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時論]
성탄의 의미:낮은 곳을 향하는 것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성탄의 의미: 낮은 곳을 향하는 것

성탄절이 다가온다. 연인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조용한 시간을 갖기 원하고 아빠들은 자녀들 선물을 고르며 엄마들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한다. 날씨는 춥지만, 마음은 포근하고 넉넉한 계절이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민국에서는 성탄절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에게 성탄 선물이라며 입국심사도 까다롭게 하지 않았고 경찰들도 교통단속을 느슨하게 했다. 시에서 운영하는 주차장은 한 달 동안 무료로 주차장을 개방하기도 했다. 인심 후하기는 성탄절 시즌이 최고이다.

거리 곳곳에 성탄 트리와 장식을 볼 수 있다. 산타클로스를 전면에 장식한 백화점에서는 어서 물건을 사 가라는 상술이 속셈이겠지만 자동차에 빨간 코를 달고 운행하는 것을 보면 귀엽게 느껴진다. 환하게 불을 밝힌 장식은 세밑의 스산함을 떨치고 따스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후한 인심과 따스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곳에도 정작 성탄절의 주인공이신 예수님과 관련된 장식이나 문화는 찾기 힘이 들다. 성탄 카드에도 Merry Christmas 대신 상술의 언어가 도배된다. 술과 마약의 판매량은 늘어나고 폭력과 성범죄의 발생 건수는 증가한다. 예수님을 도외시한 채 자신들만의 축제 혹은 은밀한 범죄의 시즌이 활개 치는 것이다.

동방박사들이 별을 보고 예루살렘에 갔을 때 헤롯과 대제사장들, 서기관들은 호화로운 궁정에 있었다. 동방박사들이 탄생한 유대인의 왕에 대해 말을 해도 그 누구도 불과 8km 떨어진 베들레헴까지 따라나서는 이가 없었다. 들판의 초라한 말구유는 오직 별의 인도를 받은 동방박사와 목동들, 그리고 천사들의 찬양만 있을 뿐이었다. 성경의 예수님 탄생 기사와 지금의 상황이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교회에서도 성탄절을 맞이하여 호화로운 장식을 하고 전문가들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며 하나님이 내려주신 축복에 대해 감사하면서 선물교환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성탄절을 즐기기만 한다면 성탄의 진정한 의미를 잊고 헤롯의 궁전을 흉내 내는 것과 뭐가 다르랴!

성탄은 incarnation(성육신)의 사건이다. 그 예수님을 자신의 구세주로 영접한 사람들은 ‘주님이 행하신 것 같이’ 자신도 행해야 한다. 우리도 낮은 곳을 향하지 않으면 성탄의 의미를 제대로 새기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성탄절에는 조건 없는 봉사와 희생의 경험을 해보기를 바란다. 평소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으나 행함이 없었던 것이 생각나거든 과감하게 실천하라. 하나님은 그 행동에 복된 열매를 주실 것이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화려함과 분주함보다는 차디찬 말구유에서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