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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 목사의 청년을 품은 교회이야기]

그럴 수 있지!

[송경원 목사의 청년을 품은 교회이야기] </br></br> 그럴 수 있지!

 

Living Stone Church in Cambodia

 

여름은 단기 선교의 계절이다. 선교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명하신 그분의 뜻임이 분명하다. 올해도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순종하며 동참하는 마음으로 캄보디아 선교를 다녀왔고 2주 후면 온두라스로 단기 선교를 떠난다. 지난 10년 동안 단기 선교를 통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선교는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사실이다. 매년 단기 선교에 필요한 계획과 준비를 하고 떠나지만, 모든 일정이 우리의 계획대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지루하다. 경유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20시간이 훌쩍 넘는다. 때문에 비행기나 공항에서 읽으려고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삶의 어떤 순간에도, 하나님’이라는 책이었는데 Perry Noble이라는 남침례교회 소속 목사가 쓴 책이다.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실망과 낙심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는 법, 혹은 어둠을 이기는 법을 자신의 솔직한 삶을 통해서 나누고 있다. 급성장한 대형교회를 이끌면서도 우울증으로 힘들었던 자신의 삶을 공개하며 독자들에게 소망을 잃지 말라고 권면한다.

책을 읽다가 문득 저자가 궁금해서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우연히도 나랑 나이가 같았다. ‘남침례교회에 이런 인재가 있었나?’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2016년 Noble 목사는 교회에서 해임되었다. 지속적인 음주 문제로 교회 리더들이 권면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2017년에 이혼을 했다. 독자들에게 절망과 어둠을 이겨내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의 사역과 가정은 무너지고 있었다. ‘하필이면 이런 책을 집어 왔을까…’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유명한 대사가 떠오르면서 더 이상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을 덮으니 그동안 밀렸던 영화를 볼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고 그렇게 몇 편의 영화를 보면서 드디어 프놈펜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가방 두 개를 부쳤는데 하나가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중미의 Belize라는 나라에서 연락이 왔다. 항공사 직원의 실수로 내 가방이 그곳에 있다는 것이다. ‘많고 많은 나라 중에 하필이면 중미의 작은 나라에 있다니…’ 중미와 캄보디아는 분실된 짐을 찾기에는 최악의 조합이다. ‘이번 선교는 왜 이렇게 시작부터 꼬이지?’ 심란한 마음에 떠오른 말씀은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8)였다. 정말 내키지는 않았지만, 순종하는 마음으로 감사의 제목을 억지로 쥐어짜 본다. 사실 감사의 조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엉뚱한 곳으로 배달된 가방은 주로 선교사님께 전해 드릴 물건과 선물이 있는 가방이었던 반면에, 당장 써야 할 물품이 담긴 가방은 내 손에 있었다. 물론 순전히 내 입장에서의 감사 제목이지만, 나름대로 감사의 제목이긴 하다.

그런데 그 감사도 잠시… 또 하나의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았다. 우리 교회에서 주일 말씀을 전하실 목사님의 장모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장례 예배를 드려야 하므로 우리 교회에 오실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몇 분의 목사님께 급하게 SOS를 보냈지만,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고 그제야 기도가 절로 나왔다. ‘주님… 캄보디아 선교, 이제 그만하라는 뜻인가요? 이곳 사역에 마음을 온전히 모아야 하는데… 이게 뭔가요?’ 비록 원망 어린 기도로 시작했지만, 성령께서는 내 기도를 도우시며 마음의 평안을 주셨다. 그리고 기도 후에 떠오른 한 분의 목사님께 연락을 취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역시 아무리 급해도 전화보다 기도가 먼저다!

중미를 떠돌던 가방은 한국을 거쳐서 돌아오는 당일 인천 공항에서 간신히 받을 수 있었다. 가방을 찾았으니 다행이지만, 무려 12일이 걸렸다. ‘도대체 무슨 일을 이렇게 하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불편한 마음을 억누르며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이륙하려는 순간… 이번에는 내 실수로 멘붕에 빠졌다. 인천 공항 보안 검사대에 내 랩탑 컴퓨터를 두고 온 것이다! ‘치매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하지?’ 혼자 끊임없이 자책하다가 문득 항공사 직원의 실수에 대해 불평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러면서 이해가 갔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마찬가지로 Noble 목사에 대해서도 긍휼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안 되지만, 그럴 수도 있겠구나.’ 덕분에 비행기에서 그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목회의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는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이에 대한 답은 우리 자신의 내면을 깊이 성찰해 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주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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