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관 목사의 목회의 길에서] 내가 천국을 그리워하는 이유
이수관 목사 – 휴스턴 서울교회(미주)
내가 천국을 그리워하는 이유
얼마 전 금요일 목장을 방문해서 모임을 시작하려고 하는 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늘 문자로 상황을 알려오던 사람이 문자가 아니라 전화를 걸어 왔기에 ‘아! 결국은….’ 하고 중얼거리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Oppa(오빠), Mom has just passed away” 한 성도님의 딸이 엄마가 방금 돌아가셨다는 기별을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I know you should be the first person to know (네가 가장 먼저 알았으면 했어)”
이 성도님 부부는 제가 30대 중반에 휴스턴에 와서 처음 몸담았던 목장에 가장 어른이셨는데 우리 부부를 많이 아껴 주셨던 분들입니다. 두 분이 목장에서 따뜻한 어른의 노릇을 잘해 주셨기 때문에 저희가 속해 있던 목장은 부흥했고, 1년 동안 단기 출장자들이 와서 6명이 영접하는 역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저는 싱글 목장을 맡기 위해서 그 목장을 떠났지만 두 분과의 남다른 친분은 계속되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함께 식사했고, 가끔 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때는 번갈아 가며 가족들을 식사에 초대하기도 했고, 아플 때면 방문하고, 필요가 보이면 섬겨주고.. 그래서 카드를 보낼 때면 저는 Dear Mom이라고 쓰기도 하고, 그분들은 My dear Son & Daughter라고 쓰시고, 그 댁의 딸은 저와는 동갑이지만 제가 생일이 빠르다는 이유로 오빠라고 불러줍니다.
제가 휴스턴 서울교회에 와서 친분을 가졌던 좋은 분들이 한 분 한 분 떠날 때마다, ‘이제 내가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그런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목장이 끝나고 밤늦게 찾아가서 마지막 모습을 뵈었습니다. “88년의 인생 수고 많이 하셨어요.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지금 저희를 보고 계시지요? 그리운 얼굴은 천국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가슴 속에 묻어 두도록 할게요” 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제가 천국이 그리운 이유는 그곳에는 내가 그리운 분들이 하나둘 늘어간다는 사실입니다. 그중에 첫 번째는 저희 아버지입니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예수님을 영접하셨기 때문에 한 번도 크리스천으로의 부자의 정을 나누어 보지 못했던 저와 아버지 사이에 어떤 관계가 기다리고 있을지가 기대가 되고 기다려집니다. 천국은 모든 관계가 새롭게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 땅에서 부족했던 그 모든 아버지와의 관계에서의 결핍이 그곳에서 풍족히 채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서 정이 들었던 분들이 한둘씩 떠나는 것을 볼 때마다 천국은 더욱더 기대되는 곳으로 자라갑니다. 그분들의 헌신이 천국에서는 어떤 열매가 맺혀 있을지, 그 열매를 앞에 두고 함께 기뻐할 그 기쁨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 안 되는 영광이 기대가 됩니다. 혹시라도 그분과 내가 약간의 불편한 관계였다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이 세상에서는 오해가 있고, 서로 안 맞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할 테지만 천국은 전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의 철없는 오해를 훌쩍 뛰어넘는 완벽한 사랑이 그곳에는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하나님을 눈으로 뵙는 것일 것입니다. 완벽한 그분의 광휘와 임재를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이 땅에서의 모든 고생을 상쇄시키고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도록 할 테니 말입니다. 이 땅에서 불완전하게 경험하는 하나님의 임재도 우리에게 그런 고백을 하게 한다면 그곳에서 누리는 완벽함이야 말해 뭣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