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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회 목사의 삶, 안목, 리더십] 조용한 카리스마

[정태회 목사의 삶, 안목, 리더십]  조용한 카리스마

정태회 목사 – D.C.M.i 대표(미주)

조용한 카리스마   

세상에서 뚫지 못할 것이 하나도 없는 강하고 날카로운 창은,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뚫을 수 없는 강력한 방패를 뚫을 수 있을 것인가? 모순이다. 작은 거인, 점보 새우 등 모두 모순 어법이다. 그렇다면 조용한 카리스마는 어떠한가? 카리스마는 조용하지 않다. 카리스마의 정의가 “다른 사람을 매료시키고 영향을 끼치는 능력”이라면 내성적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매료시키고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품의 리더가 역동적으로 자신의 논지를 주장할 때 사람들은 끌리게 되어있다. 

그런데 나의 캄보디아 사역 파트너인 함수이 목사는 외향적이고 역동적이라기보다는 조용하고 침착하며 전혀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다. 있는가 싶어 보면 없고, 없는가 싶어 무시하려면 있다. 그가 설교할 때 남에게 없는 파토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표정을 바꾸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는 캄보디아 반테이 미안체 주의 목회자 협의회장직을 연임하고 있다. 교단을 초월하여 모든 목회자가 그를 존경하고 따르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치 지도자와 타종교 지도자들조차 그를 개신교를 대표하는 리더로 여기며 존경하고 있다. 

최근 함수이 목사의 인도로 일주일간 캄보디아 반테이 미안체 주를 여행하면서 많은 목회자를 만나 나에게 요구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당연한 말이겠으나 나의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목회자들의 반응은 지역과 시간마다 달랐다. 화씨 100도(섭씨 37.8)가 넘는 오후, 에어 컨디션도 없는 교회에서 나의 프리젠테이션을 들은 목회자들은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별 반응이 없었다. 지루하고 힘든 표정이 그들의 얼굴에 역력한 경우, 나는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의 내용을 확 줄여 일찍 끝을 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함수이 목사가 굳이 안 해도 되는 자신의 연설로 내가 일찍 끝낸 프리젠테이션 시간을 채워 넣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것은 또 무엇인가? 억양이나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그의 밋밋한 연설에 (코마 상태에 빠져있던) 모든 목회자가 (갑자기 주의를 집중하며) “아멘”하는 것이 아닌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리더십의 21가지 불변의 법칙>에서 저자 존 맥스웰은 다섯 번째 리더십 법칙으로 휴톤의 법칙을 제시한다. 휴톤의 법칙은 이것이다. “참 리더가 말할 때 사람들은 듣는다.” 아무리 날씨가 덥고, 피곤해도 함수이 목사가 조용히 입을 열면 모든 목회자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아멘으로 응답하는 것을 보았다. 전혀 카리스마가 없을 것 같은 사람에게서 카리스마가 넘쳐 나온다. 문자 그대로 조용한 카리스마이다. 어디에서 그의 카리스마가 품어 나오는 것일까? 난 그와 함께 한 일주일간 그의 카리스마가 흘러나오는 근원을 다음과 같이 발견할 수 있었다. 

1. 커넥트(Connect): 함수이 목사가 나눈 이야기들은 깊은 리서치를 통해 찾아낸 심오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저 자기 삶과 사역에 있었던 평범한 이야기들이었다. 어떤 경우,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이 웃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청중이 폭소를 터트리는 것이 아닌가! 난 여기에서 스토리 텔링의 파워를 보았다. 예리한 분석과 이론은 화자와 청중을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하지 못한다. 오직 날카로운 분석력을 갖은 몇 명의 사람만이 화자의 말을 따라올 수 있을 뿐이다. 반면 스토리는 언제나 화자와 청중을 연결하여 화자가 말하는 것에 청중이 빨려들게 한다. 함수이의 연설에는 감정을 북돋우는 억양도, 감동을 가져오기 위한 과장도 없었다. 그저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는 이야기를 통해 청중과 커넥트하고 있었다. 커넥트되지 않으면 카리스마는 없다. 

2. 커리어(Career): 함수이 목사는 교회 개척자이다. 어느 지역의 한 아담한 교회에서 목회자 한 사람을 나에게 소개해 주면서 그는 말했다. “목사님, 이 교회는 제가 개척한 교회입니다. 교회가 안정되었을 때 이분에게 교회를 넘겨주고 저는 새로운 개척을 했습니다.” 함수이의 커리어는 다른 사람을 성공하게 하는 커리어였다. 주지사 역시 주지사 후보 시절에 함수이의 기도를 받은 후 주지사에 당선되었다. 우리가 성공할 때 타인은 우리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우리가 타인을 성공시킬 때 타인은 우리를 존경한다. 카리스마의 근저에는 “매력”이 있다. 매력은 존경에의 첫걸음이며 카리스마의 시작이다. 

3. 케어(Care): 함수이 목사는 다른 사람을 돌보고 케어한다. 반테이 미안체 주지사는 주지사가 된 이후에도 함수이의 도움을 받기 위해 그를 가까이해 왔다. 우리 일행과 함께했던 일주일 내내 그는 아내와 함께 다녔다. 코비드 기간 중 아내가 병들었고 그 아내를 돌보기 위해 어디를 가도 아내와 함께 다닌다고 말했다. 그가 모든 목회자의 대부(?) 역할을 하는 것도 다른 목회자를 케어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교회보다 작은 교회를 목회하는 목회자만 돌보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교회보다 큰 교회를 목회하는 목회자들도 예외 없이 함수이 목사의 케어를 받는다. 함수이에게 경쟁심이라는 감정은 1도 없다. 그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품어준다. 그래서 다른 목회자들과 정치인도 그에게 기댈 수 있다. 타인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얼마나 나를 케어하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감동에 사로잡힌다. 카리스마는 감동에서 온다. 

Care는 Don’t care와도 연결된다. 중요한 것을 케어하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은 것은 무시할 수 있는 내적 강함이 있다. 내가 남긴 시간을 때우기(?) 위해 그가 연설을 시작했을 때 몇몇 목회자들은 여전히 비몽사몽이었다. 그러나 그는 기죽지 않았다. 무시할 것을 무시하고 계속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폭소가 터지는 순간 이들 모두는 잠에서 깨어났고 함수이의 나머지 연설에 동참했다. 무시할 것을 무시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다면 절대 카리스마가 생길 수 없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는 자신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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