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관 목사의 목회의 길에서] 담임목사로 청빙되던 때를 돌아봅니다
저는 2011년 초 전 교인 투표를 통해서 담임목사로 결정되었습니다. 그 당시에 저의 청빙 과정을 두고 조금 만족스럽지 못하게 생각하는 성도님들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교회가 담임목사 모집 광고를 내면 신청자도 많을 텐데, 그런 식으로 신청자를 추려 뽑아서 한 두 명이라도 복수의 후보자를 놓고 선택하도록 하지 않고 왜 이수관 목사 한 명을 두고 투표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의견에 비해 당시 최영기 목사님(이수관 목사의 전임, 편집자 주)은 확고한 입장이셨습니다. 그와 같은 경쟁구도는 혼란만 불러일으킬 뿐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안정된 교회들이 담임목사를 구하는 과정을 보면, 먼저 청빙위원회에서 후보자를 물색하고 그중에 가장 좋은 후보가 정해지면 한두 명의 안수집사님들이 조용히 그 교회에 가서 설교를 들어보고, 이런 식으로 적당하다는 판단이 서면 청빙 요청을 보내고, 그렇게 모셔서 설교를 들어본 후에 전교인 투표로 결정하고, 만약 아니라면 또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것이 보통이지 광고를 내서 경쟁 구도를 통해서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 저는 이런 일에 전혀 문외한이었고, 제가 그 당사자였기 때문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제가 앞으로를 준비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때를 돌이켜 보면 ‘당시의 담임목사님이 그럴 수밖에 없으셨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요즈음 교회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보면서 더 확신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보통 교회에서 담임 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을 보면 대충 둘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 경우는 현재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는, 성도들에게 잘 알려진 한 목사님이 후보가 되고, 예전에 이 교회에서 사역을 했던, 지금은 다른 곳에서 사역을 하고 있는 다른 목사님을 불러와서 경쟁 후보로 세우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두 분 다 전혀 모르는 분이 아니어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서로 선호하는 목사님을 중심으로 교회가 의견이 둘로 나뉘어 분열되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또 다른 경우는 현재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는 한 목사님이 후보가 되고, 또 한 사람은 전혀 성도님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새로운 분을 외부에서 초빙해서 경쟁 후보로 세우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기존의 분과 새로운 분을 세움으로써 적당한 균형을 취한 것 같지만, 사람들은 쉽게 새로운 사람에게 더 끌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미 검증된 좋은 후보를 두고 적절하지 못한 사람을 뽑게 되는 문제를 겪습니다.
사실 목회자라고 해도 그분이 어떤 분인가에 대해서 설교 몇 번 들어보고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 교회 풍토를 잘 이해하고 이어 나갈 수 있는 분인지, 이 분이 우리 교회에 맞을지를 판단하는 일은 오래 시간을 두고 겪어 보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잘 알려지지 않은 외부의 사람을 후보자로 세울 경우, 결국 새로운 인물이라는 것에, 또는 좋은 설교 몇 번에 끌려서 잘못 판단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개교회의 목회자는 그 교회에서 나와야 한다는 원래의 침례교 전통이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