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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 목사의 청년을 품은 교회이야기]

삼포세대를 거부하는 청년들

[송경원 목사의 청년을 품은 교회이야기] </br></br> 삼포세대를 거부하는 청년들

 

청년이 많은 교회를 목회하다 보면 연애상담을 많이 하게 된다. 해마다 Dating Seminar도 제공하지만 적지 않은 청춘 남녀가 가슴 설레는 만남과 가슴 아픈 헤어짐을 반복한다. 그중에는 결혼까지 이어지는 커플이 있고 가끔 그들의 결혼을 주례하는 특권을 누리곤 한다. 요즘같이 한국의 많은 청년들이 연애,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하며 살아간다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청년들의 결혼 소식은 정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온두라스 선교지에서의 합동결혼식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총 16쌍의 결혼을 주례했고 최근의 결혼식은 2주 전에 있었다. 신랑과 신부가 우리 교회 대학부 출신이어서 동문이 많이 오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번 결혼식은 동문회를 방불케 할 만큼 졸업생들의 숫자가 역대 급이었다. 이제는 선후배 간의 기수 차이가 제법 있어서 서로 어색함도 있겠지만, 한때 같은 교회 대학부에서 같은 목회자 아래 함께 신앙생활을 했다는 공통분모가 여전히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었다… 고 믿고 싶지만, 어쩌면 그들 모두와 전혀 어색함이 없었던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이번 결혼식은 주일 오후에 있었기에 축도를 끝낸 후 교인들과 인사할 겨를도 없이 결혼식장을 향해 부랴부랴 차를 몰았다. 2년 전에 있었던 또 다른 졸업생 결혼식이 떠올라서 마음이 다급했기 때문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요즘 말로 심장이 쫄깃하다. 주일에 뉴욕의 롱 아일랜드에서 있을 결혼식 주례를 덜컥 맡아 놓고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교통체증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식은땀을 흘렸는지 모른다. 참고로 롱 아일랜드는 빙햄톤에서 차로 약 4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다. 마치 액션 영화 Fast and Furious의 주인공처럼 정신없이 차를 몰았다. 비록 그 당시 내 차는 영화에 나오는 수퍼카와는 사뭇 다른 Toyota Camry(03’)였지만, 영화처럼 수많은 차들을 추월하며 달려야 했다. 결국, 5분 정도 늦게 도착해서 결혼식 주례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내 평생 4시간을 그렇게 긴장하며 운전해 보기는 정말 처음이었다.

졸업한 청년들의 결혼을 주례할 때마다 느끼는 묘한 감동이 있다. 그들의 학창 시절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함께 공유한 추억이 많을수록 더 그렇다. 2년 전에 결혼했던 졸업생 부부는 영어부를 잘 섬겼던 2세 청년들이다. 현재 남편은 뉴욕에서 검사로 아내는 교사로 각자의 사명을 붙들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서로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 부부와는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의 에피소드가 있다. 그들이 교제하던 학창 시절 어느 날 나는 그 자매의 집으로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다. 물론 기특하긴 하지만, 대학생이 차려주는 밥상에 대한 기대는 솔직히 별로 없다. 더구나 2세 청년들이 준비하는 식탁이라면 십중팔구 파스타가 나오기 마련이다. 지난주에도 영어부 청년들의 저녁 초대를 받았는데 나는 심지어 가기 전에 메뉴에 대한 정확한 예언(?)을 아내에게 선포했고 그날 나는 정말 파스타를 배불리 먹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 부부가 당시 학생 시절 나를 초대해서 함께 준비한 메뉴는 불고기와 상추, 된장국을 비롯한 각종 반찬이 즐비했고 맛이 제법 그럴듯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생들로부터 그런 상을 받아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즐거운 저녁 식사가 끝나고 그들이 내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는데 거기에는 마치 각서와 같은 형식에 몇 가지 조항들이 적혀 있었다. 내가 증인이 되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다. 청춘남녀가 연애하다 보면 예외 없이 모두가 겪는 일이지만, 그들도 육체적으로 점점 더 유혹에 빠지기 시작했고 어느 날 미혼 남녀가 지켜야 할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을 뻔했다는 것이다. 그 후로 하나님께 바로 서기 위해서 앞으로 자기 자신을 지켜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몇 가지 결단을 했다. 예를 들면 curfew 시간을 정해서 저녁 몇 시 이후에는 둘만의 공간에 함께 있지 않겠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었다. 그들의 결단에 증인이 되어 주길 바라며 기도 부탁을 받았을 때 내 마음에 전해졌던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졸업 이후에도 수년 동안 서로 순결을 지켰다며 결혼 주례를 부탁하던 예비신랑에게 비록 거리가 멀어도, 시간이 촉박해도 주례의 영광을 맡겠노라며 허겁지겁 차를 몰았던 때가 벌써 2년 전이다.

그 후에 다시는 주일에 주례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이번에 결혼한 부부 역시 주례를 거절할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함께 나눈 청년들이다. 특별히 신부가 학창 시절 캠퍼스에 남긴 간증은 지금도 많은 후배들에게 격려와 도전이 되고 있다. 학창 시절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 중의 하나는 진로에 관한 문제다. 이 자매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남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항상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정말 오랜 기간 구하는 끈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캠퍼스에 거닐면서도 하나님께 기도하며 그분의 뜻에 맞는 진로를 정하길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기도에서 기도하는 자매의 기도가 이전과 달랐다. 온통 눈물과 감사와 찬양의 기도를 드렸는데 그 이유는 드디어 하나님께서 응답을 주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응답이 자못 궁금해서 물었다. “하나님께서 드디어 네가 고민하던 진로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니?” 자매는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을 들려줬다. “목사님, 하나님께서 제 마음에 분명하게 들려주셨어요. 하나님이 저를 너무 사랑하시고 저로 인해서 기뻐하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예수님께서 요단강에서 침례를 받으실 때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을 예수님 안에 거하며 인격적으로 들었던 것이다. 예수님이 동행하시고 하나님 아버지께서 사랑하시며 기뻐하시는데 전공과 진로가 대수랴! 무슨 일을 하든지 그야말로 주안에서 형통한 삶을 누리지 않겠는가! 현재 이 자매는 상담가로 일하면서 상처받은 많은 사람을 돕고 있고 기도의 응답으로 믿음의 반려자를 만나 귀한 가정을 이루었다. 현실적인 상황만 보면 이 시대의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 세대가 될지도 모르지만, 주를 앙모하는 이 시대의 청년들은 독수리가 비상하듯 현실의 장벽을 뚫고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야 할 사명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 목회자에게는 이들의 만남을 돕고 결혼시키며 주례하는 거룩한 사명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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