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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 목사의 청년을 품은 교회이야기]

복음으로 회복되는 가정

[송경원 목사의 청년을 품은 교회이야기] </br></br> 복음으로 회복되는 가정

 

우리 교회의 사명이 청년 사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건강한 청년사역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가정의 동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지만(롬 10:17), 살아있는 믿음의 본을 볼 수 있어야 성장하기 마련이다(히 11장). 이 지역의 특성상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학생들은 주민들보다 약 3배가량이 더 많다. 철새같이 때가 되면 오고 가는 학생들을 묵묵히 사랑으로 섬기는 집사님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많은 청년들이 그 본을 보고 배울 수 있었으며, 나 역시 그동안 감사와 기쁨으로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다.

결혼한 가정의 남편과 아내가 마음을 모아서 교회를 사랑으로 섬길 때 청년들은 그 섬김을 통해서 자신이 가꾸어야 할 가정의 청사진을 미리 그려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연수를 오거나 유학을 온 가정 중에는 간혹 부부관계가 상당히 어려운 가정들이 있음을 보게 된다. 청년 사역을 통해서 여러 종류의 상담을 다양하게 해봤지만, 사실 부부 상담은 내 전공이 아니다(아마도 우리 교회 장년들이 대체로 금실이 좋아서가 아닐까 싶다). 수년 전 한 가정이 이곳에서 유학을 시작하던 무렵 가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내게 도움을 청하게 되었다. 이 부부는 이미 한국에서도 문제가 심각했지만, 미국에 오면서 더 악화된 경우다.

보통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면 가정 중심의 문화 때문에 서로 함께 보내는 시간도 늘어나고 그러면서 사이가 더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미 문제가 심각했던 이 부부는 빙햄톤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오히려 충돌의 시간이 많아졌던 것이다. 하루는 어떤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다가 화를 참지 못한 남편이 급기야 아내를 밀어서 넘어뜨렸고 한다. 아내는 한국에서 경찰을 불렀던 경험을 떠올리며 911을 눌렀다. 한국의 경우와는 다르게 이곳 경찰은 가정폭력에 있어서 매우 엄격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되어 연행된 남편은 그날로부터 3개월 동안 아내 근처에는 얼씬도 할 수 없는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고 모텔에서 지내는 신세가 되었다. 집 밖에서 일주일 정도를 지내다가 결국 창피함을 무릎 쓰고 내게 도움을 청했는데, 믿음이 전혀 없었던 부부의 입장에서 교회 목사의 도움을 구하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급한 대로 지역 변호사를 선임해서 우선 접근금지 명령을 풀었고, 법원에 함께 가서 목회적 상담을 조건으로 1년 동안 부부 사이의 문제가 없으면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겠다는 판사의 자비(?)도 끌어냈다. 법원에서 목회적 상담을 조건으로 했기 때문에 싫으나 좋으나 이 부부는 정기적인 상담을 받아야 했다. 불신자 가정에 부부 상담을 통해서 복음이 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던 셈이다. 그러나 상담을 하면서 이 부부의 결혼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신혼 시절은 물론이고 연애 시절부터 서로 끊임없이 싸우며 살아온 덕분에 그동안 살면서 서로 주고받은 상처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남편에게 물었다. “그럼 왜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하셨나요?” “내가 이 여자의 성질머리를 완전히 뜯어고치려고 결혼했습니다!”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대답이었다. 심지어 어느 날은 부부 싸움을 하는 현장을 보게 되었는데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뭔가 휘~익 날아들었고 다행히 내 머리 위로 비껴갔다. 집안 살림을 집어던지며 육두문자가 서로 오갔다. 정말 오랜만에 다채로운 한국의 온갖 욕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다.

부부 상담에 관해서는 경험과 지식이 거의 없었던 나는 요즘 말로 영혼이 탈출하기 직전이었다. ‘능력도 없으면서 어쩌자고 상담을 한다고 했을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부부 상담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랐기에 열정만 갖고 뛰어들었던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때늦은 후회였다. 판사 앞에서도 자신 있게 상담을 통해서 이 부부를 치유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으니 이제 남은 건 하나님께 매달리며 간절히 기도하는 것 외에는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기도하던 어느 날 하나님이 드디어 한 줄기 빛으로 어둠을 밝히는 말씀 한 구절을 주셨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고린도후서 12:9)

그 순간 하나님이 이 일을 주관하시겠다는 확신이 내 안에 분명해졌다. ‘내 상담 실력으로 도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 이 대목에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나는 여전히 부부 상담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다만 하나님께서 나의 연약함을 통해서 그분의 능력이 나타날 것이라는 말씀이 이루어질 것을 그 순간 믿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남편이 새벽기도에 나오기 시작했고 악한 마귀의 견고한 진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상담과 복음전도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으며 결혼생활 최초로 일주일 동안 단 한 번도 안 싸웠다는 신기록(?)을 자랑스럽게 내게 들려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상담 중에 남편은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예수님을 영접하는 은혜를 누리게 되었고 자녀들과 함께 온 식구가 다 같이 손잡고 기도하던 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고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에베소서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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