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수다(8) – 무덤에서 돌아온 자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무덤에서 돌아온 자
목회자 신년 세미나의 강사로 출타하는 중에 한 교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자기 집에 빨리 심방을 올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 성도의 남편은 자신을 스스로 도인이라 불렀다. 신의 계시를 받아 신이 가라고 하면 가고 오라고 하면 온다고 하며 결혼 후 수십 년 동안 집안을 돌보지 않고 전국을 떠돌았다. 집에 돌아와도 몇 시간만 머문 적도 있고 한 번 집을 나가면 몇 년이고 연락이 되지도 않았다. 그런 그가 신의 계시를 받아서인지 방금 집으로 돌아왔으니 또 나가기 전에 목사님이 와서 어떻게 해 보라는 것이다.
세미나 주최 측에 사정을 설명하고 급하게 다른 강사가 강의하게 한 후에 그 성도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 도인은 안방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있었다. 부인께서 다니는 교회의 목사라고 인사를 해도 인사를 받지도 않은 채 갑자기 자신은 자신의 신에게 기도할 테니 목사는 목사의 신에게 기도하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일어설 때 나는 무릎을 꿇고 자리에 앉아 기도를 시작했다. 바로 내가 앉은 자리 천장 부분에 백열등이 달려있어서 눈을 감았지만, 그가 서성이며 무슨 동작을 하는지 아른거렸다. 기도에 집중이 되지 않다. 그는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며 기도하다가 갑자기 주저앉았다. 나도 기도를 중단하고 눈을 뜨니 그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목사님이 섬기는 신이 내가 섬기는 신보다 더 세므로 오늘부터 목사님의 말씀을 잘 듣겠습니다….”
그는 지난 가을부터 신의 명령으로 어느 공동묘지에 거하며 금식도 하고 기도도 했단다. 한겨울에 무덤에서 잠을 자도 얼어 죽지 않았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갑자기 신이 집으로 가라고 해서 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부터는 집에서 나가지 말고 오직 성경을 읽으며 생활하다가 주일에 교회에 올 때만 외출을 허락한다고(?) 했다. 그는 주일 이른 아침에 정갈하게 옷을 입고 교회에 와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예배를 드리고 돌아가 일주일 내내 성경을 읽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심방 중에 같이 기도하다가 성령을 받고 구원의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의 얼굴에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넘쳤다. 그의 아내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며 주님을 찬양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집 밖에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변화된 후에도 계속 하루 종일 성경만 읽었다.
어느 날 그의 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이제 그이가 완전히 변한 것 같으니 나가서 돈 좀 벌어오라고 해주세요.” 나도 생각해 보니 이제 집을 나갈 것 같지 않아서 그렇게 말했다. 그는 무덤가에서 돌아와 예수를 믿고 충실한 가장이 되었다. 주님이 하시는 일은 놀랍고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