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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희 사모의 가정상담칼럼]

새해, 또 한 번의 기회

[심연희 사모의 가정상담칼럼] </br></br> 새해, 또 한 번의 기회

 

심연희 사모(RTP 지구촌 교회, Life Plus Family Center)

새로운 결심과 소망으로 시작되었던 2017년이 어느덧 저문다. 돌아보면 무엇을 했나, 스스로에게 어떤 약속을 지켰나 후회가 되기도 하고, 한 해를 무사히 잘 보낸 것에 뿌듯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보냄에는 늘 아쉬움과 헛헛함이 남는다. 세월이 화살같이 빠른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이 보냄이 새로운 날에 대한 기대와 동반되기 때문에 나쁘지만은 않다. 자신이 새로워질 수 있을까,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치유의 사역에도 늘 이 두 가지의 명제가 관건이 된다. 떠나보냄과 소망이 공존하고 교차해야 치유가 가능하다. 나 자신에 대한 실망, 후회, 혹은 그 누군가를 향한 분노를 떠나보내며 새로운 나와 소망을 바라보기 시작할 때 치유의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상담소를 찾던 G씨는 10대에서 시작해서 지난 25년간 감옥을 들락날락하며 살았다. 도둑질과 싸움에서 시작된 감옥생활은 또 다른 범죄의 시작이 되었다. 감옥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고, 복수하며 살았다. 밟지 않으면 여지없이 밟히는 환경에서 서슬 퍼렇게 무서운 사람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는 언제 어디서 공격받을지 몰라 끊임없이 등 뒤를 돌아보며 살았다. 25년이 지나고 이제는 범죄, 마약, 술 등에서 떠나기로 마음먹은 후에도 그에게 끝도 없는 악몽이 이어졌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할 때마다 감옥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일들이 다시금 꿈으로 찾아왔다. 범죄와 마약에서 떠난 삶에서 모든 것이 단번에 나아졌으면 좋으련만, 직업도 집도 없이 노숙자 신세가 되었다. 어찌어찌 알게 된 중독자들을 수용하는 집에서 머물며 그 사회단체의 심부름을 하며 근근이 연명했다. 그러면서 함께 머무는 중독자들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증오했다. 누가 말을 붙여도 사납게 노려보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가 지난 25년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방법이었다.

희망이라는 단어의 의미조차 희미해져 갈 때, G씨는 상담을 통해 자신을 용서하고 지난날을 떠나보내는 시간들을 가졌다. 자신의 지난날을 떠나보내며 그 빈자리에 소망이라는 단어를 붙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작에 마음을 두기 시작했다. 함께 생활하는 중독자들은 여전히 다루기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중독자이자 범죄자였던 자신을 용서하기 시작했을 때, 잘못된 실수를 반복하며 사는 그들 역시 참아줄 만 해졌다. 험한 인상을 주던 그의 카리스마는 중독자들이 그를 형처럼 따르게 하는 리더십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꾸준히 잔심부름을 감당하는 G씨를 눈여겨보던 사회단체에서 그에게 파트타임 일자리를 제안했다. 중독자들이 일정 기간이 지나 회복되면 사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작은 월급이었지만 그 덕에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작은 아파트를 얻을 수 있었다. 40대에 와서 그가 처음으로 가져본 자신만의 공간이었다. 그에게는 희망이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었다.

성경에는 극한 절망 속에서 새로운 소망을 발견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다 끝난 것 같던 삶의 모퉁이에서 새로운 길을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간음과 살인이라는 자신의 죄로 인해 태어난 아들이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던 다윗이었다. 하나님께 아들을 살려달라고 무릎 꿇었던 그 순간에 다윗의 마음이 어떤 감정들이 스쳐갔을까 생각해본다. 자신의 연약함, 욕망, 집요함, 부정할 수 없었던 죄 앞에서 자신이 죽어가는 것보다 더 아팠을 자식의 죽음을 보았던 아버지의 고통과 죄책감이 극에 달했으리라. 이후에 자식들이 한 잘못에도 위엄 있게 꾸짖고 바로잡지 못했던 아버지가 된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이후에 하나님께서는 간음과 살인을 통해 얻었던 바로 그 아내, 밧세바를 통해 다른 아들을 주신다. 솔로몬이다. 인간이 삶의 바닥을 쳤을 때, 죽어도 할 말이 없는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잘못의 참혹한 결과로 고통받을 때, 그때 하나님께서 개입하신다. 선악과를 따먹었던 아담과 하와에게 가죽옷을 입히셨던 그 하나님께서 다윗에게도 또 다른 기회를 주시는 것이다. 용서와 회복이 하나님께 속함을 알게 하신다.

모두가 G씨처럼 다윗처럼 극단적인 삶을 살아오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각자는 자신을 돌아보며, 이 한 해를 돌아보며 남모르는 한 자락의 후회나 자책감과 씨름하기도 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힘든 한 해였을 수도 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해를 떠나보내면서 동시에 새해를 맞는다. 삶의 바닥을 치는 듯한 시간을 지나면서도 우리는 또 밝아오는 새 날 앞에 선다. 영혼을 소생시키시는 하나님의 약속(시 23:3) 앞에 선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또 다른 기회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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