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나 사모의 병아리 사모일기” (8) 세탁기와 감사
김수나 사모 (루이빌 우리교회(KY))
세탁기와 감사
삑 – 세탁기 전원 버튼을 누르고 삐삐삑- 물높이는 고, 물 온도는 따뜻하게로 맞추고 시작 버튼을 누른다. 따라랑- 소리를 내며 세탁기 문이 잠기고 빨래통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때 내가 느끼는 행복함은 매일 나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다. 결혼하고 처음 미국에서 살았던 우리 집에는 6년동안 세탁기가 없었다. 그래서 근처 빨래방에 가거나 공용세탁기를 사용했다. 아기가 없었던 일년은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미드에 나오는 드라마 를 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고 문제가 생겼다. 어느날 혼수로 해온 새하얀 이불을 공용 세탁기에 빨았는데 세탁기에 다녀온 이불에 곰팡이 같은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애벌세탁 없이 까맣게 더러워진 신발도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문화에서 나오는 결과였다. 우리 옷은 그렇다 쳐도 갓 태어난 아기의 배냇 저고리와와 손수건등을 그 세탁기에 넣을 수 없었다.
우리 사정을 아신 집사님이 예전에 쓰시던 아기용 작은 세탁기를 주셔서 다행히 문제는 해결되었다. 다만 아기가 두명이 되고 둘째 엉덩이에 진물이 나기 시작하면서 천 기저귀를 써야했다. 빨래양은 어마어마 했다. 하루에 적으면 4번, 하루 빨래를 못하면 6번까지 세탁기를 돌려야했다. 집안 곳곳은 건조대에 걸린 옷들로 가득했다. 빨래는 3일이 되어야 빠짝 말랐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갖게 된 지 3년이 지났다. 나는 이제 이틀에 단 한 번만 빨래를 하면 충분하다. 그리고 바로 건조기를 돌려 집안에는 더이상 빨래들이 가득하지 않게 됐다. 3년이나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세탁기를 돌릴때 늘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든다. 세탁기가 없던 시절을 살았기 때문에 지금의 나를 감사하며 살 수 있다. 혹여 훗날 다시 세탁기가 없는 삶을 살게 되더라도 지금 이 시간 이 마음을 잘 기억해서 감사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