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時論] 목사도 고민이 많다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목사도 고민이 많다
목사도 고민이 많다. 고민 끝에 밥맛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속이 답답해서 병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기도하는 목사가 무슨 고민이 많을까 싶지만 의외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목사들도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목사들이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고민을 나눌 대상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으며, 고민은 나눌수록 작아진다고 한다. 목사들도 고민이 생길 때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시원해진다. 하지만 교인들을 상대로 고민을 말하면 처음에는 좋지만, 나중에는 그 말이 곧 화살이 되어 돌아오기에 말을 주저하게 된다. 상담 기관을 찾아도 상담자가 현직 목회자가 아닌 경우 목사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도 못한다. 결국 ‘이 세상에 내 처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으로 인해 고민이 깊어간다.
둘째는 교인들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목회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목사가 교인들에게 ‘동쪽’을 가리키며 가자고 하면 교인들은 손가락만 바라보거나 오히려 ‘서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그래서 왜 가야 하는지, 어떻게 갈 수 있는지, 가면 어떤 좋은 결과가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면 반대로 알아듣고 ‘목사님이 가지 말자고 했다’고 이해한다고 한다. 이런 경우 자신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가 들고 더 좋은 소통의 방법을 찾기도 힘들어서 고민이 된다고 한다.
셋째는 스스로 ‘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정을 쏟아부어도 목회가 뜻대로 되지 않거나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서 목사도 좌절감을 느끼지만, 내색을 하지 말아야 한다. 교인들이 부정적인 말을 해도 긍정적인 말로 다시 바꾸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붕이 무너져도 한 사람의 교인이라도 구하기 위해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사실은 목사 자신도 주저앉고 싶다고 해도 교인들에게 그 모습을 보일 수 없다. 기도를 해도 시원하지 않으며 하나님은 멀리 계신 것 같고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아도 자신을 바라보는 교인들 때문에 흔들리는 눈빛을 강하게 고정하는 척이라고 해야 한다. 목사도 인간인지라 언제까지 ‘척’을 할 수 없기에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목사의 고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고민에 쌓여서 건강한 목회를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목회자의 길은 걸어가기 힘든 길이니 하나님께서 특별히 부르신 것이다. 이미 알고 들어선 길이 아닌가… 그러나 교인들이 그 심정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격려해주면 큰 힘과 용기를 얻을 것이다. ‘우리 목사님도 외롭고 가끔은 내가 보듬어 드려야 할 분이구나…’ 이렇게 이해해주면 나약해진 무릎에 힘이 들어가고 피곤해서 처진 어깨가 다시 올라갈 것이다. 한마디의 말이라도 정확히 알아듣고 ‘그대로 따라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런 고백이라도 해주면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며 업고라도 갈 것이다.
목사 노릇 30년 이상 해보니 목사는 어린아이같이 금방 울다가도 웃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고민도 의외로 쉽게 극복하는 사람들이 목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