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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 목사의 청년을 품은 교회이야기]

복음이 답이다!

[송경원 목사의 청년을 품은 교회이야기] </br></br> 복음이 답이다!

 

여름 단기 선교를 마치고 돌아온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올여름도 주안에서 무사히 큰일(?) 잘 치렀다는 안도감과 함께 선교지에서 정신없이 보낸 일주일이 마치 꿈만 같다. 우리 교회가 매년 방문하는 곳은 중미에 위치한 온두라스다. ‘우라꼬’라는 작고 가난한 마을에 자리 잡은 국제 기독교 학교를 방문해서 현지 학생들에게 성경을 토대로 영어를 가르쳐주는 사역과 교사 훈련 및 지역 주민들을 섬기는 사역을 돕는다. 단기선교가 이벤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계가 중요하다며 온두라스를 매년 방문한 지도 어느새 10년을 맞았다. 같은 선교지를 10년 정도 다니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과연 지난 시간 동안 무슨 열매가 있었을까? 혹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아니었을까?’ 하박국 선지자처럼 아무런 열매가 없어도 하나님으로 인해 기뻐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물론 하박국의 멋진 고백을 나도 사모한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심지어 교인들에게 설교도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숨만 나오는 선교현장을 10년 정도 접하다 보면 열매가 그리워진다(현지에서 섬기시는 선교사님은 오죽하겠는가!). 중미가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온두라스도 보면 볼수록 답이 없는, 요즘 말로 ‘핵노답’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약 7~8년 전 온두라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하루는 주변 이웃과 교회들을 초대해서 저녁 집회를 하게 되었다. 인근 지역의 10개 교회가 참여했고 그 외에도 많은 이웃이 초청되어 몰려왔다. 준비된 말씀의 원고는 통역을 맡은 형제에게 미리 전달했고 사전 준비를 잘 마쳤다. 예배가 시작되자 찬양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춤을 추고 뛰어다니며 찬양을 열정적으로 하는 현지인들을 보며 이 정도 열기면 말씀은 대충 전해도 은혜받고 뒤집어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흥분된 마음으로 기도하는 중에 다윗이 언약궤를 회복했을 때 춤추며 기뻐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번 집회는 정말 대박이겠구나!’ 확신하며 더 집회를 위해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찬양은 점점 더 뜨거웠고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장면과 부담을 주시기 시작하셨다. 하필이면 그 좋은 분위기에서 다윗이 밧세바와 간음했을 때 하나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는지를 떠올리게 하셨던 것이다. 그 부담은 쉽게 떠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내 마음을 무겁게 누르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혼란스러웠다. 준비한 말씀은 현지인들을 격려하고 축복하는 말씀이었는데 그 순간 하나님이 주시는 부담은 회개에 관한 말씀이 분명했다. 드디어 길고 열정적인 찬양의 시간이 끝나고 말씀을 전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 순간까지도 당황스러웠지만, 말씀을 전하러 앞으로 나가면서 통역을 맡은 형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이 원고, 볼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냥 성령이 이끄시는 대로 하자!” 영문도 모른 채 통역을 맡은 형제는 나를 믿고 따라나섰다. 뜨거운 찬양으로 한껏 흥분된 분위기에서 청중들은 서론 적인 메시지에 우렁찬 ‘아멘’으로 화답했다. 중간마다 박수가 나와서 잠시 말을 멈춰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본론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다윗의 이야기를 비롯한 하나님께서 주신 감동을 그대로 전했다. 아무리 이곳에서 열정적으로 춤을 추며 찬양하고 예배해도 삶의 예배자로 하나님께 바로 서지 않으면 이 예배는 공허한 예배가 된다고… 음란한 삶에서 돌이켜 회개하고 거룩한 주의 신부로 거듭나라고… 회중의 반응은 찬물을 끼얹은 듯 숙연했다. 아니 어쩌면 충격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불같은 회개의 역사가 아니라 아주 싸~한 반응이었다(지금 생각해보면 돌을 집어 들지 않은 게 감사하다).

집회의 모든 순서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회중들 가운데 영어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다. 오토바이 뒤에 젊은 여자를 태우고 집으로 가는 듯했다. 나중에 선교사님께 궁금해서 여쭤봤다. “선교사님, 그 영어 선생님 뒤에 있었던 여자는 딸인가요?” “아니요… 사실은… 음…그 여자가 다섯 번째 부인입니다.” 그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기독교 학교에서 일하는 영어 교사의 사생활이 그 정도라면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그제야 하나님께서 왜 갑자기 축복의 메시지 대신 회개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촉구하셨는지 이해가 갔다. 실제로 그곳 주민들의 사생활은 너무나 문란하고 자유분방해서 가정이 이미 다 무너진 상태다. 이런 환경에서 그곳 아이들은 오늘도 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올해 하나님께서는 답이 없다고 툴툴거리는 내게 격려와 위로의 깜짝 선물을 준비해 놓으셨다. 이번 선교 일정 중에는 우라꼬 기독교 학교가 그 지역 공립학교에 초대를 받고 예배를 드리는 특별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라꼬 기독교 학교 찬양팀의 찬양과 졸업생들의 간증 그리고 우리 선교팀이 준비한 율동과 성극이 이어졌고 나는 그곳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되었다. 그날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30~40명의 학생이 새 생명을 얻었다. 진지하게 눈물을 흘리며 예수님을 구주와 구세주로 영접하는 어린 영혼들을 보며 우리 선교팀도 은혜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집회가 끝나고 그 학교 교장 선생님이 다시 한번 방문해 줄 수 있냐고 물으실 만큼 반응이 좋았다. 그동안 늘 선교 대상으로만 알았던 우라꼬 학교가 어느새 성장해서 이제는 인근 공립학교에 초대되어 예배를 인도하며 복음의 통로로 쓰임 받는 모습을 보며 ‘주님, 밑 빠진 독은 아니었군요!’라는 감사의 고백을 드리며 돌아왔다. 내가 생각할 때는 ‘핵노답’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문제에 근본적인 답은 여전히 복음이라고 말씀하신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니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고린도전서 15: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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