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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31-마지막 회)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31-마지막 회)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홍경아 사모(미주)
아리조나한인교회, 현 공립초등학교 특수교사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마지막 회)

드디어 방학이다. 미국의 학교는 한국처럼 전교생이 모여 진행하는 방학식 따위는 없다. 특별한 행사라고 하면 초등학교 졸업생인 5학년 학생들이 학교를 한 바퀴 행진할 때 전교생과 선생님들이 일렬로 서서 뜨거운 박수로 학생들의 마지막 하굣길을 장식해 주는 정도이다. 학교마다 선생님 대 5학년 학생들로 미국식 피구를 하거나 발야구를 하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서의 하이라이트는 학생들이 모두 하교한 후, 학부모회에서 선생님들을 위해 마련해 주는 특별한 점심 식사를 동료 선생님들과 먹으며 그 해의 마지막 교무 회의를 하는 것이다. 

올해는 작년과 좀 다른 분위기였다. 작년에는 학교를 떠나가는 선생님들을 위해 선생님들끼리 비밀스럽게 작은 선물을 준비하기도 했고, 여름 방학 때의 계획들을 이야기하며 사뭇 들뜬 분위기였다. 그런데 올해는 좀 뒤숭숭했다. 올해 코로나를 겪은 악동들을 상대하느라 다들 진이 빠져서 그랬겠지만, 그것 말고도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이 느껴졌다. ESL 선생님께서 지금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는 소식, 학교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던 상담 교사가 다음 학년도에는 우리 학교와 옆의 중학교 두 학교를 왔다 갔다 하는 순회 교사로 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부진아 학습 지도팀의 보조 교사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인다는 소식. 교육청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퇴직하면 그 자리에 새로운 사람은 뽑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 등등 인력 감축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문득 지난번 교무회의에서 보았던 홍보 동영상이 생각났다. 교육청에서 새로운 비전 어쩌고저쩌고하며 큰 변화를 예감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한 것이었다. 뭔가 변화가 있을 모양이다. 이 변화가 교사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큰 위기의 순간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뒷북의 여왕이요 새 소식의 마지막 종착지인 나는 동료 선생님에게 이것이 무슨 이상한 분위기냐 물었다. 돌아온 답은 우리 교육청의 관할 구역의 인구 변화로 학령기 아동들이 계속해서 줄어들어 교육청의 예산이 예전과 달리 넉넉지 않은 탓에 교육청에서 구조조정을 하는 모양이라는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특수교육 교사는 여전히 부족하여 특수교육 교사에 대한 구조조정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 인구 변화의 영향이 이렇게 코앞까지 다가오다니 놀라웠다. 아무리 교육청에서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학생 모집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근사한 학교 홍보 동영상을 만들어 여기저기 뿌릴지라도 교장 선생님의 말처럼 “올 것은 오고, 벌어질 일은 벌어지게 마련이다.” 즉 내가 속한 교육청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학생 수 감소를 경험할 것이며 이에 따라, 정부에서 학생수당 받는 예산은 해마다 줄어들 것이고, 이것은 곧 학교 규모의 축소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교육청은 시대의 거대한 흐름에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나는 제3자의 입장이 되었다. 그렇지만 한국의 신문과 매스컴을 보면 연일 인구 감소로 한국이 정말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난리이다. 한국에 있는 학교들도 내가 속한 교육청이 겪고 있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두 종류의 사람들이 보였다. 정리 대상 1순위인 선생님의 푸념 소리를 들었다. 

“경아 선생님, 이사할 짐이 많나요?” 

“아뇨, 저는 정리할 짐이 별로 없어요. 파일 몇 개가 전부예요.” 

“저는 박스로 12개나 돼요. 아직 어느 학교로 배치가 될지 몰라 이 박스 짐들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듣고 있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그런데 복도를 지나다 심리 검사 선생님의 방 열린 문틈으로 선생님이 작은 박스에 짐을 정리하는 것을 보았다. 그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 다음 학년도에도 그대로 있기로 했는데 왜 짐을 박스에 정리하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저는 학년이 끝나면 짐을 박스에 정리해 두기를 좋아해요. 물론 다음 학년도에도 이 학교에 있기로 했지만 여름 방학 동안에 어떤 변화가 생겨 결정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그때를 대비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역시, 상담과 심리를 전공하기 때문일까? 난세에 지혜로운 대처가 아닐 수 없다. 교회는 어떠한가? 특히 교회의 주일학교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12개의 짐 박스를 끌어안고 고민하는 주일학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간단하게 짐을 싸 두고 날렵하게 변화에 적응하는 주일학교가 될 것인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우리들의 고민거리이다. 올 것은 오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님께 날마다 물어야 하겠다. 

 

‘홍사모의 교회와 장애교육 연재’는 필자의 개인 사정으로 여기서 마칩니다.
그동안 좋은 글로 섬겨주신 홍경아 사모님께 감사드리며 독자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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