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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수다(19) – 불신자와의 말다툼

목회수다(19) – 불신자와의 말다툼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불신자와의 말다툼

동네 골목길의 개척교회에는 웬만해서 오가는 사람이 들어와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겉에서 사이즈를 대략 가늠해 보고 그런 교회는 한번 들어가면 곧장 신상이 털려서 잡힐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척한 지 3-4년이 지나면 지나가는 개가 들어와도 반갑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서너 명의 사람들이 예배시간에 왔다. 그런 날이면 예배는 당연히 뜨거워지고 목사는 갑자기 성령을 받은 듯 설교도 우렁차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저 사람들이 뭘 잘 모르고 왔겠지…. 축도가 끝나기 전에 붙잡히지 않으려고 빨리 가지는 않을까…. 온갖 생각이 들며 조바심이 생긴다. 하지만 그들은 예배가 끝나고 식사도 같이했다. 모세가 홍해를 가를 때의 기적 같은 것이 일어난 심정이었다.

그들의 말은 근처로 이사를 왔는데 지인의 소개로 아예 등록하려고 작정하고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지인이 누구인지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한참 기억을 더듬은 후에 그의 정체가 생각났다.

그는 대략 6개월 전에 심하게 말다툼했던 동네 봉제공장의 사장이었다. 당시 P 국에서 노동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우리 교회는 그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며 한국 생활에 적응하도록 돕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장이 몇 달 치 월급을 체납하고 근로자들을 해고하자 갈 곳이 없어진 그들은 서툰 한국말로 나에게 하소연을 한 것이다.

나는 그를 만나 아무리 어려워도 외국에서 돈을 벌려고 온 불쌍한 사람들인데, 한국인보다 우선적으로 지급해야 하지 않겠냐고 설득했다. 하지만 그는 사업을 하며 터득한 잔꾀로 나의 설득을 피해 갔다. 당시에 나는 혈기 왕성한 삼십을 갓 넘긴 젊은 목회자였기에 말이 통하지 않음을 느끼자, 있지도 않은 경찰과 검찰의 인맥 등을 과시하며 관공서에 고발을 운운하는 등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약간의 말다툼이 있은 후 나의 기세에 눌렸는지 그는 적지 않게 당황하며 밀린 월급을 지급했다. 일이 원만히 해결되자 나는 그에게 다시 깍듯이 예의를 갖추며 정중히 대했다.

그 사장은 정작 자신은 교회에 다니지도 않으면서도, 동네에 이사를 온 사람들에게는 교회를 다니려면 교인들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그만한 목사가 없다며 우리 교회를 소개했다고 한다. 자초지종을 들은 나는 불신자와 말다툼을 한 것에 대해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그러한 실수와 불찰도 받아주시며 오히려 선으로 인도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했다.

후에 가끔 그의 사업장을 찾아가 교제했다. 당시 사업이 어려워서 그랬다면서 비록 외국인이지만 교인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나의 눈빛을 보고 신뢰가 생겼다며 아는 사람들을 계속 소개했다. 하지만 얼마 후 공장을 접고 어디로 갔으니, 그가 어렵기는 매우 어려웠던 것 같다. 지금은 얼굴도 이름도 생각이 나지 않지만, 예수를 믿고 사업도 번창했기를 바란다. 그도 지금은 칠십이 가까운 노인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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