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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25) 감사 

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25)  감사 

홍경아 사모(미주)
아리조나한인교회, 현 공립초등학교 특수교사

감사 

지난 월요일은 너무 피곤했다. 주일에 교회 점심 당번이어서도 그랬겠지만, 저녁에 청년들을 초대하여 식사 대접을 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피곤한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월요일에 장난꾸러기, 말썽쟁이 학생들이 그야말로 물을 만난 고기처럼 난리법석을 떨었기 때문이었다. 월요일에 학생들을 하교시키고 나니, 그야말로 정신적 싸대기를 4대 맞은 기분이었다. 

첫 시작은 다이나믹 듀오였다. 3학년짜리 남학생 2명, 나는 이들을 다이나믹 듀오라고 부른다. 서로를 끔찍하게 챙기며 위하지만 한 명이 수업에 집중한다 치면 어김없이 다른 한 명은 생트집을 잡으며 수업에 꼬장을 부린다. 오늘은 그 꼬장이 좀 심했다. 이 다이나믹 듀오는 특수반으로 오는 중에 샛길로 빠질 염려가 지극히 크기 때문에 항상 내가 그들을 교실까지 뫼시러 간다. 그런데 이것들이 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왜 샘 교실에 가야 하죠?”, “정말 지겨워요.”, “선생님은 나를 신경질나게 해요”라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쏟아 내었다. 나도 마음속으로는 “나도 그래, 이것들아!”라고 외쳤지만, 얼굴에는 한껏 가식적인 미소를 머금고는 그들의 불평을 못 들은 척하며 특수반으로 데리고 갔다. 특수반에 와서는 역시나 한 명은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고, 다른 한 명은 수업 내내 궁시렁대며 딴짓을 일삼았다. 그러다가 궁시렁이 반항으로 발전하여 급기야는 수업 거부를 하며 교실 구석에 가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나마 교실을 뛰쳐나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작년 같았다면 그는 교실을 뛰쳐나가 삼천리 방방곡곡을 헤매고, 선생님들은 교장 선생님을 필두로 그를 잡으러 다녔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에는 감사하게도 그가 교실에 머물러 있었다!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다. 

두 번째 정신적 싸대기는 5학년짜리 품행장애 학생에게서 맞은 셈이다. 그는 특수반에 들어오면서부터 껄렁대기 시작하더니 같이 수업받는 여학생에게 묘한 눈짓을 발사하며 시답지도 않은 농담을 투척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하고 수업에 집중하라고 주의를 주니, “왜 나를 어린 아기 취급하는 거죠?”, “애 취급 받는 것에 정말 넌덜머리가 난다고요!”라며 소리를 빽 질렀다. 너무 흥분했고, 선생님의 말도 따르지 않으니 ‘생각 책상’에 가서 1분간 앉으라 하니, 벌떡 일어나 의자를 발로 걷어차며, 힘도 약한 주제에 책상을 뒤집어엎는 시늉을 했다. 예전 같았으면 말로 타이르거나 구슬리려고 했겠지만, 이 분노왕의 행동 패턴을 알고 있는 나는 이번에는 단번에 교장 선생님께 무전기로 지원 사격을 요청했다. 그러자 이 분노왕은 얼른 ‘생각 책상’ 밑으로 들어가 숨어 버렸다. 분노왕이 겁쟁이로 변신했다. 분노왕을 보조 선생님에게 보내 반성문을 쓰게 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했다. 물론 겁쟁이의 엄마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엄마가 분노왕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나 자신이 대견하다. 시답지 않은 영어로 무전기에 대고 지원을 요청했으니 말이다. 고맙게도 교장 선생님, 보조 선생님, 옆방 선생님이 헐레벌떡 달려오셨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세 번째 싸대기는 유치원 꼬마에게서 맞았다. 교사 책상에 앉아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데, 복도에서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특수반 문이 열리며 귀여운 꼬마가 울면서 보조 선생님에게 반강제로 끌려 오듯이 특수반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뭔가 거스르는 것이 있었는지 옆의 친구 얼굴을 주먹으로 쳤다는 것이다. 맞은 사람이 운다면 이해가 가지만 때린 사람이 우는 것은 뭐란 말인가? 퍽치기 선수가 나에게 험한 소리를 퍼 붇거나 교실의 기물을 부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미 정신적 싸대기를 두 대나 맞은 상태였기 때문에 퍽치기 선수의 칠판 긁는 듯한 울음소리를 하하 호호 웃어넘길 여유는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퍽치기 선수는 특수반에서 안정을 되찾고는 자기 교실로 돌아갔다. 퍽치기 선수가 울기만 하고 특수반의 기물을 집어 던지지 않아서 정말 감사하다. 특수반에 자주 방문하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 싸대기는 1학년짜리 학생에게서 맞았다. 전형적인 품행장애! 나와 함께 일대일로 수학을 공부하는데, 숫자 2를 거꾸로 썼길래 올바르게 쓰라고 하며 종이에 2를 써서 보여 주었더니 대뜸 한다는 소리가, “어른들은 아이들을 몰라요. 어린이들의 심정을, 무엇을 생각하는지 전혀 모른단 말이에요”라는 엉뚱방뚱한 말을 내뱉었다. 뭔가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절대 이 작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엉뚱방뚱씨, 숫자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약속이자 기호예요. 그러니 이렇게 쓰세요”라고 콩쥐처럼 친절하고 아름답게 설명해 주었건만, “숫자 2인 것 선생님은 알잖아요. 모두가 이것을 2라고 알아본단 말이에요. 저에게는 저만의 방식이 있어요. 상관 마세요. 알아보면 되었지 바르게 썼건 틀리게 썼건 무슨 상관이에요”라고 개똥철학을 설파하였다. 자기의 개똥철학을 설파하며 스스로의 철학에 도취하여 화가 점점 더 났는지 급기야는 소리를 지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결국 치사한 방법을 써야 했다. 

“엉뚱방뚱씨, 이 향기 나는 스티커를 받으려면 나머지 문제를 마저 풀어야 해요.” 

엉뚱방뚱씨는 갑자기 울음을 뚝 그치고는 스티커를 받기 위해 순식간에 나머지 문제들을 풀어제꼈다. 다행이다. 엉뚱방뚱씨가 스티커를 이토록 좋아하다니. 심오하고 깊은 자신만의 개똥철학을 스티커 하나에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수학 문제 풀이에 열중하는 모습에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나의 하루를 돌아보았다. 와!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니.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다. 나의 멘탈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집에 와서 울거나 초주검이 되었을 텐데 이제는 피곤만 할 따름이다. 

난 아직도 매일 아침 출근하면 감사 기도를 드린다. 내가 미국의 학교에서 일한다는 것이 그리고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는 것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영어를 똑바로 해야 한다는 중압감, 코로나의 위기, 갑자기 보조 선생님들의 보스가 되어 이래라저래라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묘하게 때로는 극적으로 어떤 때에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로 나를 구해 주시고 건져 주셨다. 이 가을에 버틸 수 있게 하시며 조금씩 성장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하나님은 기적을 베푸시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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