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평 목사의 목회의 뒤안길에서] 눈과 살얼음판에서 드린 예배의 감사와 기쁨
목회의 뒤안길 69
재작년 크리스마스 때였다. 집사람은 크리스마스 쿠키를 만들어 우리가 사는 아파트 1,2층과 주변 사람들과 구주와 주님 오신 기쁨을 함께 나눴다. 그런데 바로 우리 아래층에 혼자 사는 캐럴 자매가 우리에게 커다란 선물을 손에 들려주었다. 자기는 인터넷에서 반자동인 눈 치우는 삽을 구입했다며 자기 집에 있는 눈삽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우리는 작은 쿠키 접시 하나 들고 갔는데 커다란 선물을 받았다. 그동안 눈삽을 쓸 일이 없어 구석에 처박아 두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 밤부터 금요일 하루 종일 눈이 많이 내렸다. 거기다가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져 눈이 녹지 않아 온통 얼음판으로 변했다. 토요일 TV에서는 주일 예배 취소하는 자막이 방송되고 있었다. 우리는 주일 예배를 드려야 하는데 눈 덮이고 얼어붙은 주차장이 걱정되었다. 토요일 점심때 미국 지방회 DOM(Director of Mission)인 하워드 목사가 내게 전화를 했다.
“너희 교회 내일 예배드려야지” “물론이지요”그랬더니 “걱정하지 마, 내가 주차장 눈 치울 사람을 찾아 눈을 치우도록 할게” 우리 교회 성도들과 내 마음을 알아주니 참 고마웠다. 우리 부부는 토요일 오후 늦게 선물 받은 눈삽을 찾아 차에 싣고 교회에 갔다. 주차장 눈은 치웠지만 주차장 전체가 얼어붙어 차에서 내려 걷는 것이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어서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없어 한 발짝 한 발짝 옮기는 것이 조심스럽고 위험하기도 했다.
순간 미국 교회가 눈이 조금만 와도 예배를 취소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교회 건물은 물론 주차장이나 놀이터에서 사고가 나면 교회가 다 책임을 져야 하기에 보험을 들고 있는 것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 교회를 비롯해서 많은 한국 교회는 겁도 없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눈이 와도 웬만해서는 주일 예배를 취소하지 않고 드린다. 그 보다 더 귀한 것은 한국 사람의 믿음의 열정이다. 미국 교회와 성도들은 조용하면서도 선교의 열정과 헌신이 있는 반면 한국 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믿음의 열정은 세계가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아무튼 재작년에 받은 성탄 선물 눈삽이 2년 만에 큰 몫을 했다. 눈 치우는 차가 와서 치워도 사람 손으로 치워야 할 부분이 꼭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이나 뉴욕 그리고 보스턴 등 미 동부 지역이 겪은 것과 비교는 안 되지만 아무튼 춥고 고생스런 주간이었다. 그동안 옷장 제일 구석에 보관하던 오리털 코트와 장갑도 몇 년 만에 환영을 받았다.
다른 때 보다 지난 주일 예배를 드린 것이 더 감사하게 느껴졌다. 마침 주의 만찬을 함께 나누기로 했는데 평소와 다름없이 모두 참여하여 나눔이 더 은혜였다.
미국 지방회 하워드 목사가 우리 교회의 주일 예배를 신경 써준 것이 감사하다. 그동안은 눈이 오면 제일 먼저 우리 교회 성도들 부부가 와서 치우기도 했고 때로는 눈 치우는 사람을 우리가 불러 넓은 주차장 눈을 치우고 예배를 드렸었다. 눈이 오고 미끄러운 길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운전하고 와서 예배한 성도들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예배 후에 함께 나눌 음식도 정성껏 한 가지씩 만들어 가지고 와서 나눠 먹으며 서로를 향한 사랑이 더해지니 감사할 뿐이다.
또 미조리주 센트루이스에서 한의원을 하는 윤원장 내외가 보고 싶어 왔다며 3시간을 운전하고 달려오면서 시루떡 한 상자도 가지고 왔다. 우리는 함께 나누며 즐거운 교제를 나누었다. 새해, 성도들과 나눈 약속의 말씀 빌립보서 4장 6~7절을 다시 묵상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