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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수다(1) – 첫 달 회비 면제

목회수다(1) – 첫 달 회비 면제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오래된 마을에 전설이 깃들 듯 목회를 하다 보면 사연이 스며든다. 포도송이처럼 맺힌 사연들은 때론 교훈이 되기도 하고 안타까운 순간이 되기도 하며 가슴을 치는 후회로 남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칡처럼 얽히고 얽혀 삶의 흔적으로 남을 즈음 웃음에도 의미가 새겨진다. 목회 수다를 통해 동역자들이 공감의 정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첫 달 회비 면제

서울에서 가장 변두리 중의 한 곳인 중랑구 망우동은 구리시로 넘어가는 길목이며 망우리 공동묘지가 있어서 숲이 우거진 곳이다. 개나리가 만발한 봄에는 주변 면목동에 밀집한 소규모 봉제공장에 10대의 어린 소녀들이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살림의 둥지를 틀었다. 

나 역시 금수강산 한가운데 우뚝 솟은 곳을 떠나 햇볕 한줄기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 16평을 얻어 교회를 개척했다. 막 돌이 지난 아들은 그곳이 답답했는지 계단을 기어나가면 아내가 잡으러 가서 설교하다 보면 아무도 없을 때가 있었다. 

여공 몇명이 전도를 받아 교회에 왔다. 그들은 한참 멋을 부려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머리에 실밥을 가득 얹은 채 퇴근 후에 즉시 교회에 와서 아내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으며 성경공부를 했다. 고향의 오빠 생각이 났는지 거의 매일 교회에 오곤 했다. 가난한 전도사의 살림은 라면에 김치를 제공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들은 정에 굶주렸는지 아니면 하루 종일 노동에 시달린 허기 때문인지 그릇을 금방 비웠다. 밤늦게까지 성경과 영어, 수학 등을 가르치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질문도 많았다. 

성경공부를 하던 중에 한 자매가 회비가 얼마냐고 물었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무슨 회비냐고 다시 물었다. 그 자매는 어디든 모이는 곳은 회비가 있는데 교회는 월급의 10%를 회비로 낸다고 들었다면서 자신도 그렇게 내면 되냐는 것이었다. 아마 어디서 십일조에 대해 들은 것을 회비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나는 그 가난한 여공이 돈 때문에 교회에 오는 것을 주저할까 봐 교회는 회비가 없으며 자매가 말한 것은 십일조인데 아직 구원의 확신이 없으면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자매는 구원의 확신이 무엇이며 왜 내지 않아도 되냐고 재차 물었다. 성경공부 초기에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도 없어서 난감했다. 주여 어찌하오리까? 갑자기 좋은 대답이 떠올랐다. “우리는 첫 달은 회비를 면제해주니까 다음 달부터 내면 돼요…” 

그 첫 회비를 면제받은 자매는 곧 예수님을 영접했고,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며 신실한 일꾼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자신이 전도한 사람에게는 첫 회비부터 내라고 전도사보다 더 강경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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