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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社說] 침례교 정체성 제대로 알고 말하자

 

정체성(identity, 正體性)이란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게 환경이나 사정이 변해도 그 사람이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변할 수 없는 존재의 본질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걱정을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다. 한국교회의 위기를 정체성의 위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침례교는 정체성의 위기로부터 예외일까? 침례교가 예외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씁쓸하다. 침례교가 환경이나 사정이 변해도 가지고 있는 변할 수 없는 존재의 본질은 무엇일까? 혹자는 침례교는 장로가 없는 목사와 집사만을 두는 것이 침례교의 정체성인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을 틀리다고는 말하지 않더라도 침례교를 충분하게 설명했다고 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것이다. 성경적으로 역사적으로 그리고 교단 적으로 침례교회의 존재의 본질이라고 생각한 침례교회의 정체성은 어떤 것이었을까를 생각하고 어느 한 부분을 주장하면서 그것이 정체성의 전체인 것처럼 말하지 않기를 바라고 정체성도 붙잡고 협력도 이뤄내는 건강한 침례교를 기대해 본다.

먼저는, 침례교는 성경의 절대적인 권위(Primacy of Scripture)를 인정하고 믿는 이것이 그들의 정체성이다. 어느 시대나 침례 교인들의 최종적인 권위는 성경에 대한 애정의 척도로 표현되었다. 그들은 성경 외에는 아무것도 그들의 신앙의 근거가 될 수 없고 성경 외에는 아무것도 그들의 양심을 얽어 멜 수가 없으며 성경 외에는 아무것도 절대적인 진리일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안타깝게도 요즘 침례교회 안에는 성경에서보다는 총회나 지방회의 규약에서 문제의 답을 먼저 찾으려는 모습을 보게 되고 뿐만 아니라 미주 한인침례교 총회는 그들의 규약을 ‘헌법’이라고까지 명칭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과연 이분들이 침례교인들이 맞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에릭 올만(Eric Ohlmann)은 이러한 침례교인들의 믿음을, “종교적인 문제들에 있어서 어떠한 안내를 받기 위한 자료들을 성경뿐만 아니라 전통이나 이성, 그리고 경험으로부터 의도적으로 가져오려는 다른 기독교 단체들과는 달리, 침례교인들은 철저하고 단호하게 오직 성경만을 그들의 신앙과 행습의 유일한 권위로 삼았다.”라고 설명한다. 침례교회가 성경에 절대적인 권위를 인정하고 말씀에서 답을 얻으려는 정체성을 잃어 가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지나친 것일까?

다음으로는, 역사적으로 침례교가 처음부터 추구해 왔던 일관된 정체성 중의 하나는 자유정신이다. 침례교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John Smyth와 그의 일행이 1607년 영국 국교회로부터 박해를 피하여 신앙의 자유를 찾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하여 메노나이트의 영향을 받아 1609년에 최초의 일반 침례교회가 세워졌다. 처음부터 이 사람들은 신자의 침례를 주장하고 종교와 국가의 분리 그리고 신앙의 자유를 주장했다. 침례교 운동이 시작된 초창기부터 이들은 ‘종교의 자유를 위한 열망과 선교를 향한 열정’이라는 두 개의 주장을 자기들의 정체성으로 여기고 있었다. 남침례교 신학교에서 교회사를 가르쳤던 Walter B. Shurden교수는 그의 책 침례교 정체성(The Baptist Identity: For Fragile Freedoms에서 “침례교의 정체성은 자유정신(성서자유, 영혼의 자유, 교회의 자유, 신앙의 자유)에 두고 있다”라고 했다. 침례교인들에게 자유정신은 그들의 목숨과 맞바꾼 정체성 중의 정체성임을 기억하고 타인의 자유는 물론 다른 교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을 조심할 때 서로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침례 교인들이 소중하게 생각해 온 정체성 중의 하나가 신자의 만인 제사장 주의이다. 만인 제사장직 교리의 개념은 신약 성경의 심장과도 같은 핵심적인 진리이다. 이 교리의 핵심 가르침은 모든 신자는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이다. 침례교회는 개교회의 사무 처리회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하는 것을 가장 권위 있는 결정으로 인정한다. 그러므로 이 지역교회의 사무처리회에서 결정된 일에 대하여 총회나 지방회 더 나아가 국가라 할지라도 간섭할 수 없다. 침례교가 낳은 세계적인 침례교 조직신학자 E. Y. Mullins는 침례교 신앙의 독특성으로 “종교에 있어서의 영혼의 자율적 능력”을 들었다. 이 말은 개인 영혼의 자율성, 신자의 만인 제사장직 더 나아가서는 개교회의 자율성이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루살렘교회의 머리가 예수 그리스도이듯이 안디옥교회의 머리가 그러하고 예루살렘교회가 안디옥교회를 간섭하지 않았던 것 같이 오늘날도 신약교회의 정신을 정체성으로 가지고 있는 침례교회는 다른 교회 일에 대하여 간섭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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