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미 사모의 사모의 뜨락] 기적의 현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학교 보내고 집안 정리를 한 후 일터로 가는 일. 어쩌면 너무나 익숙해져서 무료한 듯이 느껴지는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그 주간은 부활절을 앞둔 고난 주간이어서 아침 금식을 하며 기도하는 중이었고 기도로 뜨거워졌던 나는 하나님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하나님의 천사로 저를 지키게 하시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어쩌면 조금 무모한(?) 기도를 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나는 크리스천 가정에 태어나 모태신앙으로 자라났다는 하나님의 자녀, 그래도 물론 신앙의 우여곡절을 겪고 대학교 2학년 때 예수님을 내 개인의 구주요 주님으로 영접한 하나님의 자녀로 자리 잡고 산 지 꽤 시간이 흐른 가운데 왜 그런 어린아이와 같은 기도를 했는지 나는 모른다.
언제나 밋밋한 신앙생활, 사실 우여곡절이라는 말로 표현했지만 그것은 예수님을 영접하기 전까지의 과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지, 예수님을 영접한 후의 따끈한 첫사랑으로 들떴던 몇 년 동안의 기간이 지난 후에는 언제나 꾸준하고 별다를 바 없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사실 그것이 얼마나 참된 평안의 기간이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날은 4월 12일, 부활절 전 마지막 수요일이라 주중에 언제나 그렇듯이 아이들 방과 후 테니스장으로 아이들을 태워다 주고 나서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교회에서 부활절 성가곡을 연습하기 위해 7시 30분까지 가는 것이 그날 오후의 일정이었다. 집에까지 가는 동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기도했다.
“하나님, 압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와 같은 하나님의 친구 같은 종외에는 하나님의 얼굴을 대면하여 보여주신 일이 없음을. 그리고 또 저는 제가 그냥 아무런 표시 안 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조무래기에 불과한 자라는 것도 잘 압니다. 그렇지만 제가 그렇게 훌륭한 하나님의 종은 아닐지라도 하나님 아버지를 사랑하는 하나님의 자녀이니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임재하심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을 보고 싶습니다. 하나님을 보고 싶습니다. 하나님을 이 철부지 같은 딸에게 한 번만 보여주세요.”
아이들을 태우고 언제나 그렇듯이 하이웨이를 탔다. 열한 살, 열 살 된 두 아이들은 테니스 스타를 꿈꾸고 있기에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이 코스를 달려 테니스 연습을 하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한다.
시속 60 마일 지역에서 아마도 65마일 정도로 달리다가 목적지의 엑시트(exit)로 차선을 바꾸어 들어가려 했다. 밴(van) 한 대가 내가 들어갈 차선을 달리고 있으니 그 차가 지나가면 들어가려고 속도를 약간 줄였다. 그런데 웬걸, 그 차가 불현듯 내 차선으로 달려들었다. 내가 피할 틈도 주지 않았고 브레이크를 밟아 사고를 피할 시간도, 만약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해도 사고를 피할 가능성도 전혀 없이 내 앞으로 차가 달려들었고 나는 속수무책으로 소형 승용차에서 거대한 차사고를 피할 길 없이 당해야 했다. 문제는 나보다 나의 열한 살 된 아들아이가 조수석 자리에 앉아 있고 열 살짜리 딸아이가 뒷좌석 오른쪽에 앉아, 있는 그대로 사고를 당해내야 했다. 그 상황에서는 이런 계산 저런 생각도 할 겨를이 없었고 나는 브레이크도 밟지 못한 채 사고를 당해야만 했으니 내 입에서는 주여 소리조차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냥 죽음도 삶도 내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숨가쁜 순간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내 차가 왼쪽으로 방향이 확 틀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왼쪽으로 움직였던 차가 이젠 또다시 오른쪽으로 또 방향을 틀었다. 보니 왼쪽에서 차가 오고 있고 내 차가 그 차를 피해서 오른쪽으로 피한 것 같았다. 그런데 속도가 있으니 오른쪽으로 틀었던 차가 아직도 내 오른쪽 차선을 달리고 있는 차를 들이받을 상황이 되니 갑자기 또 왼쪽으로, 다시 왼쪽 차와 부딪칠 상황엔 오른쪽으로 마치 미꾸라지가 두 차 사이를 피해 빠져나가듯 몸체를 흔들며 앞으로 빠져나갔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흔들리는 차 안에서 그저 망연자실한 구경꾼이 되었다. 아이들도 나도 정신이 없었다.
곤경을 빠져나오고 난 후 상황이 일단 진정이 되자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이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낸 차를 따라가 경적을 울렸다. 왜 이런 상황을 만들었냐고 비난하는 것인 줄 아는 30대 초반의 여자 운전자가 손으로 옆쪽을 가리키며 자기가 아니라 그 차 때문이라고 손짓을 하고는 도망치듯 속도를 높여 내 차 옆을 지나쳐 갔다. 그러고 나니 전혀 보이지 않던 곳에 숨어 있던 승용차가 모습을 드러냈고 나는 또 한 번 나와 나의 자녀들을 위험에 처하게 했던 사람을 응징이라도 하려는 듯 경적을 울렸다. 그랬더니 빨간 신호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안하다 손 한 번 들어주지도 않고 두 개의 빨간 신호등을 무시한 채 쏜살같이 도망쳐버렸다. 아직 내가 신호 등 앞에 섰을 때 우리 아들과 딸에게 얘기했다.
“얘들아, 우리 하나님께서 우릴 이렇게 살려주셨다. 엄마는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지도 못해서 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핸들을 돌릴 수도 없었는데 이렇게 차가 움직여 우리를 어려운 상황에서 빼내어 줬어. 우리 하나님께서 이렇게 우리를 구해 주셨네” 했더니, 역시 운동을 하는 아들아이가 하는 말, “물론이죠, 하나님이 아니고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죠. 엄마한테 이런 반사신경이 있을 수가 없어요. 엄마가 아무리 운동신경이 있다고 해도 이런 정도는 아니에요. 하나님이 하셨어야만 해요. 하나님이 하신 일이에요!!!”
그러고 나서 바로 옆 차선으로 다른 한 차가 섰다. 운전자가 창을 열고는, “It was amazing to see your car swerving this way and that way to avoid a huge car wreck. If you were not moving like that, you should have been in a big trouble. I watched everything that had happened to your car. Yes, it was the woman who just passed through two red lights caused all the trouble. (당신의 차가 이쪽저쪽으로 몸체를 뒤틀듯 움직여 큰 사고를 피하는 모습이 너무나 놀라웠어요.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으면 당신은 큰 곤경에 빠졌을 거예요. 제가 뒤에서 당신의 차에 일어나는 일을 다 지켜봤어요. 네, 맞아요. 좀 전에 빨간 신호등을 두 개나 무시하고 달려간 여자가 이 모든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에요.)”
신호가 바뀌고 그 차도 나도 움직였다. 그 순간 재빠르게 내가 “이 모든 것은 제가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일이에요.”라고 말했어야 했지만 어벙벙하게 그 말을 하지 못해서 지금까지도 못내 아쉽다.
아이들을 테니스장에 내려놓고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으로, 그렇지만 내가 한 일이 없었기에 근육하나 긴장하지 않은 채 성가대 연습을 하고는 연습이 다 끝난 후 성가대원들에게 간증을 했다.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놀라우신지를 함께 나누었다. 사실 겁많은 내 성격상 내가 무언가 해야 했던 상황이었으면 나는 이미 한 발자국도 내 자의로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기진맥진해져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사실상 이런 특별한 상황의 기적만이 아니라 우리가 순간순간 얼마나 많은 하나님의 기적적인 은혜로 살아왔는지도 생각해보았다. 무료한 일상? 그 무료한 일상은 얼마나 크신 하나님의 은혜가 있어 모든 것이 평화로움으로 이어져 그렇게 무료하게까지 느껴지는지 생각하면 그 한량없으신 하나님의 은혜에 통곡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 부족한 딸이 오늘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의 기적임을 믿습니다. 저와 저의 자녀들을 지켜주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감사합니다. 아멘, 할렐루야!!!”
(P.S. 저는 이 글을 기적의 현장 리포터와 같은 역할로 적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그 놀라움이 생생하지만 아직도 때때로 “하나님 어디 계세요?”라고 묻곤 하는 제가 얼마나 어리석은지에 놀라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