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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牧會斷想] 행복하고 풍성한 삶을 독자들이 누리게 글을 쓸 꿈을 품고 새해를 

[목회단상 牧會斷想] 행복하고 풍성한 삶을 독자들이 누리게 글을 쓸 꿈을 품고 새해를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행복하고 풍성한 삶을 독자들이 누리게 글을 쓸 꿈을 품고 새해를 

브런치 젊은 독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글을 어떻게 쓸까?’ 고민할 때 어릴 적 한 사건이 떠 오른다. 

결혼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이모 집을 방학이 되어 방문하였다. 처음 만난 어린 조카인 나를 이모부는 평창강에 데리고 가 낚시를 하며 정다운 관계가 되려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모부와 함께하는 시간이 마냥 즐겁기만 하였다. 이런 이모부와 수다를 떨다 집에서 기르는 토끼를 자랑하고 싶었다. 그런데 난 그만 토끼 2마리를 10마리로 뻥튀기를 하였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이모부에게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지내다 방학이 끝나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이모부님이 와 계신다. 아뿔싸! 하필 이모부께서 토끼장 앞에 서 계신다. 머리에 쥐가 난다. 토끼 2마리를 10마리로 뻥튀기한 것이 되살아나면서…. 순간 이모부께서 한 마리 두 마리 토끼를 세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버렸다. 그리고 거짓말쟁이라고 여길 것이라는 생각으로 새 그물에 걸린 새가 되었다. 혼 빠진 난 이모부에게 얼버무려 인사를 하곤 “숙제를 해야 한다” 핑계를 대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10마리였는데 8마리를 족제비가 물어 갔다고 할까. 그냥 도망갔다고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나에게 이모부께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하신다. 풀 죽어 식탁에 앉은 난 저녁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이모부는 여전히 친절하게 대하지만 난 퉁명스레 반응한다. 방귀 뀐 놈이 성내는 듯. 

지옥 같은 저녁 시간을 보내고 이튿날 아침 학교로 가며 난 다시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이후로 이모부를 만날 때마다 싫어지는 마음에 사로잡혀 어색하게 대하였다. 날 거짓말쟁이로 여길 것이라는 확신에 갇힌 채. 그리고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비참해지는 새처럼 이모부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우울해질 뿐 아니라 자존감까지 사라져 버린다. 

아—- “나도 모르게 뻥튀기를 했다”라고 고백했더라면, 이모부는 “누구든 그런 실수를 할 때가 있어. 그런데 넌 정직하게 잘못을 고백하는 것을 보니 멋진 어린이구나. 자신의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네가 자랑스럽다”며 나를 꼭 안아주었을텐데…. 그리고 그물에 걸렸다 풀려난 새처럼 푸른 창공을 훨훨 나는 기쁨을 내 영혼이 맛보았을 텐데. 

머리에 쥐 난 상태로 방에서 갖가지 없어진 8마리 토끼 이야기를 꾸미려고 하지 말고 그물에서 풀려나는 방법을 알았어야 했는데. 난 예수를 믿으면서도 그물에 걸려 있는 줄도 모르고 사랑과 지혜의 음성을 들을 줄도 몰랐다. 

새해를 시작하며 우리 안에 계시는 밝은 빛에 비추인 널브러져 있는 그물들을 본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 욕심, 미움, 질투, 교만, 돈, 명예, 자존심 등등 우리를 올무에 가두려는 다양한 이름의 그물들. 때때로 이 그물들을 피해 가지만 때론 그물에 걸린 새가 되기도 하는 삶. 그러나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지만, 많은 것을 잃게 되지만, 정직하게 고백하고 걸린 그물에서 빠져나와 창공을 날아가는 꿈을 꾸면서…. 

그리고 운명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음식과의 관계, 인간관계, 예술과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 돈과의 관계, 문명과의 관계 등등…. 이러한 다양한 관계 속에서 관계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행복이 결정되는데. 모든 관계에 진리에서 온 지혜를 적절하게 대입하여 행복하고 풍성함을 독자들이 누릴 수 있도록 글을 쓸 꿈을 품는다. 삶의 편리함은 좋아지고 있는데 오히려 행복지수가 떨어지며 교회를 외면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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