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관 목사의 목회의 길에서] 인간의 잔인함과 선함
인간은 원래 선한 존재라는 성선설을 믿는 사람도 유대인을 학살했던 나치의 이야기를 읽거나, 중국 하얼빈에 있는 일제의 생체실험 연구소였던 731부대의 이야기를 읽으면 인간이 이 정도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 하고 오싹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스 기니스는 “인간이 미치지 않고서는 직접 응시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하나님의 영광이고, 또 하나는 어둠에 싸인 인간의 악이다”라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 가운데 이 오스 기니스라는 분이 쓴 ‘소명’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좋은 책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 제가 꼭 언급하는 책 중에 하나인데, 오늘은 그 책에 나오는 스토리 하나를 소개합니다.
웨슬리안 대학교의 철학교수인 필립 할리라는 사람은 인간의 잔인성을 깊이 연구했는데, 그 연구를 하면서 그는 본인 스스로가 미쳐가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특히 나치 의사들이 유대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수용소에서 실시한 의학 실험을 조사하면서, 강자가 약자를 파괴하는 반복되는 패턴에 처음에는 분노를 느끼다가 나중에는 본인 스스로가 살인에 대해서 무감각해짐을 느꼈다고 합니다. 결국 이 사람은 분노와 무감각 사이를 오락가락했고 그렇게 몇 년을 지옥과 같이 살았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나치의 자료를 찾다가 프랑스 남부 산악 지대에 위치한 샹봉마을 이야기를 접합니다. 샹봉마을은 3천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마을인데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한 상태에서 모든 프랑스인들이 독일에 협력하던 시절에 이 마을의 주민들은 고집스럽게 독일에 협조하지 않고, 수많은 유대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고, 살려냈다고 합니다. 그 마을은 프랑스 개신교도들로 이루어졌고, 용기 있는 목사 앙드레 트로메이와 그의 아내 마그다 사모의 가르침과 격려를 받아왔습니다.
나중에 트로메이 목사는 체포가 되는데 그 체포된 날의 이야기입니다. 저녁식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두 경찰이 목사를 체포하려고 들이닥쳤는데 그 상황에서 마그다 사모는 ‘그래도 식사는 하고 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라고 하면서 두 경찰에게 식사를 같이 하자고 청하며 상을 차렸다고 합니다.
나중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어떻게 그런 자들을 용서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마그다 사모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이에요? 그 때가 저녁 식사 시간이었고, 식탁이 우리 앞에 차려져 있었고, 그들도 우리도 모두 배가 고팠습니다. 거기에 용서가 끼어들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정말 그랬을까 싶은데 그들의 삶의 태도는 늘 그런 식이었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인간은 무엇에 이끌리느냐에 따라 극도로 악해질 수도 있고, 극도로 선해질 수도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사도바울도 우리가 의의 병기가 될 수도 있고 악의 병기가 될 수도 있으니 더 이상 자신을 죄의 세력에 내 맡기지 말고, 의의 연장으로 하나님께 드리라고 합니다 (롬6:13). 죄로 가득찬 세상에서 끊임없이 선함과 의로움을 추구하며 사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