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수다(22) – 작은 교회 죄인 목사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작은 교회 죄인 목사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이층… 한국에서는 꿈의 저택이겠지만 미국에서는 그저 평범한 아파트의 모습이다. 미국에 처음 보금자리를 튼 아파트가 수영장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어서 여름방학이면 무척 시끄러웠다. 아이들이 수영할 때 보호자들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눈인사로 안면을 튼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니 내가 목사인 것을 알게 되었고 몇몇 사람들과 차를 마시러 왕래하게 되었다. 그들은 전혀 교회에 나가 본 적이 없거나 학생 때 몇 번 출석해 본 사람들이었다. 차츰 믿음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렇게 해서 성경공부가 시작되었고 약 1년 정도 지나니 예배를 드리자는 말이 돌아 일단 아파트의 좁은 거실에서 예배드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2년이 지나 960 SF 정도 되는 공간을 얻어 본격적으로 교회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막상 교회가 시작되자 그동안 같이 예배를 드리던 사람들이 합류하지 않았다. 이럭저럭 말씀이 들어가 믿음이 자라난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주위의 소위 신자라는 사람들에게 작은 교회는 부담스럽다는 말을 들은 후에 태도가 바뀐 것이다. 아무리 전도해도 개척교회에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 간혹 왔다가도 설교가 끝나면 곧장 사라졌다. 그들에게 작은 교회는 있을 곳이 못 되는 혐오의 장소였던 모양이다.
임대료가 더 저렴한 곳을 찾아 가구점 2층 창고로 자리를 옮겼다. 오직 하나밖에 없는 손바닥 넓이만 한 창문은 야속하게도 간지러운 햇볕만 보내주었고 키가 6 feet만 되어도 약간 고개를 숙여야 할 정도로 천장이 낮았다. 간판도 없이 예배를 드리니 오는 사람이 없었고 간혹 오겠다는 사람도 교인이 몇 명이냐고 물어본 후에는 전화를 끊었다.
미국교회 메인 예배당 뒤편에 있는 조그마한 공간에서 예배드릴 때부터 비로소 간판을 달게 되었다. 전도해도 오지 않던 사람들이 간판을 다니 가끔 오기는 했는데 역시나 헌금기도를 할 때쯤 휴거가 되는지 하나같이 사라졌다. 어떤 사람은 들어오다가 앉아 있는 몇 안 되는 교인들을 보고는 그냥 나가기도 했다. 따라나서서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안면이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나에게 반찬을 하나 더 주었다. 그래도 목사인지라 대접을 해주는가 싶어서 고마웠다. 한참 식사를 하는데 지역의 제법 큰 교회 목사가 들어왔다. 식당 주인은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드린 후 주방에 있는 남편을 불러내어 인사를 시키고 종업원들에게도 정성을 다해 섬기라고 주위를 당부하는 것이었다.
하루는 그 작은 예배당에 페인트칠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들어와 목사를 찾았다. 내가 목사라고 대답하자 위아래를 쳐다보더니 남루한 옷차림을 보고 다소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찬 바람이 불 정도로 돌아서서 나갔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 목회를 계속하며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작은 교회 목사는 그 자체로 죄인인 것이다. 그러니 반찬을 하나 더 준 그 식당 주인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개척하여 평생 두 교회를 섬기며 깨달은 것이 있다면 예수님도 업신여김을 당하셨다는 것이며 사도들도 조롱을 당했다는 것이다.
“헤롯이 그 군인들과 함께 예수를 업신여기며 희롱하고 빛난 옷을 입혀 빌라도에게 도로 보내니”(눅 23:11), “또 어떤 이들은 조롱하여 이르되 그들이 새 술에 취하였다 하더라”(행 2:13).
그리고 그렇게 업신여김을 당하신 주님으로 인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능력의 원천이 누구인지 알게 된 것이다.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