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관 목사의 목회의 길에서]
개인주의(2) – “개인주의와 나의 자아상”

이수관 목사 – 휴스턴 서울교회(미주)

개인주의(2) – “개인주의와 나의 자아상”

지난 호에 직업의 윤리에 대한 얘기를 시작으로 오늘날의 개인주의가 얼마나 심화되어 있는가를 말씀드렸습니다. 계속해서 얘기를 이어 가겠습니다.

개인주의는 시대가 갈수록 심화되어 와서 오늘날은 내 자아를 찾는 문제로 귀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다른 사람이 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내 자신이 나를 결정하는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고, 가치 있는 인간이 되려면 내 안에 있는 깊은 갈망을 찾아서 표출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날은 시선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쪽으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물론 하나님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나의 안에 ‘불씨’처럼 심어 두셨기 때문에 내 깊은 속의 갈망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도 CS 루이스는 내 안에 있는 갈망이 하나님이 주신 소명의 열쇠일지 모르니 무시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불의 전차’라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던 ‘에릭 리들’도 ‘내 안에는 달리고 싶은 욕구가 있고, 내가 달릴 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내 안에는 하나님께서 심어주신 갈망도 있겠지만 죄스럽고 망가진 죄 된 갈망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죄 된 세상이 심어준 잘못된 가치관에서 오는 갈망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가운데 어떤 것이 진짜인지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겠습니까? 성경이 그 해답으로 주고 있는 것이 바로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공동체를 통해서 성장합니다. 첫 번째는 부모와 함께 하는 가족이고, 거기서 성장하면 그 다음에는 부모를 떠나서 배우자와 만드는 공동체, 그리고 우리가 자연스럽게 몸을 담는 신앙의 공동체입니다. 그 안에는 나의 권리도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있어서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때론 희생하면서 자리를 지키다 보면, 그 다양한 관계의 역동성 속에서 잘못된 갈망은 사라지고, 진정한 갈망과 소명이 보석처럼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기초되어 있어야 하지요.

즉, 우리의 진정한 자아와 정체성은 우리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서 나의 내면에만 관심을 기울일 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타인들과의 관계 안에서 부딪쳐갈 때, 때로는 나의 욕구를 꺾기도 하고, 때로는 나에게 주어진 책임 때문에 권리를 포기하기도 하면서, 그 안에서 깎여지고, 체질되면서 발견되고 생겨나는 것입니다.

서구의 개인주의는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양보와 책임을 쓸모없는 것으로 헌신짝처럼 버리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남이야 어떻든지 상관하지 말고 내 안을 들여다보고 네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라고 부추겼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고 왜곡된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발견된 왜곡된 자아상은 나를 불행하게 할 뿐 아니라 사회를 불행하게 합니다. 그런 개인주의가 만들어 가는 결과물을 우리가 지금 조금씩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 삐뚤어진 세대에 우리가 몸담고 있는 목장과 교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가 읽고 있는 성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습니다. 목장과 교회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떠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역동성 속에서 때론 힘이 들더라도 내 뜻을 꺾어가고, 내 자아를 꺾어가는 곳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