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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미 사모의 사모의 뜨락]

할머니는 봄처녀 (2)

[송지미 사모의 사모의 뜨락] </br></br> 할머니는 봄처녀 (2)

 

 

사랑하는 큰엄마,

그동안도 잘 지내셨지요? 언니들이 고모 모시고 큰엄마 요양원에 모두 함께 방문하고 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언니들 보니까 반가우셨지요? 고모는 너무 오랜만이어서 당연히 몰라보시고 언니들은 그래도 딸들로 알아보지는 못하시고 큰엄마가 안수집사로 임명을 받으셨던 우리 모교에서 문안 오신 분들로 알고 깍듯이 예우하셨다지만 말이에요.

두 분의 엄마를 제일 잘 모시고 효도하는 막내딸 은행이가 그렇게 자주 아들 둘을 데리고 문안 가고 때론 제부도 가는데 신기하게도 제부를 가장 오래까지 알아보시다가 결국엔 제부도 교회 집사로 부르시더라는 말씀도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 제일 좋았던 것은 큰엄마가 제 머리 위에 손을 얻고 “축복하시옵소~서, 역사하시옵소~서! 믿습니다, 할렐루야 아~멘!!!”하시면서 기도해주셨다는 사실이에요. 저희가 어렸을 때 항상 큰엄마의 안수기도를 받으면서 자라서 그런지 이번 한국 방문 때 큰엄마를 보면 꼭 기도해달라고 해야지 하면서도 혹시나 기도하는 것도 잊으셨으면 어쩌나 했는데, 목소리는 좀 어눌해지시고 기도의 내용도 많이 단순해지고 짧아지셨지만 여전히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큰 기대의 마음을 가지시고 우렁차게 기도해주셔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큰엄마, 지금도 건강하신 큰엄마, 하나님을 향한 풍성한 사랑이 변함이 없으신 큰엄마, 사실은 제가 걱정했었거든요. 건강하고 정신이 말짱할 때만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정신이 혼미해졌을 땐 하나님을 잊게 되는 건 아닌가 하고요. 우리 모두가 건강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때론 치매라는 병도 나이가 들면서 걸릴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치매가 걸려서 기억이 혼미해지면 하나님에 대한 기억도 혼미해져서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과 같아지면 어쩌나 하고요. 그런데 이제 큰엄마를 통해 분명히 알았어요. 하나님은 기억의 선명함이나 지적 인지 능력의 고하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을 풍성히 부어주시고 알게 하신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맞아요,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것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고 하신 말씀이 진리라는 것을 큰엄마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것이지요.

항상, 나는 감기도 안 걸려, 나는 아픈데도 없어, 하나님이 건강을 주셨어…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것같이 지금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들었을 때 동생이 여쭈었지요. 큰엄마, 언제까지 사실 것 같으세요? 그때 큰엄마가 건강은 내가 원해서 되는 게 아녀. 건강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거지. 내가 언제까지 살지는 아무도 몰러. 그저 하나님께서 오라고 하실 때까지 나는 이 세상에 있는겨. 네, 큰엄마, 제 가슴이 지금도 뭉클해지고 눈물이 비집고 나오느라 코끝이 시큰해지네요. 감사합니다, 큰엄마. 그 말씀 잘 기억할게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한테 우리 자랑스러운 큰엄마, 하나님의 귀한 일꾼이신 큰엄마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셨다고 알려줄게요. 사람들도 알아야지요. 우리 큰엄마의 건강하신 신체가 본인의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으로, 하나님의 축복과 은혜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사실을요. 그래서 우리 믿는 자들이 위안을 받고 하나님의 축복을 더욱 사모하고 마음에 평안을 얻게 되도록 말이에요.

하나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믿고 맡기며 그 어떤 상황에도 감사드릴 줄 아는 아름다운 순종의 따님을 두고 계시니 말이에요. 제가 큰엄마랑 말씀 나눌 때, 저를 못 알아보시면서도 제가 미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미국에서 사느냐고, 정말 잘했다고, 잘 살라고, 애들은 몇이냐고 하셔서 넷이라고 말씀드리니까… 잘했네, 진짜 잘했네 하시기에, 큰엄마, 우리 미국 같이 가요 했더니 나? 돈이 어디 있어서 미국 가? 우리 아부지가 자전거포 해서 겨우겨우 입에 풀칠하고 살아가는데 돈 조금 생기면 교회 가서 연보햐, 나 돈 없어. 지금 누구랑 살아요 했더니 여동생이 하나 있고 오빠는 둘이 있는데 다 돈 벌러 가고 없다시길래, 지금 나이가 몇이에요? 했더니 나? 나는 지금 열여덟 살이여 하셨어요. 네, 맞아요. 큰엄마는 지금 꽃다운 청춘, 아직 결혼도 하기 전, 아버지를 만나기도 훨씬 전, 당연히 우리를 알기도 훠얼씬 전으로 돌아가 계신 거예요. 옆에 함께 있던 동생과 제가 그제야 모든 걸 확실하게 알게 됐어요. 지금 큰엄마는 방년 열여덟 살. 효엘이가 제게 물었어요. 할머니가 지금 몇 살이시래요? 응? 할머니? 할머니는 열여덟 살, 너처럼 꽃다운 나이 Eighteen, 봄처녀…

우리 큰 엄마는 언제나 방년 꽃다운 나이, 건강이 허락해서 이 땅에 거하시는 그때까지 큰엄마는 봄처녀. 은행이랑, 효엘이랑, 저랑 셋이서 요양원 동산을 걸어 내려오며 말했습니다. 큰엄마는 행복하시다, 많은 걱정, 고통 없는 곳에서 조용히 쉬고 계시니 얼마나 아름다우냐… 지금 세상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타임머신이 만들어지지 않은 이때에 우리 큰엄마는 은혜의 강물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꽃다운 나이 물오른 18세로 돌아가 계시니 제가 이제 무슨 걱정을 하겠어요?

그래도 살아계신 동안에 한 번 더 뵙고 싶습니다. 큰엄마, 하나님이 부르신다고 너무 빨리 달려가시지 마시고 조금만 더 기다리셔서 저 한 번만 더 보게 해주시고 그다음에 해맑은 모습으로 하나님 앞으로 가시길 바래요. 이번엔 조금 더 빨리 돌아가도록 노력할게요. 그리고 혹시 큰엄마가 다니시는 그 교회에 송 지미라는 이름의 새 교인이 들어오면 팔 벌려 안아주세요. 누군지 몰라도 그냥 사랑한다 한 번만 말씀해주세요. 그거면, 그거면 아주 충분하니까요…

참,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한 가지 남았네요. 큰엄마께서 아직 아이를 갖지 못하시던 시기에 할머니의 권유로 아버지가 저희 엄마를 통해 여섯 명의 아이를 낳으시고 또 돌아가시기까지 그 긴 세월을 불평하지 않으시고 함께 자녀들을 양육하시고 아버지 병수발까지 함께 하셨으니 그 긴 세월 마음에 깊은 병이 생겼어도 아주 중병이 드셨을 법한데, 항상 건강하시고 넉넉한 풍채에 에너지 넘치는 웃음을 웃으시며 하나님이 내 아버지유, 예수님이 우리 신랑이유 하며 건강한 신앙으로 본이 되셨던 큰엄마의 기억이 제 가슴을 뿌듯하게 채워옵니다. 마음이 많이 괴로우셨을 그 긴 시간을 어떻게 그렇게 견디셨을까 생각하며 한 번 여쭈어본 적이 있었지요. 그때 큰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하나님이 나한테 이가 물어도 꼼짝마라, 쥐가 물어도 꼼짝마라 하셔서 꼼짝 않고 있었지…”ㅎㅎㅎ 그래서 제가 하나님은 각자의 언어를 써서 말씀해주시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큰엄마, 우리 자랑스러운 큰엄마, 오늘은 여기서 편지를 마무리합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가슴 벅차도록 많은 것이 채워진 만남이었습니다. 맛있는 식사 대접 못한 것이나 예쁜 옷 한 벌 못 사드린 딸이었던 기억은 지워버리겠습니다. 이제 큰엄마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큰엄마께서 기억하며 사시는 그 고즈넉한 세계에서 더욱 행복하게 하나님의 풍성하신 사랑 안에서 거하시도록 기도하는 것, 그것이 제게 남은 할 일임을 이제 알았으니까요.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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