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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牧會斷想] 할아버지의 육아 일기

[목회단상 牧會斷想]  할아버지의 육아 일기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할아버지의 육아 일기

교회와 나의 유익을 계산하며 은퇴를 저울질하고 있을 때 한 소식에서 발생한 소리 없는 언어가 망설임을 깔끔히 제거해 버린다. Pre School이 끝난 후 돌보미 학원에 인계되기 싫어 운다는 외손녀 이야기…. 그러지 말라는 주변 사람들의 충언들을 야멸차게 거절하고 65번째 생일을 기점으로 목회 은퇴를 했다. 그리고 서둘러 맞벌이하는 딸 집으로 이사를 했다.

도착한 다음 날부터 5살 된 외손녀 손을 잡고 유치원을 오가며 만남의 행복과 이별이 주는 아림을 맛본다. 손 흔들며 교문 앞에서 ‘빠-이’하고 돌아서 걷는데 귀에 익은 음성이 뒤에서 들린다. ‘빠-이….’ 반사적으로 돌아서니 가던 길을 멈추고 손녀가 돌아서 손을 또 흔든다. 나도 따라 흔들며 빠-이 하고 돌아서며 사랑은 이별의 아픔을 낳고 이별의 애틋함이 인생을 아름답게 여물게 하는 오묘함을 느낀다.

집으로 돌아온 난 글을 쓰는지 읽는지 시계를 보고 또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다 일찌감치 학교로 간다. 교문 앞에 도착하니 하나 둘 모이는 젊은 엄마들 사이에 흑일점인 할아버지 한 분이 있다. 난 동지를 만난 듯 반갑게 인사하고 수다 떨다 손녀가 나타나자 하던 대화를 내동댕이 쳐 버리고 달려가 손녀를 번쩍 들어 안고 비비곤 얼른 내려놓는다. 그리곤 재미가 있었느냐? 학교가 어뗐냐? 말을 거니 어깨를 으쓱하며 짧게 “굿” 해 버리고 놀이터로 가잔다. 얼마나 사모했으면 엄마 만나는 것보다 그곳을 먼저 가는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그네와 미끄럼과 몽키 바와 시소를 번갈아 즐기는 손녀를 바라보며 존재가치를 느낀다.

몇 달이 지나니 놀이터 대신 물놀이, 몬스터, 숨바꼭질을 하자고 데이케어에서 픽업해 온 2살 베기 손자와 함께 조른다. 체력이 달리지만, 사랑이 충실한 상대가 되게 만든다. 그리고 최선을 다 하는 데 절제시키고 가르치고 훈련해야 할 일들이 보인다. 경쟁이 치열한 만만치 않은 세상을 가치 있고 행복하게 살려면 갖추어야 되는 마음과 습관들…. 그래서 손주들의 삶에 개입하니 종이 왜 주인의 일에 참견하느냐는 듯 불쾌해한다. 그래도 계속하니 반항하다 엄마 아빠에게 알리려 큰 소리를 내 울며불며 끝내 이기려 한다.

사랑을 맛보며 놀다 가르치다 싸우기를 2년이나 했을까? 손녀는 또래 친구들과 오랫동안 통화를 즐기다 먹을 것이나 라이드가 필요한 때만 나를 찾는다. 편해지긴 했는데 존재가치는 사라지고 희생하며 베푼 사랑이 덧없어지는 듯하다. 자녀들의 삶에 적당히 거리를 두고 노년의 삶을 즐긴다는 친구들의 말이 곱씹어지며…..

대부분의 시간을 자연에 맡기고 양육하는 엄마 아빠의 품에서 자란 난 인간의 손과 지식과 감정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육아 환경의 힘겨움이 보인다. 치열해진 생존 경쟁으로 형성된 이기적인 문화와 가치관으로 핵가족을 선호하다 결혼을 회피하고, 아이를 낳아 양육하기를 포기하는 것이 평범해지는…. 이 결과로 인구의 불균형한 사회를 만들어 예측하기 어려운 불투명한 미래가 될 텐데, 손주들의 양육을 어떻게 할까? 저절로 기도가 된다.

어떻게 사랑하는 자녀들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행복하게 양육할 수 있을까? 때로는 허용하고 때로는 절제시키고 때로는 고치고 때로는 기를 살리며 사랑을 확인시키고 가르치며 고유한 탤런트와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하는데….. 인격이 아름답고 실력 있고, 행복한 삶을 위한 삶의 기준이 손주들의 마음속에 초석이 되고, 사랑받는 말과 행동하는 인간으로 양육하고 싶은데….. 주어진 자유와 은혜를 감사하며 인생을 마음껏 즐기지만, 자유와 은혜를 주신 분과 자신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보람 있는 삶을 살게 하고 싶은데…..

교육하는 방법과 의견이 서로 달라 부모들이 다툴 때 눈치 보는 자녀를 만들고, 고도로 발전하는 과학스러운 문화의 사회에서 자녀의 가치관을 혼돈스럽게 하며 창의력과 의지력을 쇠퇴케 하는 어리석음이 나에게는 없는지…. 사랑하는 자녀를 이기적이고 의존적인 인간으로 버릇 들게 만들어 사회에서 외면받아 외톨이 되게 하고 잔소리로 스스로 말의 권위를 떨어트리며 자녀와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오래전 아들딸과 함께 살며 소통하지 못한 가운데 무지와 오해로 주고받은 상처를 나누며 치유하는 일이 먼저임을 확신하게 된다. 피를 나눈 가족인데 남보다 못한 속 사람들의 만남임이 느껴지면서…. 난 사회에서 주어진 모든 권위와 고정관념 그리고 계급장을 떼기로 했다. 그리고 수평적인 관계에서 사랑과 은혜 안에서 주어지는 자연스러운 질서를 발견하고 모든 인간들이 들을 수 있는 공감의 언어로 하는 소통을 우선순위에 두기로 했다. 가족의 끈끈한 사랑의 관계를 회복하여 육아의 좋은 환경을 꿈꾸며….

인간은 생존을 위한 이기적이고 말초적인 동물적인 본능 위에 높은 사고력으로 은혜와 진리를 알고 주어진 탤런트와 창의력을 발휘하며 존재가치를 높이며 행복을 누리는 존재다. 이렇게 동물과 다르게 주어진 능력을 키우고 사용하게 하기 위해 주입하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고 할아버지에게도 어린 손녀에게도 들리는 공감의 언어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육아의 기초임을 확신하게 된다. 이러한 공감되는 언어를 통해 형성된 인격체는 당당하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로 의지력과 추진력이 주어지는 진리가 보인다. 그리고 공감의 언어를 무시하는 세상에서 외로워질 때도 있지만 외로움이 가치를 높여주는 묘함도 보이고…. 이 진리를 모르는 인위적인 얄팍한 계산에 의한 교육을 할 때 동물에게는 없는 능력을 남용하며 오히려 동물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하는 인간이 되게 하는 지혜에 하늘을 바라보며 웃는다.

할아버지로 파트타임 육아를 하며 신앙이 익어감을 맛볼 때 아들과 며느리에게서 연락이 왔다. 미래를 위해 좋은 기회가 될 장기 출장을 가려 한다고… 만약 4살 5살 연년생 손녀 둘을 몇 달 양육해 주신다면…….

젊은 아빠일 때 생존의 염려에 주눅 든 상태로 목회하느라 하지 못한 육아를 할아버지가 되어서 할 수 있음에 마음이 설렌다. 마음은 멀고 피는 가까운 어설픈 관계였던 아들딸과 피붙이의 진한 사랑을 회복하고, 남남으로 만나 가족이 되어 서먹거리는 며느리와 사위와는 온전한 피로 맺은 가족이 되게 하면서…. 갈등하고 질문하고 훈련받으며 성숙시켜온 신앙에 기초한 육아의 지혜를 발휘할 기대를 하고 앨라배마로 가려는데 누군가 추천을 한다. 룻소의 에밀은 육아를 위한 필독서라고…. 비행기 안에서 이를 읽으며 구음이 하나요 언어가 하나인 복된 관계가 공간과 시대와 문화와 사상과 지식에 관계없이 순수하고 정직한 인간이면 누구나 듣고 말할 수 있는 공감의 언어를 통해 누릴 수 있게 하신 공평하심에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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