말을 듣기만 하면 분노가 급상승하여 주변이 아수라장이 되는데, 이 아이에게는 가급적 ‘NO”라는 말을 쓰지 않고 에둘러서 표현하거나 정말 꼭 NO라는 말을 써야 할 때만 그 말을 써야 하는 것이다. 아이를 깊이 알아야지만 규칙을 세우거나 생활 계획표 등을 짤 때 효과적이고 실천 가능한 것들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수면시간과 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라고 권한다. 아이가 잠을 잘 자지 못하여서 피곤하거나 배가 고픈 상태라면 정상적인 어린이라도 짜증을 낼 것이다. 하물며 적대적 반항장애를 지닌 학생들은 더 그러하다. 그러니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습관은 필수이다. 특수교사인 나도 학생들이 유난히 집중을 못 하거나 짜증을 내면 반드시 “어제 몇 시에 잤니?”와 “아침밥은 먹고 왔니?”를 물어본다. 학생들이 어젯밤에 늦게 잤다고 하면 5분간 엎드려 쉬라고 하기도 하고, 아침밥을 못 먹었다고 하면 교실 캐비닛에서 시리얼을 한 컵 담아 주기도 한다. 적대적 반항장애를 지닌 아이들에게 “정신력으로 버텨!”라든가 “멘탈이 그렇게 약해서 이 험한 세상 어디다 쓰냐?” 등의 몰지각한 말을 했다가는 그 아이들이 험한 세상을 만들어 버리게 된다.
두 번째로 적대적 반항장애를 지닌 학생들은 “주도권”을 가지려고 한다. 즉 누가 상황을 “컨트롤”하느냐가 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그래서 지혜가 있는 부모와 교사라면 규칙 몇 가지를 아이와 함께 정해 놓고 교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함께 정한 이 규칙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서 아이가 반항을 하거나 말도 안 되는 것으로 고집을 부르고 언쟁을 하려고 하면, “개똥아, 간식은 식탁에서만 먹기로 규칙에 있잖니? 그 규칙을 따라야 한단다”라고 말하며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다. 이때 “선생님 말을 들어야지!” 또는 “돌아다니면서 간식 먹으면 바닥에 흘려서 지저분해진다” 등의 부연설명이나 도덕률 강조 등을 했다가는 끝없는 괘변과 말싸움에 휘말려 양육자 자신이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지르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규칙을 적용할 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협상 불가”라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개똥아, 친구들에게 소리 지르지 않기로 했는데, 소리를 질렀으니 ‘생각 코너’에 가서 5분간 생각하고 있거라”라고 선생님이 말했는데 개똥이가 말숙이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거나 어제 잠을 못 자서 피곤해서 실수를 했다거나 소리를 지른 것이 아니라 노래를 부른 것이라거나 하는 100가지 핑계를 댄다고 해서 “그래, 이번 한 번만 봐줄게” 또는 “알았으니까 그럼 3분만 생각 코너에 가서 있거라” 등으로 협상을 하거나 협상의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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