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현장소장 백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는 과정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일단 대통령이 되었으니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가도록 협조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것은 몰라도 신고리 5·6호기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공사중지에 재개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목회도 제대로 잘하지 못하고 또 알지도 못하는데 하물며 과학기술과 정치 쪽은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내가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서 교회는 더 순결해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몇 자 적는다.
어느 날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공정률 약 29%의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의 공사를 일시 중지시켰다. 그리고 공론화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그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그 위원회는 3개월간의 논의 끝에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공사를 재개한다는 내용의 정부 권고안을 압도적인 표 차이로 결정하고 지난 10월 20일에 발표했다. 이로서 공사를 다시 재개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 약 1억 불 정도의 손해가 발생하였고 그 손해에 대해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손해는 고스란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라는 공기업이 떠안게 생겼다. 원자력의 안정성이나 공론화위원회의 구성과 발전소 공사 중지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떠나 아무리 공기업이라 해도 ‘누군가의 돈’인데 그 돈에 대해 정부가 손해를 끼쳤다면 그 당사자가 반드시 보상을 해야 하는 법이거늘 서슬 퍼런 정권의 힘으로 동네 골목의 양아치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권력자나 혹은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정책을 펼 수는 있으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나 어려움에 대해서도 분명 귀를 기울이거나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물론 공사 일시중시라는 결정은 한수원 이사들의 책임이고 결의이다. 그러니 책임을 져도 그 이사들이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그 이사들이 자발적으로 결정을 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강압에 못 이겨 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동네 곳곳마다 크고 작은 공사가 진행 중일 때 건설 현장 귀퉁이 한쪽에는 “공사 중 불편을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현장소장 백”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자발적으로 길을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돌아가게 만들었으니 현장소장이 미안하여 붙인 안내판이라고 순진하게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안내문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한수원, 아니 국민에 대해 어떤 미안한 마음을 가질까?
정당한 행동이라도 그 결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거나 손해를 본 사람들을 위한 배려를 하는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일 것이다.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의 책임을 지는 자세가 아쉽다. 지금이라도 한수원이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 곧 국민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와 가족, 우리 교회 성도들 중 누구도 한수원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아울러 교회에서도 새신자보다는 오래되거나 직분을 맡은 신자, 일반 신자들보다는 사역을 하는 목회자들에게 책임이 더 요구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회 지도자들이나 정부 권력자들 모두 인간인지라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정책을 확신을 가지고 밀고 나갈 수 있다. 그러면서 배우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깨달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나 어려움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는 자세가 중요하다. 더욱이 교회에서는 사람의 영혼에 대해 다루기 때문에 더욱 매사에 조심해야 할 것이며, 소외된 자와 마음이 아픈 자에게 까지 신경을 써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른바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태도는 용납되지 않는다. 목회자들은 설교를 할 때 단어 하나까지 회중들의 마음을 살펴가면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기도로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고 사람에 대해서는 친절과 사랑으로 대하며,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성품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행동이나 결정에 대해서 나 몰라라 하여도 그리스도인은 정치인보다 더 도덕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변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