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社說] 이중직 목회자, 대세? 타협?
논의와 연구 필요하다
올해 한국의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제117차 총회에 많은 시선이 모아졌다. 지난 5월 23~25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이기용 목사)에서 열린 총회에서 관심이 쏠린 것은 ‘목회자 이중직’에 관한 사안이 헌법개정안으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관심을 모았던 목회자 이중직을 허용하자는 헌법개정안은 팽팽한 찬반 의견 속에서 601명 중 173명의 찬성에 그쳐 부결됐다. 기성에서는 헌법 제43조 2항 ‘목사의 자격’을 “다른 직업을 겸하지 않고 전적으로 헌신한 자”로 규정하고 있어, “단, 미자립교회의 경우 직종, 근무지, 근무시간 등 감찰회의 승인을 받으면 다른 직업을 겸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이자는 안건이었다.
총회에서는 미자립교회 중 이미 다른 직업을 겸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법을 지키지 않는 목사를 양산하지 말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대의원들이 많았지만, ‘미자립교회’의 기준 모호성, 이중직 장려 분위기 우려, 목회에 대한 집중력 분산 등의 우려도 함께 나오면서 헌법개정 기준인 대의원 2/3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한 것이다.
이외에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는 작년(2022)에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이중직의 길을 열었다. ‘자립대상교회(미자립교회)에 한해 각 노회 지도하에 자비량 목회(이중직)를 허락한다’고 조건부로 허용한 것이다. 예장합동은 이중직 목회 다룬 책을 내고, 지난해에 공개 세미나를 열어 목회자 이중직 실태 점검, 신학적·목회적 논의에 나섰다. 예장합동이 ‘목회자 이중직 문제’를 주제로 교단 차원의 공개 세미나를 개최한 건 처음이다. ‘이중직목회자지원협의회’ 설립 청원도 나타났다. 또한, 감리교회는 2016년 목회자의 조건부 자비량(이중직) 목회를 허락했다. 이밖에도 성결교회(예성)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또한 이중직을 이미 허락한 상황이고,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의 경우 이중직 금지 조항이 없어 목회자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이중직을 할 수 있는 상황이며 우리 침례교도 이중직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제약은 없다.
그러면 미국에 있는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 한인 총회 또는 미국의 전반적인 정서로 볼 때 ‘목회자 이중직’을 불법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사실도 낯설고, ‘목회자 이중직’에 관한 청원이 부결됐다는 것도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보편적인 사실일 것이다. 이만큼 한국에서는 아직 목회자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에 아직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목회자 이중직’에 관해 대화를 나눠보면 미국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성도 간에도 각자의 신앙관에 따라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찬반의 문제를 넘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현실의 문제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고, 논의가 필요하다. 특별히 한국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개척 교회나 작은 교회가 극심한 재정적인 고충을 겪고 있으며 총회 차원에서 이러한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대처하는 움직임이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SBC는 2/3 이상이 개척교회 또는 100명 미만의 작은 교회이고, 한인 침례 교회도 비슷한 상황이다. 목회자 이중직을 다루는 것은 사실상 개척교회나 작은 교회를 돕는 이슈가 될 수 있다.
이 문제를 그냥 각자의 판단에 맡기고 알아서 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신학적‧목회적인 고민과 준비, 지원 등이 필요한 것이다. 아직 우리 이민 사회에서도 전문직이 아닌 이상 일하면서 목회한다고 하면 동료 목회자나 성도들이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우리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처럼 공식적으로 일하는 목회자를 불법으로 또는 합법으로 규정하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자신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 목회자, 또 좋지 않게 바라보는 성도의 시각, 이중직 목회에 대한 신학적‧목회적인 우려의 목소리, 시대적인 고찰과 지원 방향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 SBC 내에서도 오래전부터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었다. 다소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찬반을 넘어 우리 안에서 공론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