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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나 사모의 병아리 사모일기” (13) 주일 아침, 사모의 일기

“김수나 사모의 병아리 사모일기” (13) 주일 아침, 사모의 일기

김수나 사모 (루이빌 우리교회(KY))

주일 아침, 사모의 일기

나는 남편 한정 수다쟁이다. 어렸을 때 학교에 다녀오면 책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엄마에게 달려가 일과를 미주알고주알 말하던 나는 결혼하고서 그 대상이 남편으로 바뀌었다. 특히 가족도, 친구도 없는 미국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이른 아침에 헤어져 늦은 저녁에 만나는 남편은 나의 유일한 친구이자 내 일과를 받아줄 이다. 나의 머릿속 생각 주머니에서 하염없이 남편에게 이야기를 꺼내지만, 그럴 수 없는 날이 일주일에 한 번 온다. 그날은 바로 주일 아침이다. 주일 아침에 나는 특별히 차 안에서 최대한 말을 아낀다. 평소였으면 시시콜콜했을 법할 이야기들을 그날은 꾹 하고 삼킨다.

”여보, 나 어제 무슨 꿈 꿨는지 알아? 어떤 사람이 갑자기~“

”나 아침에 뉴스 봤는데 글쎄, 한국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내가 마음을 터놓고 미주알고주알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인 남편이지만, 한 시간 후면 말씀을 전해야 하는 그의 머릿속이 나의 말로 어지럽히지 않도록 나는 주일 아침에는 최대한 말을 아낀다.

하지만 얼마 전 일이 발생했다. 그날도 주일 아침이었다. 설교 준비로 바쁜 남편이기에 아침에 아이 둘을 챙기는 건 오로지 내 몫이었다. 평소와 크게 다를 게 없는 날이었는데 그날 아침은 갑자기 서운한 감정이 올라왔다. 남편이 조금 도와주면 좋으련만, 나도 교회 가서 교회학교 설교도 해야 하고 봉사도 해야 하고 할 일이 많은데…. 가까스로 말을 아낀 채 차를 타고 교회로 가는 15분 남짓, 아무것도 안 하고 교회에 가는 이 시간이 제일 어렵다.

“오빠, 나도 주일 아침에 바쁜데, 아기 옷 입히는 것 좀 도와주면 안 돼? 나 좀 서운해지려고 하네“

결국 이렇게 말하고 싶은 욕구가 뱃속에서부터 가슴까지 올라와 결국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곧 있으면 말씀을 전해야 하는 그의 마음에 아내를 서운하게 했다는 속상함이 들어가지 않도록 가까스로 올라온 말을 꿀꺽 삼킨다. 한순간 내 마음을 시원하게 하자고 설교해야 하는 남편의 머릿속을 어지럽힐 순 없다. 해내야 한다…. 해내야 한다…. 예배가 다 마친 후 집에 돌아가는 길, 참았던 봇물이 터진다. 다다다다 쏟아내는 내 모습에 남편이 그저 웃는다.

“주여…. 제가 오늘도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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