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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 목사의 문학의 숲에서 만나는 진리의 오솔길]

박목월의 ‘신앙시 산책’

[강태광 목사의 문학의 숲에서 만나는 진리의 오솔길] </br></br> 박목월의 ‘신앙시 산책’

시인 박목월의 생애와 작품 세계

박목월은 1916년 경상북도 경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박영종이다. 대구 계성 중학교를 졸업했다. 고향이 신라의 고도인 경주인 탓에 그의 시에서는 신라적인 분위기도 풍기고 있다. 1933년 대구 계성 중학교에 다닐 때 ‘어린이’지에 동시 <통딱딱 통딱딱 짝짝>’을 발표했고 한동안 동시를 지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얼룩송아지>는 박목월의 대표적 동시다.

1939년 시인 정지용의 추천을 받아 ‘문장’지에 <산그늘>, <그것이 연륜이다>, <가을 어스름>등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정지용은 북에는 소월(김소월)이 있고 남에는 목월(박목월)이 있다며 박목월의 시성을 인정하고 칭찬하였다.

1946년 김동리, 서정주 등과 함께 조선 청년 문학가 협회를 만들었으며,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공동 시집 <청록집>을 펴내어 청록파로 불리게 되었다. 그는 자연에 돌아가 그 속에서 편히 지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시를 지었다. 1955년 제3회 자유 문학상을 받았고, 1957년 한국 시인 협회를 세웠으며, 1963년 한양대 교수, 1965년 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1973년 시 전문지 <심상>을 펴냈다. 문학 발전에 이바지한 공으로 서울시 문화상과 국민 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박목월은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명시들을 많이 남겼다. 읊조리듯 소개하면 목련 꽃 그늘 아래서… <사월의 노래>, 강나루 건너 밀밭길을… <나그네> 송홧가루 날리는.. <윤사월>, 산이 날 에워싸고… <산이 날 에워싸고> 기러기 울어 에는 하늘 구만리<이별의 노래> 등등 웬만한 사람들은 애송하는 시들이다.

박목월은 신앙인이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을 자신의 신앙으로 계승해서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했다. 대구 계성고등학교 시절 생활 기록부에 “착하고 신실한 기독학생”이라고 담임 선생님이 평했다. 장년이 되어서는 아내 유익순 장로의 도움으로 믿음을 지켰다. 목월은 1977년 말에 효동교회 장로가 된다.

박목월은 말년에 주옥같은 신앙시를 저술했다. 목월이 소천한 다음 해 아들 박동규 교수에 의해서 출판된 시집 <크고 부드러운 손>에 담겼다. 이 시집은 박목월의 아내가 꼬깃꼬깃 모아 둔 것을 장남이 유작으로 출간한 것이다. 이 시집을 읽으면, 시인 박목월 선생의 절대자를 향한 신앙관과 신앙인으로서 사유해 오던 그 결정체가 고스란히 작품마다 묻어 있음을 발견한다. 절절한 그리움과 뜨거운 신앙심이 목월의 신앙시에 담겨 있다.

박목월의 신앙시에 나타난 신앙고백

회개와 자성: 박목월은 시를 통하여 회개한다. 자신의 허물을 고백한다. “돌아 보지 말자”라는 시에서 박목월은 자신의 허물과 죄를 냉철하게 돌아보며 처절한 회개를 토한다. 하루에도 나는/몇 번이나 소금 기둥이 된다. /롯의 아내여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고/다짐하면서/믿음이 약한 자여/세상의 유혹에 이끌려서/나는 뒤를 돌아본다. (중략) 나는 하루에도/ 하루에도 몇 차례나/ 뒤를 돌아보고 소금기둥이 된다. 신문지로 만든 관에/마음이 유혹되고/잿더미로 화하는/재물에 미련을 가지게 되고(후략)

목월은 창세기에 등장하는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 사연을 오늘 자신의 삶에 비추어 노래한다. 필자는 이 시를 소리 내어 읽다가 “나는 하루에도, 하루에도 몇 차례나 뒤를 돌아 보고 소금 기둥이 된다” 이 대목에서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소금 기둥이 되어야 마땅한 삶을 질펀하게 쏟아 내고 있다. 아울러 박목월은 “우슬초”라는 시에서 “주여 우슬초로 나를 정결케 하옵소서”라고 고백하며 자신의 허물과 죄를 용서받기를 간구하고 있다.

신앙의 유산

박목월은 어머니를 노래한다. 특히 어머니께서 남겨주신 신앙을 노래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노래한다. “어머니의 언더라인”이라는 작품에서 어머니의 신앙의 유산을 성경책에 남겨진 어머니의 언더라인으로 형상화한다. 유품으로는/그것뿐이다./붉은 언더라인이 그어진/우리 어머니의 성경책./가난과/인내와/기도로 일생을 보내신 어머니는. 파주의 잔디를 덮고/잠드셨다./오늘은 가배절/흐르는 달빛에 산천이 젖었는데/이 세상에 남기신/어머니의 유품은/그것뿐이다./가죽으로 장정된/모서리마다 헐어버린/말씀의 책/어머니가 그으신/붉은 언더라인은/당신의 신앙을 위한 것이지만. 오늘은/이순의 아들을 깨우치고/당신을 통하여/지고하신 분을 뵙게 한다./동양의 깊은 달밤에/더듬거리며 읽는/어머니의 붉은 언더라인/당신의 신앙이/지팡이가 되어 더듬거리며/따라 가는 길에/내 안에 울리는/어머니의 기도소리.

시인 박목월은 어머니를 기억하면서 어머니의 기도와 어머니의 성경적 가르침을 추억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어머니의 성경책”은 우리의 주목을 끄는 시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이 책은/어머니께서 유물로 남겨주신/성경이다//

이 두툼한 성경을/성경주머니에 넣어 드시고/사경회로 부흥회로 다니시며/돋보기 너머로 읽으시던/그 책이다.// 기쁘고 외로우실 때마다/혼자 읽으시던/그 책이다.// 이 두툼한 성경을/두 손으로 모아 잡고/아들을 위하여/축복해 주시고/하나님께 간구하시던/그 책이다.// 붉은 연필로/언더라인을 그으시며/80평생을/의지해 사시던/그 책이다.// 지금 내가 읽는/성구마다/어머니의 눈길이 스쳐가시고/어머니의 신앙이/증명해 주시고/어머니의 축복이 깃들어 있는/어머니의 성경/어머니의 기도로써/내가 받은 축복/어머니의 기도로써/내게 내리신 하나님의 은총.//지금 나도/ 돋보기 너머로 어머니의 성경을/읽으면서/자식들을 위하여/주님께 축복을 간구한다.//만일 내가 이 성경을/자식들을 위하여/유물로 남기면/우리 집안의 기도는/3대로 이어질 것이다.// 주여! 긍휼히 여기소서.//주여! 구원하여 주옵소서.//주여! 축복하여 주옵소서.//”

목월은 어머님께서 유품으로 남기신 낡은 성경책을 읽으며 말년의 신앙을 지킨 것 같다. 어머님의 손때 묻은 성경책을 읽으면서 어머니가 밑줄 친 말씀들을 눈여겨 읽게 되고 어머님 신앙의 줄기를 파악하게 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다.

박목월은 그의 시에서 항상 누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한다. 하나님 은혜의 일상성을 노래하면서 목월은 범사에 주님을 인정하고 주님의 은혜를 찬양한다. 신앙 시인으로 생애를 마친 목월은 그리스도인들은 삶과 신앙이 일치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앙시를 하나님 앞에서의 신앙고백이라고 정의한 그는 시작 자체가 신앙생활의 일부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박목월이 남긴 신앙시들을 살피면서 강단과 성도들의 영혼이 더욱 풍성해지는 가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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