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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희 사모의 가정상담칼럼]

문제를 다시 보기

[심연희 사모의 가정상담칼럼] </br></br> 문제를 다시 보기

 

심연희 사모(RTP 지구촌 교회,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요즘은 감사관이라는 위치에서 상담기관이나 장애우 복지기관에 감사(audit)를 나가다 보니 늘 문제점을 찾아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상담기관이나 복지기관들 중에 어느 한 곳도 나쁜 의도로 시작된 곳은 없다. 나름대로 마음과 몸이 아픈 사람들을 돕고 섬기고자 하는 귀한 마음으로 시작된 기관들이다. 그곳에서 일하는 상담자나 사회복지사들 또한 더없이 좋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좋은 마음으로 시작이 되었다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좋은 의도로 설립이 된 기관이라고 해도 중간중간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류상으로나 행정적으로 정부에서 요구하는 기준치에 못 미칠 때는 정부에서 지불했던 돈을 다시 토해내야 할 때도 있고 여러 과정을 거쳐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할 때도 있다.

감사의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가 지적될 때 기분 좋아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싫으나 좋으나 찾아오는 정기적 감사와 문제 해결을 보는 관점은 그 상담기관이 어떻게 진화해 나가느냐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문제가 지적될 때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서 펄펄 뛰는 책임자들도 있다. 감사관이 나타나면 적대감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가능한 한 어떤 요청에도 협조하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화장실을 못 쓰게 하는 사람도 있다. 이쯤 되면 드러난 문제를 고쳐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감정적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런 책임자들은 한 두 해 후에 다시 감사의 계절이 돌아오면 이미 화가 나있다. 전화나 이메일에 답도 하지 않는다. 싸움을 준비한다. 감사관은 물리쳐야 할 적이 된다. 문제를 해답 없는 골칫거리로 본다.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도 크다. 반면에 어떤 책임자들은 문제가 발견될 때 돕는 자로서의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과정으로 삼는다. 기관의 행정과 실무를 다시 건강하고 안전하게 조정하는 기회로 본다. 감사관의 조언에 열려있기 때문에 수정도 효과적으로 금새 이루어진다. 감사관은 이 과정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된다. 문제를 해결의 기회로 본다. 이런 경우 문제점은 점점 줄어든다. 이처럼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해결의 속도와 효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삶에서 문제를 보는 눈은 문제 해결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집안에서 문제아로 지목된 가족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남편이나 아내 중 한 사람이 문젯거리든지, 아이들 중에 하나가 문제아로 뽑힌다. 때로는 그 아이의 문제만 해결되면 고민이 없을 것 같다. 그 한 사람만 정신 차리면 만사가 편안할 것 같다. 그 한 사람을 골칫거리로 볼 때, 그 문젯거리는 몇 해고 반복해서 계속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사람이 조직에서 사라지면 다른 사람이 그 문제를 대신한다. 가족시스템 이론에서는 문제아로 지목된 그 한 사람을 온 가족의 문제를 대표하는 대변자로 본다.

엄마에 의해 중고등부 수련회에 끌려온 한 자매가 있었다. 아이가 집에서 얼마나 말썽을 부리는지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자 엄마는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자매를 수련회에 앉혀놓고 돌아갔다. 머리 색, 옷차림 등 수련회에서도 단연 튀어 보였던 이 자매는 수련회 내내 시큰둥하게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집회나 찬양, 나눔 등의 순서에 할 수 없이 앉아있긴 했지만 도통 관심은 없어 보였다. 거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 모두가 둥글게 둘러앉아 자신이 돌아갈 삶에 대해 나누고 기도를 부탁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내 말이 없던 자매가 한마디 툭 던졌다. “우리 집은 나만 없으면 행복해요. 제가 제일 문제거든요. 근데… 내가 맞으면 우리 엄마가 안 맞아요.” 이 자매는 가족에게 늘 골치 아픈 문제아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가족을, 특히 엄마를 보호하는 구원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자리에서 자매에게 주어진 축복의 한마디를 통해 자매의 삶이 달라졌다. 가족의 문제아가 아니라 보호자라는 한마디는 자매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을 바꾸어 놓았다. 더 이상 문제아로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보호자의 역할은 말썽을 피지 않고도 다른 방법으로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보는 관점은 문제를 커지게도 하고 문제를 축소하기도 한다. 10여 년 전 미국을 강타한 경제위기로 몇 채의 빌딩과 땅을 포함해 엄청난 재산을 다 날린 채 길바닥에 나앉았던 한 여성이 상담소를 찾았다. 이때 심해진 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중에 서서히 회복해가면서 필자에게 해준 말이 있다. 그렇게 많던 돈을 모두 잃고 나서야 얻은 것이 있단다. 돈을 펑펑 쓰고 파티를 열 때 맴돌았던 수많은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제야 돈이 없어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친구가 누구인지 알았단다. 자기 곁에 남아 자신의 아픔을 자신의 것처럼 아파했던 가족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자신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아주 작은 양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불면증과 조울증의 원인이 될 정도로 엄청났던 경제적 손실이라는 문제는 다시 들여다보니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문제는 뒤집어보면 축복이 되기도 하고, 다시 보면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문제의 끝은 파멸이 아니다. 문제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문제를 문제로 남기기보다 하나님을 만나는 시작점으로 삼으신다. 우리가 약하다는 문제점은 하나님의 강함을 경험하는 기회가 된다(고후 12:10).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막다른 골목은 우리가 하나님을 정말 의지하기 시작하는 만남의 장소가 된다. 인생의 끝조차 천국의 시작이다. 하나님의 시선으로 다시 보는 문제는 또 다른 간증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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