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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28) 코로나 이후에 맞이하는 부활의 의미    

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28)  코로나 이후에 맞이하는 부활의 의미    

홍경아 사모(미주)
아리조나한인교회, 현 공립초등학교 특수교사

코로나 이후에 맞이하는 부활의 의미  

크리스마스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고난주간에 부활절이 다가오다니. 세월은 빠르고, 하나님의 시간은 성실하다. 미국에서 교사 생활을 한 지도 이제 4년차. 올해는 코로나가 어느 정도 지나간 만큼 작년보다는 학교생활이 좀 수월하겠지 기대를 했으나,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미국 학교에 적응하고 익숙해질수록 초보일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공립학교의 단점들도 하나 둘 씩 눈에 들어왔다. 동료 선생님들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학생들 모습은 많이 다르다고 입을 모아 말씀하신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사건이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고, 그 영향이 지금에서야 학교현장에서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학교생활의 첫 경험을 온라인으로 맞이했던 유치원 학생들은 1학년이 되어서야 경험하는 교실 상황을 많이 힘들어했다. 특히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은 더욱 그러하다. 공부가 지루해지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할 때처럼, 컴퓨터 화면을 닫아 버리거나 방안을 돌아다니며 딴짓을 할 수가 없기에 어떤 학생들은 교실에서 뛰쳐나가기도 하고, 바닥에 눕거나 울어 버리기도 했다. 꽤나 엄격한 미국 초등학교 교실의 규칙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인내심의 바닥을 치며, 자기가 원하는 것을 자기가 원하는 때에 얻지 못하는 것에 분노하며 물건을 던지며 소리를 지르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덧붙여 코로나를 겪으며 ADHD를 진단받은 학생들이 주로 복용하는 에드럴(Adderall)이라는 약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약을 끊었거나 대체약을 먹은 학생들의 이상 행동이 학교의 혼란을 고조시켰었다. 뉴스에 보도된 내용을 보니, 코로나 때 에드럴을 복용하기 시작한 학생들이 갑자기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해 약의 품귀현상이 나타난 것이란다. 아마 코로나 때 집에서 부모님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통에, 부모님이 자녀를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생겼고, 자녀의 안절부절한 태도와 인내심 없는 행동을 ADHD라고 단정짓게 되었고, 텔레 메디컬로 진단과 처방전 얻기가 수월해진 것이 한 몫 거들어, 많은 학생들이 ADHD로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코로나 때 학교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도움이 필요한 구석구석에서 학생들을 돌보았던 경험많은 보조 선생님들이 대거 은퇴하였다. 학교는 만성적인 일손 부족으로 특수교사인 나는 팔과 다리가 문어처럼 8개였으면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분 단위로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학생들을 돌보아야 했다. 특수교육이 필요하다고 진단받고, 새롭게 특수교육을 받게 되는 학생들은 계속 늘어나는데, 보조 교사와 특수교사 모두 부족하다보니 매일 아침 나의 하루 일과는 보조 선생님들의 매일 매일의 스케줄을 짜는 것과 도움이 필요한 많은 학생들 중 누구에게 우선으로 보조 선생님들을 배치할지를 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보조 선생님을 배치하고, 참을성 없이 폭발하는 학생들을 관리하는데 나의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런 상황 가운데, 나는 내가 맡은 아이들에게 “예수님의 부활”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 지금 처해진 상태를 벗어나 전혀 새로운 상태가 되는 것, 즉 물이 변화되어 포도주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불안, 우울, 그리고 걱정에 매몰되어 있다. 그냥 기분이 안 좋고, 친구가 자신을 싫어할까 봐 걱정이고, 친구들에게 뒤쳐질까봐 항상 불안하다. 한마디로 행복하지가 않다. 이들에게 있어서의 새로운 변화는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는 생활, 친구가 날 싫어해도 예수님이 날 사랑하면 견딜 만한 삶, 친구보다 앞서거나 뒤쳐지는 것은 그렇게 대수롭지 않을 수 있는 용기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요즘 공급이 부족하다는 에드럴으로도 이루질 수 없고, 미국 학교에서 흔히 적용하고 있는 PBIS(Positive Behavior Interventions and Support)으로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 사건 이후에, 예수님의 부활이 더 새롭고 간절하게 느껴진다. 고독, 절망, 무기력에 빠진 요즘 시대의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예수님의 부활의 소식이 간절히 필요하다. 이들의 눈높이에 어떻게 맞추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부활의 소식을 전할 수 있을까? 요즘 이 질문을 점점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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