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牧會斷想] 부활의 생명력이 넘치는 봄날에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부활의 생명력이 넘치는 봄날에
얼음 밑을 흐르는 구슬 구르 듯 맑고 가벼운 물소리가 봄이 옴을 알리고, 이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새싹 봉오리들이 뽀얀 솜털 옷으로 갈아입고 각기 다투어 핀다. 그리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뿜고, 땅 속에 있는 양식을 뿌리로 끌어올려 더러는 연두색으로, 더러는 자두색이 되더니 어느새 짙은 초록색 잎으로 변해 버린다.
다른 한편에서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잎도 피기 전 더러는 연분홍으로, 더러는 빨갛고 하얗게 꽃을 피운다. 그리고 벌 나비를 불러 양식을 제공하고 그 자리에 예쁜 아기 열매를 맺는다. 이렇게 태어난 열매들은 무성한 잎과 뿌리로 태양과 공기와 땅 속에 있는 영양을 공급받아 익어 가겠지. 그리고 다양한 생명들의 먹이가 되고 그 대가로 먼 곳으로 이동하여 종을 번식시키고 잎들은 예쁜 단풍으로 물들어 나무와 이별하고 대지로 돌아가겠지.
생명 있는 것들이 이와 같지 않은 것이 있을까?
나에게도 생명의 주인이 안과 밖에 계시며 사랑하심을 느끼게 하시고, 빛이 되어 내면을 살피게 하시고, 이기심과 욕심과 진리와 사랑이 어우러진 세상을 보게 하신다. 그리고 때로는 치료자로, 때로는 상담자로, 때로는 용기와 지혜를 주시며 인도를 하신다. 결국 나를 아름다운 인격으로 자라게 하시어, 때로는 불의와 다투게, 때로는 때를 기다리며 침묵하게, 때로는 말하고, 때로는 용서하고, 때로는 사랑하게 하시며 “나는 나야” 외치며 고유한 가치 있는 존재로 살다 본향으로 돌아가게 하겠지.
이를 위해 내 죄를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거룩하다 인정하시고 부활하셔서 내 안에 계시는데. “부활하신 예수님은 어디에 계시지?” 소꿉친구가 질문을 한다. 난 미소 지으며 대답을 했다. “내 안과 밖 전부에 다양한 모습으로 계시지. 빛으로, 진리로, 친구로, 신랑으로, 상담자로, 치료자로…. 그래서 난 환경이 주어졌을 때 밝은 빛으로 나가 미움과 편견과 욕심에 매인 감정과 생각을 보아. 하나님의 자리에 앉아 이놈은 어떻고 저놈은 어떻고 하는 교만해진 모습도 보고. 그러면 저절로 겸손하게 되어 질문하고 얻어진 정확한 정보와 지식으로 상황을 바르게 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과 결정을 하게 돼. 결국 부활을 믿는 이들은 지혜로운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되어 수고하는 모든 일들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으며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게 돼. 그런데 이 진리를 모를 때 난 예수님이 내 죄를 위하여 돌아가시고 부활하셔서 먼 나라 어딘가에 계시다 재림할 것만 기대하고 살았어. 그래서 바쁜 삶을 살다 부활절이면 희미해진 부활하신 기적을 믿으려 마음을 새롭게 하곤 했지. 그리고 도움이 필요할 때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울고 불며 떼쓰는 기도를 하고는 실망한 적이 많았어. 응답이 없는 듯하여서. 현실의 삶에 구체적으로 개입하시며, 하나님과 동등하게 인격적으로 대화하시며 친구가, 상담자가, 목자가, 신랑이 되어주시는 줄 모르고.”
신앙생활을 평생 했다는 친구가 아는 척한다. “배운 이나 못 배운 이나,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나이 들면 똑같아진다고.”
난 피식 웃으며 대답을 했다. 생명 없는 이는 배운 이나 못 배운 이가 똑같아질지 몰라도 생명 있는 이는 같아질 수가 없다고. 거지근성과 노예근성으로 우상숭배 하듯 신앙생활을 했으면 몰라도.
틀을 깨고 나온 생명 있는 영혼들은 밝은 빛에서 자신이 말하고 행동하는 뿌리를 보고, 사랑하는 이 앞에서,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며, 때로는 질문하고, 때로는 듣고, 때로는 이해하며, 성숙하여 때로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그늘이 되고, 때로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잘 익은 열매를 맺어 세상에 유익한 존재가 되는데, 어떻게 생명 없이 감정과 욕심과 어설픈 지식에 따라 산 사람과 같아질 수가 있냐고.
부활의 생명력이 넘쳐나는 화창한 봄날에 내 안에서 생명이 틀을 깨고 나오게 하시고, 때로는 모두가 침묵할 때 말하고, 때로는 모두가 말할 때 침묵하며,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지혜롭게, 때로는 용서와 사랑하는 삶을 살며 나이 듦으로 변하는 백발을 아름답게 할 꿈을 “나는 나야” 외치며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