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 아래서](43) “약함으로 강함을 증명하라”
궁인 목사(휴스턴 새누리교회)
약함으로 강함을 증명하라
지금도 그렇지만 나의 약함을 억지로라도 감추고 싶었던 때가 있다. 한국의 대형교회 부목사 시절이다. 일주일에 팔십여 번 드려지는 모든 예배를 담당하는 예배 총괄 목사로, 시니어교구 담당목사로, 디자인, 영상제작, 홈페이지, 방송실 등의 총책임자인 미디어 총괄 목사로 여러 부서에 관여하다 보니 업무가 폭주한 때가 있었다. 육신적으로 영적으로 너무 소진되어 있었다. 그때 동역하는 전도사님이 보기에도 내가 안 돼 보였나 보다. 하루는 그 전도사님이 불쑥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목사님, 약할 때 강함 됩니다.”
“응!?”
“약할 때 강함 됩니다.” 그 말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그렇지, 약할 때 강함 되지.” 전도사님의 위로에 마음을 다잡는 순간,
“목사님 약할 때 강함 됩니다.”라는 말과 함께 전도사님이 뭘 쑥 내미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박카스’….
전도사님이 하고 싶었던 말은 박카스라는 ‘약’을 먹고 강해지라는 말이었다. 박카스도 약이니까?! 이런 절묘한 차이가…하여튼 약이라도 먹어서 강해지고, 자신의 연약함을 숨기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
사도 바울도 자신의 약함을 감추려고 노력했다. 고후12:8에서 바울은 자신의 약점이 떠나가게 해달라고 3번이나 하나님에게 간절히 기도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바울에게 “너의 은혜가 족하다”고 응답하신다. 사실상 거절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에게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약점이 있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는데, 하나님이 고칠 수 없다고 응답하신다면, 사랑이 없는 하나님이라고 원망하겠는가? 그러나 하나님은 바울의 약점을 기막힌 방법으로 온전하게 해 주셨다. 그 방법은 바로 고후12: 9에서 바울이 고백한,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함”이다. 비록 나는 약하지만 하나님의 능력이 내게 머물면 우리는 온전해진다. 더 이상 약점이 약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강점이 된다. 우리는 종종 목회자나 성도들의 간증을 듣는다. 고난당하고, 너무 어려웠다, 죽을 뻔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간증이 그의 능력이 되고 그 고난 때문에 하나님의 일을 더 잘 하는 경우도 많다. 약점이 강점과 능력이 된 것이다. 당신도 그리스도의 능력을 소유하고 싶지 않는가! 그렇다면 약점을 감추지 말라. 약점을 온전케 하는 주님을 기대하라. 주님의 능력이 당신 삶 가운데 있게 하라.
나의 약함을 도우실 주님을 의지한다면 우리는 주님의 능력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기적을 볼 것이다. 약함을 감추며 일하면 우리가 일하지만, 약함을 인정하고 기도로 나가면 하나님이 일한다. 자, 이제는 약함으로 강함을 증명하자. 바울은 고후12:10에서 약함 속에서도 기뻐한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그에게는 기뻐할 환경이 아니었다. 약점인 고질병이 사역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하나, 사람들의 조롱과 무시가 항상 있었고, 게다가 가난했다. 집도 입을 옷도 없었다. 고통스러운 박해가 늘 있었고 곤고하였다. 어디 편하게 쉴 곳이 없었다. 암살단이 늘 따라다녔고, 목숨은 항상 경각에 달려있었다. 늘 불안한 상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기뻐할 수 있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10절 말씀처럼 “그리스도를 위해서” 살다보니 환경을 보지 않게 되었고, 기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생명주고, 능력 주는 그리스도 때문에 가난과 고통과 질병 중에도 기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스도를 위해 살면, “약할 때 강함 된다”는 말씀은 약속이 된다. 그리고 주님은 이 약속을 반드시 이루신다. 지금 상황이 안 좋더라도 그리스도를 위해서 살 때, 약속된 주님의 말씀은 현실이 된다. 놀랍지 않은가! 약해지는 것은 정말 싫지만, 약함을 인정하는 순간, 약함은 사라지고, 주님의 능력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주님의 능력이 나타나면 예수 그리스도를 삶속에서 자연스럽게 증명하게 되는 것이다. 간단하지 않은가! 예수를 위해 살기만 하면 예수를 증명하게 되는 것이다.
“약할 때 강함되시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찬양이 가장 많이 떠오르는가? 그렇다. ‘약할 때 강함되시네’ 라는 찬양이다. “약할 때 강함 되시네, 나의 보배가 되신 주, 주 나의 모든 것… 쓰러진 나를 세우고 나의 빈 잔을 채우네, 주 나의 모든 것…” 마음이 상할 때, 부족한 나를 발견할 때 얼마나 위로가 되던 찬양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찬양을 통해서 새 힘을 얻었는가.
이 찬양은 ‘데니스 제니건’이라는 미국 찬양사역자가 작사 작곡한 것이다. 현재 아홉 아이의 아빠요 평범한 가장이지만, 그의 청년기는 그렇지 않았다. 모태신앙이었지만 청소년기부터 동성애 때문에 힘들어했던 과거가 있었다. 내면의 욕망과 갈등, 자살 시도, 주변 사람들의 험담 때문에 너무도 힘들었던 청년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그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노력했고, 사람들의 험담을 걱정하며 아등바등 살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고후12장에서 새 힘을 얻고, 매일 매일 찾아오는 사단의 유혹을 이기며 고백한 찬양이 바로 ‘약할 때 강함되시네’다.
쓰러진 나를 세우고, 나의 빈 잔을 채워주시는 주님이다. 나의 모든 것 되시는 주님 때문에 당신은 여전히 약하지만, 강함을 고백할 수 있다. 우리의 약한 모습이 더욱 주님을 바라보게 하고, 약함 때문에 그리스도의 능력이 우리에게 임한다. 우리는 이것을 알기에 약점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약점만 생각하지 말고, 약함으로 강함을 증명하자.