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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牧會斷想]
혹시나 역시나

<span style=" font: bold 0.8em Nanum Gothic, serif ; color: green;">[목회단상 牧會斷想]</span> </br><span style=" font: bold 0.5em Nanum Gothic, serif ; color: fuchsia;">혹시나 역시나</span>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혹시나 역시나

작가가 되려 몇 번이나 도전하고 실패를 거듭했는지… 좌절하다 오기가 인다. 이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로 소설을 교정하여 글 쓰는 변과 함께 송고를 하려는데 수정해야 할 것들이 또 보인다. 욕망에서 탄생한 성급함은 눈을 찔끔 감게 하는 능력이 있는가 보다. 보내기 버튼을 눌러버렸다. 이때 얄밉게도 내면에서 항의한다. ‘안 될 것이 뻔한데! “혹시나”를 기대해?’하면서…. 풀이 죽다 긍정의 사고방식을 떠 올려 무시해 버리고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해 기대한다.

심사가 끝났을 것 같은 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기나긴 하루가 지나고 잠 못 이루고 있는 깊은 밤 메일이 왔다. 역시나 였다. 당연한 일인데 속상함이 폭풍우처럼 밀려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거센 비바람을 맞으며 뜬 눈으로 집을 짓고 부수기를 몇 채나 했는지 ….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 해 졌는데 날이 밝는다.

울적한 마음으로 습관에 따라 산책을 나갔다. 고운 새소리와 맑고 신선한 공기가 맥 빠진 나를 새롭게 한다. 그리고 붉고 힘차게 떠 오르는 태양이 용기를 불어넣는다. 이때 아이러니하게도 도전의 꿈 대신 거듭되는 실패의 원인이 보인다. 실력이 부족한 것은 모르고 작가로 명성을 얻어 인정받고 돈 버는 암팡진 꿈과 하나님의 능력으로 도와주시기를 바라는 얌체 같은 마음에 어릴 적 어리석고 부끄러운 신앙까지 들추어내며….

중등부 시절이었다. 회장이라는 감투를 쓴 나에게 믿음 좋다는 어른들의 칭찬, 아버지를 도와, 해야 하는 하기 싫은 농사일과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유익을 난 교회에서 누렸다. 여자 친구들과 함께 하는 행복뿐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인도하실 거라는 확신에서 오는 평안까지 누리며….

이때 문제를 고치려 한 의구심을 주셨나 보다. 목사님께 질문을 했다. ‘사랑의 하나님이신 데 왜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 가운데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게 하냐고! 믿음이 없어도 구원시켜 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에 “공의의 하나님, 질서의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이라” 답을 하신다. 난 작은 머리인 것은 헤아리지 못하고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하였다. 이후로 난 순간순간의 이익에 따라 신앙을 이용하며 잔꾀로 살았다. 때때로 목마름으로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이런 날 실패와 어려움을 맛보게 하시며 잘 못 된 것을 바로 잡으려 하신 하나님의 아픈 마음이 보인다. 그러다 인생의 후반을 사는 나에게 글을 쓰게 하시다 쓰기를 쉬고 읽고 듣기에 집중하게 하시는 사랑이 느껴진다. 그리고 잘 짜인 구성과 깔끔한 문체로 주제를 분명하고 아름답게 드러내는 고전들과 사람들의 마음을 사려 삽입한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로 이루어진 내 글이 비교되며 부끄럼이 인다.

사랑의 품에 아이처럼 안겨 있는 듯하다. 주어지는 시시콜콜한 모든 환경이 때로는 훈련을 위해, 때로는 깨닫게 하려고, 때로는 즐기게 하고, 때로는 사명을 주시며, 세상을 보는 내 시각과 실력에 따라 삶의 열매가 달라지게 하는 공의와 사랑의 지팡이를 사용하시는….

인공지능과 디지털로 급변하여 삶의 어려움이 느껴지는 혼돈스러운 세상에 사실과 진실을 바로 보아 복된 삶이 되게 하려는 하나님의 마음이 헤아려진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내가 받은 지혜를 알려 주고 싶은 욕구가 인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삶의 영역에 적용이 되는… 그 에너지로 손녀와 손자와 함께 매일 공부를 한다. 실력과 인격이 아름다운 만남을 낳고 그 만남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진리를 이루는 뿌듯한 꿈을 품고서….

손녀딸이 질문을 한다. “왜 공부를 해야 해?” 손자는 주말이라며 누나를 거든다. 난 미소로 대답을 한다. 하나님은 공의의 하나님, 질서의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이시거든…. 논리에 근거한 실력과 인격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삶의 질이 달라지고, 지식과 지혜가 작고 분별력이 없으면 없을수록 의심도 많아지고, 삶이 힘겨워지게 되는 것이고…. 투덜댐을 멈추고 내 웃음의 뜻은 아는지 모르는지 공의와 질서를 실천하며 책상에 앉는 귀여운 손주들을 바라보며 행복해진 마음으로 쓸 글 구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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