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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수다(17) – 사소한 것 같지만

목회수다(17) – 사소한 것 같지만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사소한 것 같지

목회하다 보면 사소하지만, 신경을 쓰면 교인들과 좋은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런 것들에 대해 부주의하게 넘어가기에 감동을 주는 계기를 만들지 못하거나 부정적으로 반응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있다. 목사가 교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그들의 영적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것에 조심하거나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인들과 통화를 할 때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별 내용도 아닌데 길게 통화하려는 사람이 있다. 목회하면서 한가할 때는 결코 없지만, 그래도 약간의 여유가 있을 때는 그러한 일에 대해 응대하지만 바쁠 때 그러면 정말 속이 터진다. 한국 사람들은 마음을 여는데 최소한 10분 이상 걸린다. 어떤 경우에는 30분 이상 말을 빙빙 돌리는 사람도 있다. 그 후에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었다고 느낄 때 본론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전화를 끊으면 상대방은 뭔가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말문이 막혔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중에 만나면 인사가 “목사님 바쁘시지요?”이다. 이런 인사를 들으면 서운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지 장단을 맞추느라 자신의 바쁜 일정에 관해 설명하면 다시는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한번 닫힌 문은 열기가 어려우니 조심해야 한다.

가끔 일부 교인들이 이상하게 머리를 자르고 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 어디에서 머리를 잘랐느냐? 다시는 거기에 가지 말라. 성도님은 얼굴이 동그라니 머리를 길게 하는 것이 좋은데 너무 짧게 했다는 등 어떤 것이라도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의도하지 않게 그 미용실에 목사가 나쁜 평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금방 퍼져 원수지간이 되며 미용사는 교회에 대해 온갖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아줌마들 입김이 좀 센가….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또 그 성도는 자기가 삼손도 아니면서 머리가 길어질 때까지 교회에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목사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자신도 모르게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번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예배가 끝난 후 교인들이 돌아가기 전에 주차장에 나가 교인들의 차를 살펴보라. 내부에 무슨 물건들이 있는지 보면 지난 일주일 동안 생활했던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차 안에 새로운 농구공이 놓여있다면 아들과 농구하고 온 것이다. 또한 차가 긁혔으면 약간의 접촉 사고가 난 것인데 큰 사고가 아니었기에 말을 안 한 것이다. 이런 작은 변화를 파악해서 안부를 물으면 교인들은 놀라면서 목사의 자상함에 감탄하기도 하고 순진한 교인은 목사가 초능력(?)이 있어서 아는 것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타이어를 유심히 살펴서 못이 박힌 것은 없는지, 편마모가 된 것은 없는지 알려주면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교인들의 마음을 얻고 목사의 지도력에 순종하는 계기가 된다.

그밖에 아이들의 생일을 기억해서 카드를 보내준다든지, 걸음걸이가 약간 부자연스럽다면 몸이 아픈 것이므로 안부를 더 묻는다든지, 갑자기 무거운 옷차림으로 오면 마음에 근심이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교인들과 자연스럽게 정서적으로 밀착되면서 서로 신뢰하는 관계가 된다.

목회는 교인들과의 관계 설정이다. 교인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지 않지만 관심 갖기를 끊임없이 원한다.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반응을 조심하고 개인적으로 밀착되어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주면 그들은 행복해하고 믿음이 자라며 순한 양으로 사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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