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 아래서](34) 나를 평생 지배해온 트라우마를 지배하라
궁인 목사(휴스턴 새누리교회)
나를 평생 지배해온 트라우마를 지배하라
‘축도 트라우마’ 처음 듣는 말이겠지만, 나에게는 익숙한 것이다. 목사 초년병 시절, 처음 돌 예배 설교를 맡아 설교는 잘해놓고 축도하다 실수해서 생긴 트라우마다. 첫 축도 실수 이후 3년 동안 스마트폰에 축도문을 넣어서 다녔다. 어디 가서 축도라도 할라치면, 불안해서 꼭 꺼내놓고 보면서 했다.
내가 가진 트라우마 중에 아직도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주사기 트라우마다. 어린아이도 아닌데, 주사기 트라우마에 시달리냐고 비웃을 분들도 있겠지만, 매우 중요한 사건과 연결되어 있어 쉽게 극복이 안 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디스크 수술을 두 번 했다. 첫 수술은 멋모르고 했고, 두 번째는 두려움 가운데 했었다. 첫 아이 출산과 나의 두 번째 수술 시기가 비슷해서 가족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출산한 아내에게 있었다. 수술과 모든 회복과정을 혼자 해결해야 했다. 아빠로서 처음 만난 책임감이었다. 수술 당일 아무도 오지 않았다. 기도해 주거나 의지가 될 사람은 옆에 없었다. 차가운 수술 대기실에 혼자 누워서 기도로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수술 잘될 거야, 주여 도우소서’
그때 허리에 인조 디스크를 삽입하는 큰 수술이니, 약물도 많이 넣어야 해서 굵고 아픈 주삿바늘을 사용한다는 말만 남기고 젊은 간호사가 팔에 아주 굵은 주사를 놓았다. 너무 아팠다. 얼마 후 수술실 수간호사가 왔다. 그리곤 젊은 간호사를 혼내는 것이다. 주사를 다른 팔에 놓아야 하는데, 잘못 놓았다는 것이다. 한참 혼난 젊은 간호사는 더욱 긴장한 모습으로 나의 반대쪽 팔에 주사를 다시 놓았다. 뼈에 사무칠 정도로 내 생애에 가장 아픈 주사였다. 허리도 아프고, 주사도 아프고, 마음도 너무 아팠다. 주사의 통증과 함께 불안이 살살 일기 시작했다. 기도를 계속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 후 젊은 의사가 수간호사와 상의하면서 ‘저 환자 목디스크 환자인가요?’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나의 모든 불안감은 폭발했다. ‘나는 허리 디스크 환자인데, 왜 목디스크 환자라고 하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뉴스들이 떠올랐다. ‘유방암은 오른쪽인데 왼쪽 가슴을 제거하였습니다.’ ‘폐암 환자인데, 간을 제거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잡았지만, 좀 전 그들의 대화와 뉴스에서 들은 기사가 머리에서 뒤죽박죽 하였고, 허리만 안 아프다면 당장 다 집어치우고 나가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마취시간, 마취가스를 흡입하는데 간호사가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마취된 것이다. 그러나 일곱이라는 숫자가 다시 들렸다. 분명 마취되었지만, 나는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 그것도 아주 큰 소리로 ‘저는 궁인이고, 허리 디스크 환자입니다.’
불안감이 나를 마취에서 깨웠고, 나를 소리치게 했다. 목에 인공디스크를 넣을까 봐, 수술이 잘못될까 봐서 나의 두려움이 마취를 극복했다. 놀랍지 않은가, 인간의 불안감이 마취가스를 이겨내는 순간이. 그 후 나는 주사기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런데 사실 주사기는 문제도 아니다. 조금 따끔거리는 주사기가 문제가 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문제는 주사기만 보면, 그때 내가 가졌던 불안감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렇다 무슨 무슨 트라우마가 문제가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이 문제다. 이것들이 트라우마를 만들고, 사람을 위축되게 한다. 그럼 어떻게 할까? 이 불안 두려움을 어떻게 할까! 해답은 간단하다.
‘불안을 잘 살펴야 한다.’ 무슨 소린가 하는 분도 있겠지만, 불안을 잘 살펴보라. 그리고 당신이 언제 제일 불안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라. 언제 불안해서 울었는지 기억해 보라. 어릴 때 자고 일어났더니, 옆에 엄마가 없던 순간이 가장 불안하지 않았던가. 밤늦었는데 엄마가 오지 않아서 얼마나 울었는가. 놀러 갔다가 엄마를 잃어버려 얼마나 울었는가? 불안해하는 당신 마음을 잘 살펴보라. 엄마가 없어서 울었던 것처럼, 바로 주님이 없어서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주님만이 나의 불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럼 불안과 염려는 사라진다. 자, 지금부터 나의 불안을 벗겨 보자. 그리고 내 삶을 두렵게 만드는 트라우마를 버리자. 주님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